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家 '비자금-미술품 커넥션' 밝혀질까

머니투데이 류철호 기자 | 2008.04.02 08:00

삼성가 안주인 홍라희 리움미술관장 오늘 전격 소환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부인으로 삼성 비자금을 고가 해외미술품 구입에 썼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홍라희 리움미술관장이 2일 오후 3시 특검팀에 전격 소환된다.

홍 관장은 지난 2001년부터 2003년까지 삼성 비자금을 이용해 수백억원대의 고가 해외미술품을 구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으며 수사기관에 나와 조사를 받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처럼 특검팀이 2차 수사기한 만료(9일)를 일주일 가량 앞두고 삼성가 안주인을 전격 소환키로 하면서 배경과 수사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비자금-미술품 커넥션' 실체 밝혀질까 = 홍 관장은 삼성가의 비자금 미술품 구입 의혹의 최 정점에 있는 인물로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 등을 통해 수백억원대의 비자금으로 해외에서 고가 미술품들을 사들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홍 관장은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삼성 측이 정치권에 건넬 목적으로 구입한 채권 가운데 일부(7억여원)를 미술품 구입에 쓴 것으로도 알려지고 있다.

앞서 특검팀은 삼성가의 비자금 미술품 구입 의혹과 관련, 지난 2월 중순 홍 관장을 출국금지 조치하고 홍 관장에 대한 소환 시기를 조율해 왔다.

그렇다면, 특검팀이 출국금지 조치 이후 1개월여가 훌쩍 지난 지금에서야 홍 관장을 소환한 이유가 무엇일까.

일단 특검팀 주변에서는 그 동안 홍 관장의 미술품 구매 대리인 역할을 한 것으로 지목된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와 이현숙 국제갤러리 대표 등에 대한 조사를 통해 특검팀이 의혹의 핵심에 어느 정도 접근했기 때문이란 추측을 내놓고 있다.

특검팀이 홍송원씨 등에 대한 조사에서 홍 관장이 미술품 구입에 비자금을 사용한 단서를 일부 포착했을 것이란 얘기다.

또 특검팀이 삼성생명 차명주식 관련 수사에서도 배당금 일부가 미술품 구입에 사용된 정황을 감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만큼 비자금과 미술품의 연결고리를 찾아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특검팀이 그 동안 진행한 수사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자 홍 관장을 소환 조사한 뒤 '유야무야' 수사를 정리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미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이 제기된 'e삼성' 사건에 대해 이 회장 장남인 이재용 전무를 포함한 관련자 전원을 무혐의 처분한 특검팀이 홍 관장에 대해서도 '면죄부'를 주지 않겠냐는 것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미술품 수사가 성과 없이 마무리될 경우 특검팀은 "쓸데없이 곁가지만 쳐내다 뿌리는 보지도 못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라며 "홍 관장에 대한 조사가 어떤 식으로 진행될 지,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 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홍 관장 사법처리 가능할까 = 홍 관장 소환 조사가 이미 기정사실화된 수순이었다면 세간의 최대 관심사는 홍 관장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다.

법조계는 현재 홍 관장이 미술품 구입에 직접 개입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구입 자금의 성격과 출처가 사법처리를 판가름 짓는 잣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비자금이 삼성 측 주장대로 고 이병철 선대 회장의 유산으로 밝혀진다면 딱히 불법으로 단정할 만한 근거가 없다.

다만, 미술품 구입에 사용된 비자금이 개인재산이 아닌 회사 공금으로 조성됐을 경우 사법처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대목에서는 미술품들이 개인이 아닌 삼성문화재단 등 계열사 소유라는 삼성 측 주장을 뒤엎을 근거를 찾아내 홍 관장 등 개인 소유임을 밝히는 게 관건이다.

더욱이 미술품들이 이 전무 등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상속용'으로 구입됐다 하더라도 이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를 찾지 못하면 단순한 의혹에 그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특검팀은 삼성가 비자금이 불법적인 방법으로 조성됐다는 사실과 미술품이 불법 자금으로 홍 관장에 의해 구입됐다는 점을 규명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개인자금으로 미술품을 구입했다면 예술품에 대해 상속세 등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현행법상 잘못을 따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홍 관장이 미술품 구입에 불법 자금을 동원한 근거를 찾지 못하는 한 사법처리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정석 특검보는 1일 "(홍 관장 소환은)지금까지 미술품 의혹과 관련해 여러 사람을 조사했고 각종 주장이 있었는데 그 것을 기초로 해 관련 내용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윤 특검보의 발언은 얼핏 보면 특검팀이 홍 관장의 '혐의'를 입증할 만한 '결정타'를 확보한 것으로 보이지만 곰곰이 되짚어보면 그 동안 수사에서 불법 '비자금'과 '미술품'의 연관성을 찾는데 실패, 단순히 수사 마무리 차원에서 이뤄지는 형식적인 확인 작업 절차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불법 사실이 엄연히 드러난 사건(e삼성)도 관련자들을 모두 무혐의 처분한 특검팀이 삼성가 안주인을 사법처리하겠느냐"며 "또 다시 홍 관장에게 '면죄부'를 주고 수사를 마무리하려는 형식적인 수순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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