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노믹스'의 야전사령관 격인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자신이 경제정책 방향을 놓고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와 충돌하고 있는 것처럼 비쳐지고 있는 것에 대해 불만을 피력했다.
강 장관은 지난 29일 오후 서울 삼성동의 한 결혼식장에서 열린 장관실 여비서 결혼식장에서 기자와 만나 "난 싸움꾼이 아닌데 왜 날 그렇게 몰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또 "누구와 싸울 생각이 없는데 언론이 오해하고 있는 것 같다"고 언론에 서운함을 나타냈다.
성장과 물가안정 사이에서 경제정책의 주안점을 어디에 둘 것인지를 놓고 이성태 총재와의 환율·금리 논쟁을 불붙였다는 비판을 의식한 발언이다.
조율되지 않은 정책당국자들의 발언이 시장을 망쳐놓고 있다는 언론의 십자포화에 대한 섭섭함을 표현한 것으로도 읽힌다.
강 장관은 더 이상의 언급은 피했지만 비교적 허심탄회한 이날 발언을 뒤집어 보면 '나무는 가만히 있는데 바람이 흔들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평소 소신을 강조했을 뿐인데, 시장과 언론이 과잉해석하고 있다는 것이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시장에서 한은 총재의 발언 이후 강 장관이 맞받아쳤다고 생각하고 있으나 이는 정책 당국자로서 당연한 일일 뿐"이라고 엄호했다.
강 장관은 그러면서도 이명박 대통령과는 혼선이 없음을 유독 강조하고 있다. 그는 이 대통령과 자신이 어긋나고 있다는 언론의 시각에 대해서 사석에서 강한 불쾌감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재정부 고위관계자는 "한은과의 엇박자는 어느 정도 있을 수 있어도 대통령과의 엇박자는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강 장관 본인도 "이명박 대통령이 물가를 성장에 우선하겠다고 말한 것처럼 보도되면서 외환시장에 혼선이 있었는데 이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강 장관의 '억울함'을 곧대로 믿어주는 이들은 희박할 것 같다. 오랜 관료경험으로 자신의 말 한마디가 시장에 어떤 파급효과를 가져올 지 모를리 없는 그이기 때문이다.
재정부 안팎에서는 MB노믹스의 지향점인 '7(연평균 7% 경제성장)·4(10년뒤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7(세계7대 경제대국 진입)' 정책의 입안자로서 강 장관의 성장 신념이 꺾이는 일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강 장관이 이 대통령도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는 점을 은연중 강조하면서 한은에는 금리인하를 더 압박하는 제스처일 수 도 있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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