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가 받아낸 공정위의 '고해성사'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 2008.03.28 15:59
올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 폐지까지 거론됐다 가까스로 살아남은 공정거래위원회다. 공정위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과 그 측근들의 정서를 읽을 수 있다.

'기사회생'한 공정위가 28일 이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했다. 공정위의 업무보고가 'MB노믹스'(MB의 경제철학)에 맞춰진 것은 당연했다. 보고 내용의 대부분이 '규제 완화'에 할애됐다. 공정위 입장에선 스스로 "업무를 줄이겠다"는 업무보고를 한 셈이다.

이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가 업무보고의 서두를 장식했다. 공정위는 출총제 폐지 등의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6월말까지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약속했다.

상호출자와 채무보증이 금지되는 그룹을 지금의 61개에서 41개로 줄이는 내용도 담았다. 대상 기준을 현행 2조원 이상에서 5조원 이상으로 대폭 끌어올렸다.

지주회사 규제도 확 풀었다. 부채비율 200% 제한이 사라지고 비계열사 지분을 5% 이상 갖지 못하도록 한 규정도 폐지된다. 또 지금은 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증손회사의 지분을 100% 가질 경우에만 증손회사를 둘 수 있지만 앞으로는 30% 이상만 가지면 된다.

앞으로 자산 또는 매출액이 2000억원 미만인 기업은 인수·합병(M&A) 때 공정위에 신고하지 않아도 된다.

공정위는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고 본 것 같다. 그래서 붙여넣은 게 "직권조사(비신고 사건 조사)와 현장조사를 자제하겠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앞으로 내부검토를 충분히 한 뒤 혐의가 분명하고 폐해가 클 때만 직권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현장조사도 서면조사로는 부족한 경우로만 한정하겠다고 했다. 공정위 직원들이 사무실로 찾아와 자료 뒤지는 것을 기업들이 가장 불편해 한다는 점이 고려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업무보고 모두발언에서 "이제까지 공정위 역할이 오히려 기업 활동을 위축시켰다"고 질타했다. 직권조사와 현장조사 자제는 이런 이 대통령의 인식에 대한 화답이다. 동시에 공정위 입장에서는 일종의 '고해성사'이기도 하다.

서동원 공정위 부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심증만 있을 땐 조사 나가지 않는다는 얘기"라며 "현장조사 나가서 (당초 혐의 발견 못하면) 작은 혐의라도 잡는 것도 안 하겠다"고 했다.

뒤집어 보면 지금까지는 '심증만 있어도 조사 나갔고 혐의를 못 찾으면 작은 혐의라도 잡아서 문제 삼았다'는 얘기다.

공정위 관계자는 "종전에는 혐의를 조사할 때 '어차피 현장조사할 건데 일찍 나가서 현장에서 자료 찾자'는 생각하고 현장조사를 실시하고 보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앞으로는 현장조사를 나가기 전에 충분히 사전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현장조사에서는 최소한의 자료만 요구해 기업 불편을 줄이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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