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글로벌경영 '울산' 넘어야 가속

강기택 기자 | 2008.04.03 09:16

[현대차의 과제 ③]노조 없는 해외공장이 국내공장보다 '월등'

#1. 지난 27일 소형차 'i10'을 배에 실으면서 수출 50만대 기록을 달성한 현대차 인도공장. 인도 최대의 자동차 수출업체이면서 가장 빠른 속도의 성장세를 인정 받고 있는 이곳엔 노조가 없다. 대신 10여명 미만의 현지직원 대표들만이 참여하는 '노사협의회'가 근로조건 등을 논의한다. 이 노사협의회는 이미 2007년부터 3년간의 임금인상폭을 미리 정하기도 했다.

#2. 2002년 진출 이후 '현대 속도'란 신조어까지 탄생시키며 급성장을 거듭해 온 현대차 중국법인인 베이징현대차. 이 곳 근로자들도 중국이 정한 법에 따라 우리의 노동조합과 비슷한 공회(工會)에 가입해 활동한다. 하지만 이 곳 공회의 간부들은 잔업을 해야 할 물량이 생기면 앞장서서 근로자들을 설득할 정도로 생산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정몽구 현대·기아차회장이 오는 2010년 연 630만대 생산체제를 통해 '자동차 제국(Motor Korea)'을 구축하겠다는 꿈을 키울 수 있었던 것은 이처럼 진출초기부터 현지 근로자들의 적극적인 협조 속에 '성공의 역사'를 만들어 온 해외공장의 영향이 컸다.

인도와 중국 뿐만이 아니다.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인 북미를 겨냥하고 있는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에도 노조가 아예 없다. 지난해 상반기에 새로 준공한 기아차 슬로바키아공장은 노조를 결성해 놓고 희망자에 한해 가입을 받고 있는데 근로자들이 월급의 1%로 정해져 있는 가입비를 아까워할 정도다. 이런 분위기 탓에 노조측은 사측과의 '협업'을 가장 중요시한다.

반면 국내 최대의 단일 자동차 생산공장인 현대차 울산공장만은 생존경쟁에서 동떨어진 '글로벌 현대차'의 무풍지대이다. 현대차 노조는 1987년 설립 이후 연례행사처럼 거의 매년 파업을 벌여 오다가 지난해서야 겨우 무분규로 임단협을 타결했다. 뿐만 아니라 공장간 생산물량 이동은 물론이고 생산라인간 이전도 노조의 동의가 없으면 불가능할 정도로 막강한 힘을 갖고 있다.

노조의 힘이 센 반면 현대차 국내 공장의 생산성은 최악이다. 토요타 등 초일류 메이커들과의 비교는 차치하고, 같은 현대차 내 해외 사업장에 비해서도 그 성적표는 초라하기만 하다. 노조가 없는 현대차 알라배마 공장의 시간당 생산량은 73대로 아산공장의 63대를 능가한다. 중국 베이징현대차의 시간당 생산량도 68대로 아산공장을 앞지르고 있다.

현대차는 1997년 아산공장을 건설한 이후 10년째 한국에서 공장을 짓지 않고 있다. 그 대신 미국 앨라배마와 인도 첸나이, 중국 베이징, 체코 노소비체에 잇따라 새 생산기지를 구축하고 있다. 글로벌 생산네트워크를 갖추기 위한 것이 첫번째 이유지만 노사관계에 발목 잡히는 국내 공장를 애써 신설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생산성이 낮고 임금은 높은데다, 노조까지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국내에서 자동차를 만들 이유가 있겠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해 보면 그 이유는 더욱 자명해진다.


현대차는 2006년과 지난해 국내외 시장에서 각각 250만대와 260만대를 판매했다. 이중 해외 판매대수는 192만대와 198만대. 전체 판매물량의 76.8%와 76%에 해당한다.

현대차가 생산하는 차 10대 가운데 7~8대는 해외 시장에서 팔리는 셈이다. 현대차에 있어 해외 시장 개척과 판매 확대는 이미 사활이 걸린 중대한 문제라는 의미도 된다.

현대차는 이를 감안해 한국의 경기도 남양과 미국, 유럽의 R&D센터를 통해 제품을 개발한 뒤 각 권역별로 생산,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현지 고객의 특성에 맞는 차량을 판매하는 글로벌 현지밀착 경영체제를 완성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곧 '모터코리아(Motor Korea)'의 성립을 의미한다.

업계 전문가들은 현대차가 글로벌 자동차 제국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품질, 디자인 등과 같은 제품 내적인 요소 이상으로 노사관계, 기업이미지 등 제품 외적인 요소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단적으로 지난해 현대차가 세계 자동차 업계에 불어닥친 위기를 극복하고 해외 시장에서 전년 대비 3.8%의 판매 신장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도 10년 만에 무분규로 임금협상을 마무리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는 분석이다.

자동차공업협회 관계자는 "해외판매 확대를 위해서는 현대차 노사가 올해도 무분규로 임협을 타결해야 하는 것은 당위"라며 "한발 더 나아가 해외 공장에서 생산한 완성차 및 부품의 수입 금지, 물량 감소시 해외 공장 우선 폐쇄 등 경영진의 글로벌 경영전략을 가로막는 요소도 해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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