이로써 삼성가 비자금 미술품 의혹에 대한 특검 수사는 사실상 모두 마무리됐다.
삼성 측 이완수 변호사와 함께 오후 3시께 특검 사무실에 도착한 홍 관장은 "행복한 눈물 의혹이 많은데 산 것이냐, 빌린 것이냐", "고가 미술품 구입의 자금 출처는 어디냐"는 등 취재진들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다 "성실하게 조사를 받겠느냐"는 질문에만 "네, 성실히 응하겠습니다"라고 짧게 대답한 뒤 곧바로 8층 조사실로 들어갔다.
이날 홍 관장은 검정색 코트에 베이지색 블라우스와 아이보리색 계통 머플러를 착용하고 담담한 표정으로 특검 사무실로 들어섰다.
홍 관장은 이날 6시간30여분에 걸친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오후 9시30분께 미리 대기 중이던 삼성 관계자들과 함께 귀가했다.
홍 관장은 특검 조사를 마친 뒤 비교적 밝은 표정으로 조사실을 나와 취재진들에게 "늦게까지 수고가 많으십니다"라고 말한 뒤 "어떤 내용을 조사받았느냐"는 질문에 "오랫동안 조사받은 것을 어떻게 한 마디로 합니까"라고 답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부인인 홍 관장은 지난 2001년부터 2003년까지 삼성 비자금을 이용해 수백억원대의 고가 해외미술품을 구입했다는 의혹을 받아 왔으며 수사기관에 나와 조사를 받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홍 관장은 중앙일보 이사와 호암미술관장, 삼성문화재단 이사장 등을 지냈으며 지난 2004년부터 리움미술관장을 맡고 있다.
앞서 삼성 비리 의혹을 제기한 김용철 변호사(전 삼성그룹 법무팀장)는 지난해 말 "삼성일가가 비자금 600억원을 고가 해외미술품 구입에 썼다"고 폭로한 바 있다.
이와 관련, 특검팀은 지난 2월18일 홍 관장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리고 소환 시기를 조율해 왔다.
특검팀은 또 홍 관장을 대신해 해외 미술품 경매에서 고가 작품들을 대리 구입했다는 의혹을 받은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와 삼성가 안주인들의 미술품 구입 창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국제갤러리의 이현숙 대표 등 미술품 의혹 관련자들을 잇달아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특검팀은 이날 홍 관장을 상대로 고가 미술품 구입 경위와 자금 출처 등을 추궁했다.
이와 함께 특검팀은 비자금 수사 과정에서 이 회장 소유로 확인된 삼성생명 차명주식 배당금 일부가 서미·국제갤러리 등으로 흘러들어간 점에 대해서도 확인 작업을 벌였다.
아울러 특검팀은 홍 관장을 상대로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삼성이 대선자금으로 사용하기 위해 구입한 채권 중 일부(7억여원)가 삼성가 미술품 구입에 사용됐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도 조사를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 관계자는 "홍 관장을 상대로 그 동안 (홍송원씨 등을 상대로)조사한 내용 등 미술품 의혹과 관련한 여러 가지 내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삼성 비자금의 주요 용처로 지목된 고가 해외미술품의 실제 구매자로 알려진 홍 관장이 특검팀에 전격 소환돼 조사를 받으면서 특검팀의 비자금 수사가 급물살을 탈 지, 홍 관장에 대한 사법처리가 이뤄질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홍 관장이 미술품 구입에 불법 비자금을 사용한 근거를 찾지 못하는 한 사법처리는 어려울 것"이라며 "특검팀이 어떤 결론을 내릴 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이날 홍 관장에 대한 조사와 함께 전용배 삼성전략기획실 상무와 삼성의 비자금 대책 문건을 보관해 온 강윤영 삼성증권 감사팀장, 박노빈 전 에버랜드 사장 등도 재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이밖에 특검팀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삼성 전·현직 임직원 명의로 된 차명의심계좌 대한 특별검사 자료를 넘겨받아 검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특검팀은 최근 이 회장에게도 소환 통보를 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특검팀 주변에서는 이 회장도 조만간 소환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편 이날 홍 관장 소환에 앞서 오후 1시께부터 특검사무실 앞에서는 특검 수사 마무리를 촉구하는 '삼성특검반대범국민연대' 회원들과 이 회장 구속 등 엄정한 수사를 요구하는 삼성SDI 해고노동자 및 진보신당 관계자 등이 동시에 집회를 가졌다.
경찰은 특검사무실 주변에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120여명의 경력을 배치했으나 다행히 물리적 충돌 등 별다른 사고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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