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업체의 융통어음, '퇴출 풍향계'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 2008.03.30 15:58

[명동풍향계] 50억 융통어음 발행 추진한 A사 퇴출위기

"컴퓨터 관련 A사, 반도체 제조관련 B사, 전자부품관련 C사, 온라인 관련 D사…."
 
최근 명동 시장에 융통어음 발행 문의를 한 상장 업체들이다. 융통어음은 자금 조달이 목적인 일종의 '차용증'. 명동 사채업자들은 융통어음 발행 문의가 들어온 기업 리스트를 줄줄이 꿰고 있다. 이 어음이 등장했다면 자금 사정에 '황색등'이 켜졌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지난주 코스닥의 A사가 등록폐지 위기에 몰렸다. 부도설이 제기되고, 위·변조 어음이 발견되더니 끝내는 대주주가 사기혐의로 구속되는 등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갔다. 석 달전 수십억원 상당의 융통어음 발행 문의가 있었지만 당시 명동은 이미 부정적이었다.

◇위·변조 어음이 자작극?= "A사의 어음이 위·변조돼 지급 불능 상태입니다. 이번에 발견된 것 말고도 아직 유통되고 있는 위·변조 어음이 많다고 하니 주의하세요."

지난 18일 금융감독원 게시판에 A사 어음을 주의하라는 글이 올랐다. 전날 B은행에 들어온 10억원과 13억5000만원 상당의 어음 2매가 '가짜'로 판명됐기 때문이다.

명동 시장에서는 A사의 부도설이 돌았었다. A사는 금감원 공시 사이트를 통해 "부도설은 사실 무근이며 주거래은행을 포함해 모든 은행과 정상거래 중"이라고 자신있게 답했다. 하지만 불과 하루가 지나 '은행과의 정상거래'는 번복됐고, 대표 이사는 횡령과 배임 혐의로 고소되기에 이르렀다. 현재는 코스닥 등록폐지 사유인 '감사의견 거절'로 퇴출 위기에 몰렸다.


명동의 한 관계자는 "A사의 성장 과정을 보면 영업보단 인수·합병(M&A)에 관심이 많았다"면서 "위·변조 어음도 A사 내부인의 자작극일 가능성이 높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러 위·변조 어음을 발행해 만기가 돌아오면 지급을 거부했다는 얘기다.

◇주주와 명동의 엇갈린 "한숨"= A사의 소액 주주들은 주가 폭락에 울상이다. 올초 만해도 주당 1만원선에 거래됐던 주식이 현재 1375원으로 급락했다.
 
반면 명동 시장은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석 달전부터 A사는 명동 시장에 문을 두드렸다. 50억원 상당의 융통어음을 발행하기 위해서였다. 명동 시장은 끝내 A사의 융통어음 발행 문의에 묵묵부답했다. 명동의 한 관계자는 "경험칙상 융통어음 발행 회사는 부도가 날 확률이 높아 일단 신중할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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