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두손 놓은 채 1분기를 보냈다.

머니투데이 오동희 기자 | 2008.03.31 19:04
삼성 그룹은 시련의 2008년 첫 분기를 맞아 사실상 두 손 놓은 채 보냈다.

삼성 그룹은 특검 출범 후 지난 3개월 동안 수십명에 달하는 최고경영자 소환과 수십군데의 계열사 및 핵심임원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을 받았다. 그 와중에 올 한해와 미래를 위해 준비해야 할 투자와 채용, 인사 등을 결정하지 못한 채 시간을 보냈다.

삼성은 통상 1월 9일을 전후해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지만 1월 10일 삼성 특검이 출범하면서 사장단 인사는 무기연기됐다. 사장단 인사가 지연되면서 사장단 인사 후 1주일 내에 있었던 임원인사도 연기됐다.

삼성 직원들이 지난 1년의 업무 평가를 받는 '자랑스런 삼성인상' 시상식도 1월 9일 수상자들만 모인 가운데 조용히 치러졌다.

이어 통상 3월1일부로 단행됐던 간부 및 사원 승진 인사도 미뤄졌으며, 3월 승진과 함께 이뤄지던 임금 인상도 특검 이후로 늦춰졌다. 이에 따라 삼성직원들은 5월 급여를 받을 때 이전 미인상분까지 소급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투자계획도 아직 잡지 못해 미래 투자에 대한 불투명성이 확대됐고, 지난 30일 2만여명의 응시생이 참석한 가운데 3급 신입사원 채용 시험을 치렀지만 아직 채용규모도 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게다가 주요 임원들이 출국금지 조치를 당함에 따라 글로벌 비즈니스가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경우 예년과 달리 글로벌 경영활동에 나설 수 있는 상황도 되지 못했다. 매달 수차례의 해외출장을 다니던 CEO들의 발이 묶여 해외 비즈니스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삼성 그룹의 한 계열사 관계자는 31일 "지난 1분기는 현 상황을 유지하는 일 외에 뭔가 새롭게 미래를 위해 나아가기 위한 일은 아무 것도 못했다"며 "기업에서 가장 중요한 첫 분기를 힘겹게 보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3달간의 상처가 향후 수년간 회사의 미래에 영향을 미칠까 걱정이다"고 덧붙였다.

삼성 협력사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삼성 협력사의 한 관계자는 "삼성이 특검에 온 신경을 쏟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협력사들도 지난 1분기 동안 손놓고, 넋놓고 앉아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삼성특검의 2차 시한이 내달 8일로 끝날 예정인 가운데 삼성 측이나 협력사들은 추가 연장이 없이 조속히 특검 수사가 마무리되기를 바라는 분위기다. 경제단체들도 앞다퉈 특검의 조기종결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특검이 이들의 희망사항에 답할 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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