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아난 '메가뱅크' 불씨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 2008.04.01 15:00
금융위원회의 반대로 사그라들었던 '메가뱅크'(산업은행·우리금융지주·기업은행 통합) 방안의 불씨가 되살아나고 있다.(* 1월11일자 본보 <우리금융·산은IB·대우證 통합매각 검토> 참조)

◆강만수 "亞 10대 은행, 절호의 기회"..MB 동조=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이 발단이 됐다. 31일 금융위원회의 이명박 대통령 업무보고 자리에서였다.

강 장관은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는 아시아에서 3번째인데 우리나라 최대 은행은 (자산 규모) 70위 정도 되면 안 된다"며 "적어도 아시아에서 10대 은행 하나는 있어야 하는데 산업은행 민영화가 절호의 기회"라고 말했다.

↑산업은행 본점
그는 "프랑스는 여러 은행을 합병해 국제시장에 진출하고 있고 스페인도 수십개 은행을 2개로 통합해 키플레이어로 나서고 있다"며 "산업은행 민영화 계기로 안 한다면 어렵고 두번 다시 올 수 없는 기회이니 심도있게 검토해달라"고 했다. 금융위를 상대로 메가뱅크 방안에 대한 전향적인 검토를 촉구한 것이다.

이 대통령도 강 장관의 발언에 힘을 실었다. 이 대통령은 "규모 면에서의 경쟁력 문제가 대두되고 있으니 4월 중에 그 점도 검토하고 그 제안도 같이 포함해서 논의하자"고 말했다. 규모 면에서 경쟁력을 갖춘 은행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이 대통령의 인식이 묻어난다.

◆아시아의 맹주론 vs 대마불가'(大馬不可)론= 메가뱅크 방안이 처음 제기된 것은 올 1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였다. 당시 인수위 국가경쟁력강화특위의 한 관계자는 "우리금융과 기업은행의 매각을 추진 중인데 산업은행까지 내다 팔 경우 전체 매각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며 "우리금융, 산업은행 등을 합친 뒤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산업은행에 우리투자증권까지 합병할 경우 초대형 규모의 최강 투자은행(IB)이 탄생한다"며 "글로벌 은행들과 경쟁하려면 우리나라도 초대형 금융그룹을 만들어 아시아의 맹주로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인수위 국가경쟁력강화특위 내에서는 이 같은 방안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가 이뤄졌으나 금융당국은 '메가뱅크' 방안에 대해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덩치가 커지면 매각이 힘들다"는 이유였다.


인수위가 추산한 산업은행의 가치는 60조원. 여기에 우리금융(31일 종가 기준 13조9038억원), 기업은행(5조9152억원)까지 합치면 시가총액은 최대 80조원에 이른다. 금융권에서는 박병원 우리금융 회장 등이 메가뱅크 방안을 적극 옹호하고 나섰지만 금융관료들의 '대마불가'(大馬不可) 론에 밀렸다.

새 정부 출범 후 산업은행 민영화 업무가 금융위로 넘어간 뒤 '메가뱅크' 방안은 수면 아래로 잦아들었다. 이어 전광우 금융위원장이 20일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덩치가 너무 커지면 민영화 자체가 지연될 수 있다"고 밝히면서 메가뱅크 방안은 사실상 그 동력을 잃었다.

그러나 강 장관이 공식석상에서 '메가뱅크' 방안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한 데 이어 이 대통령까지 깊은 관심을 표하면서 '메가뱅크'론에 대한 전면적인 재논의가 불가피해 보인다.

◆메가뱅크 실현 땐 자산 507조= '메가뱅크'론의 핵심 논리는 자산규모의 경쟁력이다. 올초 인수위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글로벌 은행들과 경쟁하려면 자산 300조원도 적고 최소 400조원은 돼야 한다"며 "해외시장에서 인수·합병(M&A) 전략을 자유롭게 펼치기 위해서도 충분한 시가총액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최대은행인 국민은행의 자산총액은 지난해말 기준으로 약 220조원에 불과하다. 만약 산업은행에 우리금융, 기업은행까지 합쳐진다면 자산총액은 약 507조원에 달한다. 국민은행의 2배가 넘는다.

이 관계자는 또 "선진국의 초대형 은행 간 M&A를 보면 덩치가 크다고 안 팔린다는 논리는 말이 안 된다"며 "그 정도도 못 팔 실력이라면 그게 엘리트 금융관료냐"고 말했다.

박병원 우리금융 회장도 지난 28일 우리금융 주주총회에서 "크다고 안 팔리고 작다고 팔기 쉽다고 생각치 않는다"며 "장래성있는 매력있는 회사를 만들면 규모가 커도 잘 팔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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