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장관 "난 싸움꾼 아니야"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 2008.03.30 13:06

한은과의 환율.금리 정책충돌 관련 서운함 피력

"난 싸움꾼 아니야"

'MB노믹스'의 야전사령관 격인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자신이 경제정책 방향을 놓고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와 충돌하고 있는 것처럼 비쳐지고 있는 것에 대해 불만을 피력했다.

강 장관은 지난 29일 오후 서울 삼성동의 한 결혼식장에서 열린 장관실 여비서 결혼식장에서 기자와 만나 "난 싸움꾼이 아닌데 왜 날 그렇게 몰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또 "누구와 싸울 생각이 없는데 언론이 오해하고 있는 것 같다"고 언론에 서운함을 나타냈다.

성장과 물가안정 사이에서 경제정책의 주안점을 어디에 둘 것인지를 놓고 이성태 총재와의 환율·금리 논쟁을 불붙였다는 비판을 의식한 발언이다.

조율되지 않은 정책당국자들의 발언이 시장을 망쳐놓고 있다는 언론의 십자포화에 대한 섭섭함을 표현한 것으로도 읽힌다.

강 장관은 더 이상의 언급은 피했지만 비교적 허심탄회한 이날 발언을 뒤집어 보면 '나무는 가만히 있는데 바람이 흔들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평소 소신을 강조했을 뿐인데, 시장과 언론이 과잉해석하고 있다는 것이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시장에서 한은 총재의 발언 이후 강 장관이 맞받아쳤다고 생각하고 있으나 이는 정책 당국자로서 당연한 일일 뿐"이라고 엄호했다.


강 장관은 그러면서도 이명박 대통령과는 혼선이 없음을 유독 강조하고 있다. 그는 이 대통령과 자신이 어긋나고 있다는 언론의 시각에 대해서 사석에서 강한 불쾌감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재정부 고위관계자는 "한은과의 엇박자는 어느 정도 있을 수 있어도 대통령과의 엇박자는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강 장관 본인도 "이명박 대통령이 물가를 성장에 우선하겠다고 말한 것처럼 보도되면서 외환시장에 혼선이 있었는데 이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강 장관의 '억울함'을 곧대로 믿어주는 이들은 희박할 것 같다. 오랜 관료경험으로 자신의 말 한마디가 시장에 어떤 파급효과를 가져올 지 모를리 없는 그이기 때문이다.

재정부 안팎에서는 MB노믹스의 지향점인 '7(연평균 7% 경제성장)·4(10년뒤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7(세계7대 경제대국 진입)' 정책의 입안자로서 강 장관의 성장 신념이 꺾이는 일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강 장관이 이 대통령도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는 점을 은연중 강조하면서 한은에는 금리인하를 더 압박하는 제스처일 수 도 있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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