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총위원장 "나는 직격탄 맞았다, 당신은?"

머니투데이 최중혁 기자 | 2008.03.28 11:18

장석춘 위원장, '한경연포럼'서 1시간 솔직·투박 토크

'대기업 노조의 임금인상 자제'를 선언한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이 "이제는 기업과 정부가 구체적인 것을 보여줘야 할 때"라며 행동 변화를 촉구했다.

그렇지 못할 경우, '4.9 총선' 이후 노사쟁점으로 부각될 전망인 공공부문 구조조정에서부터 '실력행사'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경고했다.

장 위원장은 28일 오전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한국경제연구원 주최로 열린 '한경연포럼'에 참석, 향후 노사관계 발전을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특유의 투박한 입담으로 강연에 나섰다.

◇ "양극화, 장난 아니게 심하다" = LG전자 노조위원장, 한국노총 금속연맹위원장 출신인 장 위원장은 "LG전자 있을 때는 솔직히 우물 안 개구리였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금속연맹 위원장을 맡고부터는 제가 가진 생각을 많이 바꿨다"며 "계기는 양극화 문제가 장난이 아닐 정도로 너무 심하다는 것"이었다고 술회했다. 연맹 산하 사업장을 방문하면서 "이건 잘못됐다" 싶었다는 것.

장 위원장은 "노사 문제가 있는 회사에 연맹이 파견을 나가는데 무조건 이겨놓고 봐라, 조져놓고 봐라는 게 관행이었다"며 "노조도 개선할 부분이 일부는 있다"고 고백했다.

◇ "도덕성 결여된 경영은 범죄" = 그러나 칼날은 기업에 좀 예리하게 겨눠졌다. 장 위원장은 "아무리 기업이 이윤을 추구한다 하더라도 도덕성이 결여된 경영은 범죄라고 생각한다"며 "비정규직 문제, 원하청 문제 등에서 사회양극화를 심화시킨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조를 '암'으로 치부하는 일부 악덕 기업주들의 사례를 들며 "중요한 것은 신뢰"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LG전자 노조위원장 시절의 사례를 들었다.

장 위원장은 "여기 정병철 전경련 부회장이 오셨는데 제가 LG전자에서 모셨던 분"이라며 "사석에서건 어디서건 늘 존경한다고 얘기한다"고 소개했다. 노사협상에서 심각하게 대립하기도 했지만 협상장 문밖을 벗어나면 노사가 서로 존경하고 배려하는 신뢰가 싹터 있었다는 것.

장 위원장은 "지금도 어디가서 정 부회장에 대해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다"며 사측이 노사신뢰를 위한 진정성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 "나는 직격탄 맞았다...이제는 당신들 차례" = 장 위원장은 이번 한국노총 위원장 선거에서 대기업 노조의 임금인상 자제를 선언하고 "큰 조직들한테 직격탄을 맞았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그는 "노조가 투쟁하는 건 쉽지만 파장에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은 없다"며 "(양극화 해소를 위한)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가자는 게 저의 본심이었다"고 강조했다.

대신 노조가 먼저 양보한 만큼 기업과 정부도 구체적인 '액션 플랜'에 나서 줄 것을 강하게 주문했다.

장 위원장은 "대기업이 임금인상을 자제하면 그 부분을 얼마라도 하청기업에 넘겨야 한다"며 "무이자나 장기저리 지원 등 방법은 얼마든지 많다"고 말했다.

또 "임금인상을 자제하면 그 이윤, 성과에 대해서는 사원들한테 분명히 신뢰를 줘야조합원을 설득시킬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며 "정부도 임금인상 자제에 대한 세금감면 등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 "4.9총선 끝나면 공공부문 첨예 대립" = 장 위원장은 기업과 정부가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지 않을 경우 '실력행사'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4.9총선이 끝나면 공공부문에서 분명히 문제가 일어나고 첨예하게 대립할 것"이라며 "한국노총 산하 조직원이 몇 만명 있어 기업과 정부의 변화가 없으면 실력행사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어느 정부가 출범해도 공기업 개혁은 주요 메뉴였다"면서 "정부가 손쉬운 방법으로 구조조정을 얘기하지만 공공부문은 대국민 서비스 성격이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복수노조 문제, 노조 전임자 문제 등이 노조뿐만 아니라 기업, 정부 등 국민적 관심사가 될 것"이라며 "테두리 안에서 협상하되 무조건적 반대가 아니라 대안도 제시할 것"고 밝혔다.

다만 "경제살리기의 경우 별개"라며 "투쟁을 접을 수는 없겠지만 어린애들 무등 태워 올 수 있는 그런 투쟁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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