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증 보름만에 뚝딱..퇴출모면법 상상초월

머니투데이 전필수 기자 | 2008.04.01 16:49

신지소프트 등 퇴출직전 벼락치기 3자배정 유증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12월 결산법인 사업보고서 마감일인 지난달 31일, 퇴출 일보직전에 몰렸던 일부 코스닥기업들과 투자자들은 이 속담을 다시 한번 되뇌었을지 모른다. 도저히 불가능해 보였던 상장폐지 사유를 마감일 극적으로 해소, 퇴출을 모면한 기업이 코스닥에서만 7개사였다.

이들 기업의 지난해 말 기준 자본잠식률은 적게는 110%대에서 많게는 1000%가 넘었다. 자본잠식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이익을 많이 내거나 자본을 늘려야 한다. 부채를 줄여도 된다. 현실적으로 적자기업인 이들 퇴출대상 기업들이 갑작스레 이익이 늘어날 가능성은 없다. 부채를 누가 선뜻 탕감해 줄 가능성도 높지 않다.

결국 증자를 통해 자본금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도 쉽지 않다. 망해가는 기업에 출자를 할 착한 주주는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런데도 극적으로 살아나는 퇴출대상 기업들이 해마다 나타난다.

지난해 UC아이콜스와 함께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됐던 신지소프트는 지난해 말 기준 자본잠식률이 무려 1077%에 달했다. 신지소프트는 그러나 지난달 말 자본잠식률을 42.32%로 줄이며 극적으로 회생의 발판을 마련했다.

어떻게 기막힌 반전이 가능했을까. 신지소프트의 극적인 회생 비밀은 퇴출결정 직전 벼락치기로 여러차례 행한 유상증자다. 지난 연말 기준 신지소프트의 부채총계는 316억원으로 자산총계 119억원보다 196억원이 더 많았다.


퇴출을 불과 보름여 앞둔 3월14일부터 신지소프트의 유상증자는 시작됐다. 14일과 20일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통해 수십억원대의 자본을 늘린 후 26일과 28일 3자 배정을 통해 100억원대의 자본을 확충했다.

덕분에 부채는 215억원대로 줄었고, 자산은 256억여원으로 늘어났다. 외국인들의 출자전환은 주가에도 긍정적 영향을 줬다. 마치 외국계가 경영권을 장악하는 것 아니냐는 착시현상을 줬기 때문이다. 외인 주주들로서는 그야말로 '꿩먹고 알먹고'인 장사였던 셈.

600%대 자본잠식률을 90%대로 낮춰 퇴출을 모면한 모빌탑도 벼락치기형 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잠식률을 극적으로 낮출 수 있었다. 모빌탑은 3월24일과 26일 각각 25억원과 35억원 규모의 3자배정 유상증자를 했다. 이에 앞서 3월12일과 18일에도 40억원과 36억원 규모의 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큰 손 투자자들의 결단 덕에 이들 퇴출위기 기업과 주주들은 회생의 발판을 마련했지만 이를 바라보는 증권가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퇴출은 모면했지만 여전히 사업성은 불투명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증시 한 전문가는 "만성적인 적자기업은 살아나더라도 대부분 우회상장을 위한 껍데기(쉘)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며 "건전한 기업에 우회상장되면 좋겠지만 상당수는 머니게임에 이용돼 더 많은 투자자들의 손실을 야기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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