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부담' 남은 한국까르푸 인수 2년

더벨 현상경 기자 | 2008.04.08 08:10

[이슈리포트/이랜드리테일]②롯데 등 제치고 예상 밖 승리...인수대금 70% 차입

이 기사는 04월07일(09:01)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이랜드그룹의 한국까르푸(현 이랜드리테일, 브랜드명 홈에버) 인수 과정은 최근 몇년간 있었던 국내 대형 기업인수합병(M&A)중 가장 드라마틱했다.

롯데, 신세계 등 쟁쟁한 후보군을 제친 이랜드의 승리가 예상 밖이었을 뿐 아니라 인수금융 조달과정에서의 재무부담, 그리고 인수후 조직융합관리(PMI) 실패로 인한 노조의 대규모 반발이 모두 첨예한 이슈로 등장했다.

한국까르푸 매각이 가시권에 들어온 것은 지난 2006년 초반. 시장에서는 오래전부터 까르푸의 한국철수와 매각설이 제기됐지만 정작 당사자인 까르푸측은 그 해 3월 초까지도 "한국시장에서 철수할 계획이 없다"며 허세를 부렸다.

오히려 까르푸측은 한국에서 신규점포를 인수할 계획이라고 밝히는 등 블러핑(Bluffing)작업도 서슴지 않았다. 한국 철수과정에서 헐값에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심리를 막고 잠재인수자들의 몸을 달아오르게 하기 위한 수순이었다. 이 무렵부터 신세계, 롯데 등의 후보기업들이 인수의사를 밝히기 시작했다.

매각작업은 그해 4월로 접어들며 본격화됐다. 홍콩ABN암로가 매각주관사를 맡은 가운데 4월4일 롯데쇼핑, 신세계, 삼성테스코, 이랜드 4곳이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시장에서는 롯데측이 1조9000억원대로 최고가를 제시하면서 인수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소문들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까르푸의 매각과정은 이때부터 흥미진진한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까르푸 본사와 홍콩ABN암로가 후보군을 대상으로 공개경쟁입찰이 아닌, '어센딩비드'(Ascending Bid) 즉 우선협상대상자를 여럿 뽑아 놓고 후보군끼리 다시 가격경쟁을 시키는 방식을 도입했기 때문. 흔히 '프로그레시브딜'(Progressive Deal)이라고도 불리는 입찰방식이다.

ABN암로는 4월13일부터 14일까지 후보군들 모두에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는 통보를 했다.


가장 먼저 연락을 받은 롯데는 '복수의 우선협상대상자 중 하나'라는 통보를 받았는데, 시장에서는 '롯데가 단독으로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다'는 소식으로 와전돼 시장의 혼선을 야기했다.

인수의향서를 쓴 4곳이 모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후보기업들은 매각가 인상을 위한 편법입찰이라며 까르푸본사와 ABN암로를 강하게 비난하기도 했다.

이후 매각과정은 단기간에 결말로 치닫는다. 일부 업체는 실사과정에서 인수의사를 접었고 약 보름뒤인 4월28일 이랜드가 까르푸의 인수자로 확정됐다.

매각가격은 1조7500여억원. 업계는 뉴코아, 해태유통 등 여러 M&A를 성사시킨 이랜드의 경험이 도움을 준데다 고용문제에서 이랜드가 좋은 조건을 내건 것이 승리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이랜드는 매각대금을 마련하면서 5500억원은 재무적투자자(FI)를 끌어들인 자본금 형태로, 나머지 1조1600억원은 부채로 조달했다.


이랜드그룹은 이랜드월드(보통주 330억원, 우선주 470억원, 전환사채 200억원)와 뉴코아(보통주 2000억원)를 합해 3000억원을 부담했다.

인수자금의 70%가 사실상 '빚'이다보니 이랜드로서는 채무상환을 위한 재무부담이 상당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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