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두마리 토끼 잡을까

머니투데이 서명훈 기자 | 2008.03.31 08:00

금산분리와 규제… 非금융지주사 규제완화 효과 주목

금융위원회가 31일 내놓은 올해 주요업무 계획은 금산분리 완화와 규제 혁파로 요약된다. 금융산업이 한국경제의 새로운 성장 엔진이 되려면 이들 두 가지 요건이 충족돼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국내 금융회사들이 해외로 자유롭게 나갈 수 있도록 길을 터 주는 것은 작지만 큰 변화로 읽힌다. 지금까지는 해외 금융회사를 국내로 유치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정부의 계획이 이행될 지는 미지수다. 금산분리 완화의 경우 시민단체의 반대는 물론 국회내 이견으로 관련 법 통과를 낙관하기 어렵다.

◇ 금산분리 ‘단계적 완화’ = 금융위는 금산분리를 단계적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반대여론을 의식한 결정이다. 우선 사모투자펀드(PEF)와 연기금의 은행 지분 보유규제를 완화할 방침이다.

PEF는 산업자본이 재무적 투자자(LP)로 참여하는 경우에 한해서만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산업자본이 무한책임사원(GP)으로 참여하는 PEF는 지금처럼 은행지분을 4% 이상 소유할 수 없다.

연기금은 다소 복잡하다. 연기금이라 하더라도 비금융부문의 자본비중이 25% 이상이거나 비금융부문의 자산합계가 2조원 이상이면 산업자본에 해당한다. 연기금에 대한 예외를 따로 만들지 않는 경우 은행 지분 보유규제를 계속 적용받을 수 밖에 없다.

금융위는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한도 상향조정’을 2단계로 제시하고 있다. 결국 연기금의 은행 지분 소유제한 완화는 2단계와 맞물릴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금융위는 1·2단계를 동시에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예외보다는 정공법을 택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금융위는 오는 6월말까지 관련 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이를 연내에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보유 제한을 구체적으로 몇%까지 완화할 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금융위가 '국민적 공감대'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여론을 수렴할 의사가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처럼 민감한 사안에 대해 불과 3개월 만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법안까지 제출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 비은행지주사 규제 완화 = 금산분리 완화가 '철학' 문제라면 비은행지주회사 규제 완화는 '현실론'에 가깝다. 은행은 금산분리에 묶여 있지만 증권과 보험사는 비교적 자유로운 상황이다. 특히 자본시장통합법 시행과 자산운용 시장의 급성장으로 증권과 보험 분야에서 글로벌 플레이어가 나올 가능성이 더 크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금융위는 비은행지주회사에 대해서는 일반 제조업체 등 비금융회사도 자회사로 둘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예를 들면 삼성생명이 지주회사로 전환하면 삼성전자를 자회사로 보유할 수 있게 되는 식이다. 대기업 입장에서는 지배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열린 셈이다.

이는 그러나 전제 조건에 달렸다. 비금융회사를 자회사로 두려면 순환출자나 계열사간 상호출자가 먼저 해소돼야 한다. 또 자회사간 중요 내부거래를 엄격히 통제하는 이해상충 방지방안도 마련돼야 한다.

금융위는 사금고화를 막기 위해 비금융 자회사에 대해 단순한 자료 요청 수준을 떠나 직접 검사하는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규제 '완화' 아닌 '혁파'= 금융위가 가장 자신 있게 내세운 것이 규제 ‘혁파’다. 규제 개선이나 완화가 아니라 ‘확’ 뜯어고치겠다는 의지가 묻어난다.

모든 규제를 6월말까지 전면 재검토해 존치 필요성이 입증되지 않은 규제는 무조건 없앤다는 방침이다. 특히 구두지시와 같은 현장에서 느끼는 ‘전봇대’를 만들 경우 인사와 성과급 등에서 페널티를 부과할 계획이다.

그동안 금융회사들이 꾸준하게 문제를 제기해 온 규제는 우선 폐기 대상이다. 은행이 해외진출시 사전협의토록 한 조항은 사후 보고로 바뀌고, 보험사의 해외 자회사 소유제한도 풀어줄 방침이다.

또한 소비자 보호와 금융상품 판매 등 업권간 규제내용이 비슷한 부분은 먼저 통합하기로 했다. 규제의 형평성과 투명성이 그만큼 높아지는 셈이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2세 신발 만든 지 5개월 만 파경…지연, 황재균 흔적 싹 다 지웠다
  2. 2 33평보다 비싼 24평…같은 아파트 단지인데 가격 역전된 이유
  3. 3 "명장 모셔놓고 칼질 셔틀만" 흑백요리사, '명장·명인' 폄하 논란
  4. 4 티아라 지연·황재균 이혼 인정…"성격 차이로 별거 끝에 합의"
  5. 5 "국민 세금으로 '불륜 공무원 커플' 해외여행" 전남도청에 무슨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