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폴슨 금융개혁안'..골격과 한계는

뉴욕=김준형 특파원 | 2008.04.01 05:33

FRB 권한 강화, 조직개편...모럴해저드 등 우려

미국 정부가 대공황 이후 최대의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나섰다.
남북전쟁때 마련된 감독 규정들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100여년만의 개혁이다. '시장 만능주의'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정부의 감독기능이 필요하다는데 원칙에 공화-민주당의 공감대가 형성된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이해당사자들의 근본적인 시각차이와 반발을 넘어 시장 감독체계 개편이 완성되기까지는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

◇ 폴슨 재무 "시장붕괴에 준비돼 있어야"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은 31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감독 기능 강화와 모기지 관리 기관 신설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규제 개혁 방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폴슨 장관은 이날 오전 총 218쪽의 '감독 개혁을 위한 청사진(Blueprint for Regulatory Reform)'을 발표, "미국의 자본시장은 불가항력적인 시장 붕괴에 보다 더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의 감독체계는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쳐다보는 수준"이라고 개혁안 마련의 배경을 설명했다.

감독시스템이 시장을 전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하고, 개별 감독기구 별로 관할 부문만을 파악하다보니 최근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과 같은 사태가 발생했다는 시각이다.

이같은 시각에 따라 마련된 개혁안은 △FRB 권한 확대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통합 △통화감독청(OCC)과 저축기관 감독청(OTS)통합 △모기지 위원회(MOC)신설 △연방보험 감독실(OIO)신설 등으로 요약된다.

◇ FRB에 감독 전권..'시장안정 대부'기능 분리

개혁안의 핵심은 FRB의 권한 강화이다.
개편안은 FRB가 기존의 상업은행 감독기능 뿐 아니라 월가의 증권사와 투자은행, 헤지펀드 등 총체적인 감독권을 갖도록 했다.
폴슨은 "시장 안정을 감독해야 할 당국으로서 연준은 금융시스템 전반의 자본안정성 유동성 수익성과, 이들의 잠재적인 시장 영향을 평가할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전체적인 금융안정성을 위협하는 경우에 한해' 연준이 금융기관들로부터 자료를 수집하고 예방조치를 취하기 위해 검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했다.

특정 금융상품에 대해 일일이 허가권을 부여한 것은 아니지만, (서브프라임 모기지) 과도하게 복잡한 구조로 인해 시장 전체를 위협할수 있는 부문에 대해서는 규제를 가할수 있도록 했다.

특히 연준의 시장안정기능과 관련, 중앙은행으로서 재할인창구에서 행하는 사전적인 '최종대부자'기능과, 비상상황에서의 '시장안정 대부'기능을 분리하도록 했다.
단기적인 유동성 부족과 패닉에 대응한 자금대출 대상을 연방법에 정한 금융기관들로 확대할수 있도록 법제화함으로써 제2의 '베어스턴스 사태'가 발생시 보다 신속하게 중앙은행이 개입할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 기구 통합으로 감독 효율화..'모기지'에 많은 비중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통합을 제안했다.

이는 이원화된 관리 감독 체계를 하나로 묶기 위한 것이다. SEC의 기능이 일반 거래에만 국한돼 있어 파생상품과 관련된 복합적인 거래에 대해서는 감독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 관련 파생 상품 역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점을 감안, 연방보험감독실(OIO)을 재무부내에 설치, 보험사들에 대한 감독도 강화하도록 했다.

폴슨 장관은 감독체계 개편에서도 주택시장 안정에 대해 높은 비중을 뒀다.
가칭 '모기지 발행 위원회(Mortgage Origination Commission)'를 신설해 모기지 시장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토록 한 것이다. MOC 위원장은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했다.

모기지 발행 위원회는 특히 제도권 모기지 발행 기관 뿐 아니라 금융시스템 밖에서 운영되고 있는 모기지 브로커들에 대한 최소한의 허가 기준을 제시하는 등 많은 권한을 갖도록 했다.

◇ '모럴해저드'우려, 이해 상충, 여-야 시각차...첩첩산중

1907년 금융위기를 겪고 난뒤 FRB가 만들어지기까지는 6년이 필요했다.
1929년 대공황 이후 입법과정을 거쳐 오늘날의 SEC가 탄생하는데도 5년이 걸렸다.
이후에도 감독기구 개편안이 수차례 제기된 바 있지만 의회와 월가의 반대에 부딪혀 번번히 무산되곤 했다.
폴슨 장관 역시 이번 개혁안이 완성되려면 몇년이 걸릴 것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지난주말 폴슨 장관의 개혁안이 윤곽을 드러내면서 벌써부터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들이 높다.

연준에 '시장안정'을 위한 대부기능을 부여할 경우 전형적인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중앙은행의 대부기능을 안전판 삼아 금융회사들이 오히려 더욱 큰 위험을 감수하려 들 것이라는 게 대표적인 비판이다.

감독기구 통폐합은 당사자들의 반발도 크다.
존 라이히 저축기관 감독청(OTS) 대표는 "OCC와 저축기관 감독청(OTS)통합이 쉽게 이뤄질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며 "지난 60년간 유사한 논의가 실제로 실현된 적은 없으며 2009년에 설립 20주년 행사를 치를 수 있을 것" 이라고 직원들에게 밝혔다.

금융감독 체계 개편안은 의회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민주당은 공화당 정부가 마련한 개혁안이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입장이다. 예를 들어 FRB의 감독기능 확대가 '시장 전체의 안정성을 해칠 경우'를 전제로 하고 있어 실효성이 적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위험이 큰 모기지 대출과 신용카드 발급 등의 업무에 대해서는 규제를 더욱 강화하고 월가 금융기관들에 대한 감독 기준도 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폴슨장관의 개혁안이 원안 그대로 의회를 통과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노동교화형은 커녕…'신유빈과 셀카' 북한 탁구 선수들 '깜짝근황'
  2. 2 '황재균과 이혼설' 지연, 결혼반지 뺐다…3개월 만에 유튜브 복귀
  3. 3 "밥 먹자" 기내식 뜯었다가 "꺄악"…'살아있는' 생쥐 나와 비상 착륙
  4. 4 "당신 아내랑 불륜"…4년치 증거 넘긴 상간남, 왜?
  5. 5 1년 전 문 닫은 동물원서 사육사 시신 발견…옆엔 냄비와 옷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