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특검, 종착역은 보이는데 숨은 가쁘고'

머니투데이 김만배 기자 | 2008.04.02 16:15

비자금 조성 경위 및 용처수사 실패...경영권 편법 승계 여부 처벌놓고 '고민'

80여일을 달려온 조준웅 삼성비리 의혹 특별검사팀의 '호흡'이 거칠어지고 있다. 숨가쁜 일정 탓도 있지만 '수사의 결론'을 준비해야 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오는 8일로 2차 수사시한(90일)이 종료된다. 앞으로 한 차례 더 수사시한(15일)을 연장한다 해도 남는 시간은 20여일 뿐이다.

문제는 시간이 아니라, 어떤 내용으로 어떻게 수사를 종결할 것이냐는 것이다. 특검팀의 고민이 깊어지고 숨이 턱에 차는 이유다.

비자금 조성과 용처 수사는 특검팀의 '의지 부족'도 한 몫을 했지만, 혐의를 입증하는 데 실패했다. 결국 수사는 증거와의 싸움인데 증거를 확보하는 데 실패한 것이다.

나머지 경영권 편법 승계 의혹과 관련해선 특검팀이 수사한 게 없다. 검찰로부터 넘겨받은 수사자료를 검토한 게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없는 수사 성과를 발표를 해야하는 것이 특검팀 고민의 근원지이다.

내용적인 고민도 뒤따른다. 경영권 편법 승계 의혹과 관련, 검찰이 처리하지 않은 이건희 회장 개입 여부를 어떻게 판단할 것이냐는 것.

즉,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발행과 관련, 삼성그룹 구조본 핵심인사들의 처리와 함께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법조 일각에선 "이미 검찰수사를 통해 결론이 난 것"이라며 "고민이야 되겠지만 사실상 (특검팀의)기소 결정만 남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검찰의 몇몇 인사들도 "결국 이 회장의 기소로 귀결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검찰의 고위관계자는 "검찰이 삼성그룹 편법 경영권 승계 의혹 자료는 물론 삼성생명 차명주식으로 의심되는 일체의 수사자료를 특검팀에 제출한 것으로 안다"며 "자료가 갈 때는 '판단의 문제'도 함께 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검이 특별한 수사 성과를 올리지 못한 상황에서 경영권 편법 승계와 관련해서도 삼성 구조본의 인사들의 책임으로만 돌리기는 힘들 것"이라며, 이 회장의 기소에 대해 조심스런 전망을 내놨다.

하지만 이 부분도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경제를 이유로 특검을 압박하는 '외적 환경'이 특검을 부담스럽게 하는 이유다.


앞서 검찰은 허태학·박노빈 에버랜드 전·현직 사장을 기소해, 현재 대법원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한편 특검의 비자금 수사와 관련해 '실패한 수사'라는 성급한 단정도 나오고 있다.

검찰의 한 인사는 "오늘 홍라희 삼성리움미술관장을 소환 조사하는 것은 특검 수사가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횡령한 돈으로 미술품을 구입했느냐가 최대의 관건이지만 결국 증거를 확보하는 데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횡령한 돈이라는 것을 밝히기 위해선 어디서 어떻게 유입됐느냐를 입증해야 하는데, 특검팀의 인원으로 짧은 시간내에 그 것을 확인하는 것은 쉽지않다"고 설명했다.

앞서 검찰은 특본팀을 구성 삼성 비자금 의혹을 수사하면서 수상한 돈의 흐름을 발견했다. 삼성그룹 전·현직 임원들이 삼성생명 주식을 유상증자 받으면서 수상한 거래를 한 혐의가 포착된 것.

당시에는 '의혹의 덩어리'였다. 삼성증권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계좌를 확보하는 등 검찰의 특본 수사가 진행되자, '올 것이 왔다'며 삼성의 분위기는 싸늘해졌다.

하지만 특검 수사가 진행되면서 삼성은 여유를 찾았다. 삼성 측은 "삼성생명 차명주식은 이건희 회장이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을 그룹 임직원들의 차명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이라는 논리를 펼쳤다.

특검의 결론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비자금 실체에 대해 규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의혹을 쫓아갔지만 증거를 들이대고 혐의를 자백받는 데 실패한 것이다.

이번 수사의 최대 승부처에서 특검팀이 완패한 것이다.

'실패한 것은 실패한 대로, 확인 못한 것은 못한대로...' 이제 마무리 수순만 남았다.

특검팀은 오는 9일 수사 시한을 한 차례 더 연장한 후, 검찰로 이첩할 자료를 정리하면서 수사 결과 발표를 준비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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