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 해법, 금융위-재정부 '시각차'

머니투데이 서명훈 기자 | 2008.04.01 15:00

금융위 '신속' 재정부 '대형화'에 초점

산업은행과 우리금융지주, 기업은행 등 정부 소유 금융회사의 민영화 방안을 놓고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가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다. 금융위는 신속한 민영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반면 재정부는 대형화(메가뱅크)에 무게를 두고 있다.

부처 수장의 발언을 비교해 보면 온도차가 확연히 느껴진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지난 20일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덩치가 너무 커지게 되면 민영화 자체가 지연될 수 있다”며 메가뱅크 방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전 위원장은 또 “공적인 금융회사의 시장점유율이 높아지는 것은 민간중심의 시장 활성화라는 새 정부의 큰 흐름과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민간 중심의 경제 활성화라는 국정철학과도 맞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강만수 재정부 장관의 생각은 다르다. 강 장관은 지난달 31일 금융위 업무보고에서 “키 플레이어를 만들어야지 세계 70~80위 은행이 5~6개 있어서는 아시아 금융허브도 어렵고 국제시장에서 자본조달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민영화도 필요하지만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대형은행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두 주장 모두 타당한 측면이 있다. 금융위가 선호하는 개별 민영화 방식은 신속성에서 강점을 갖는다. 특히 한국투자펀드(KIF) 설립과 중소기업 지원과 같은 국책과제들이 민영화를 통해 마련된 재원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민영화가 늦어지면 다른 국책과제들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금융위가 신속함에 무게를 두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메가뱅크 방안 역시 우리 금융산업의 국제적 경쟁력을 생각한다면 쉽게 버리기 힘든 카드다. 세계 시장에서 글로벌 금융회사와 경쟁하려면 그에 걸맞은 ‘덩치’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최종 의사결정권자인 이명박 대통령 역시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금융위 업무보고 자리에서 산업은행 민영화 방안에 대해 “방향은 옳다고 보는데 너무 막연하게 늦어지지 않겠는가 하는 걱정도 하고 있다”며 신속한 처리를 주문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국제사회에 내놓을 만한 투자은행(IB)이 있어야 한다”며 “소규모로는 국제사회에서 경쟁할 수 없고 대표적으로 내놓을 IB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속함과 규모 모두 중요하다는 뜻을 내비친 것.

결국 이 대통령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4월 중에 함께 논의하자”는 선에서 마무리 지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밥 먹자" 기내식 뜯었다가 "꺄악"…'살아있는' 생쥐 나와 비상 착륙
  2. 2 "연예인 아니세요?" 묻더니…노홍철이 장거리 비행서 겪은 황당한 일
  3. 3 "몸값 124조? 우리가 사줄게"…'반도체 제왕', 어쩌다 인수 매물이 됐나
  4. 4 박수홍 아내 "악플러, 잡고 보니 형수 절친…600만원 벌금형"
  5. 5 [단독]울산 연금 92만원 받는데 진도는 43만원…지역별 불균형 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