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으로 만든 골프공이 있다면

김헌 호남대 골프학과 겸임교수 | 2008.03.28 12:31

[김헌의 마음골프]공을 대하는 마음부터 바꿔야

금으로 만든 티가 있었다. 처음에는 선물용으로 만든 것이었는데, 헤드 업을 방지하는데 그만한 물건이 없다는 소문이 나면서 한 때 엄청 유행(?)을 했다고 한다.

티 하나 값이 한번 라운드를 하는 것의 2배 가까운 가격이니, 티가 날아가는 걸 보지 공 날아가는 것을 볼 사람이 누가 있겠나.
 
헤드 업은 확실히 방지되었을 테지만, 스코어가 좋아졌을 지는 모르겠다. 골프에서 스코어를 향상시키려면 스윙을 완성하는 것보다, 굿 샷을 몇 개 더 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전략이다.
 
사람들에게 골프는 스코어링 게임이라고 아무리 설명을 하고 강조해도 골프장만 들어서면 다 잊어버린다. ‘일단 지르고 본다’, ‘장애물은 무조건 넘어간다’, ‘돌아가는 것은 가문의 수치다’이런 분들을 위해서 공에다가 금을 입혀서 ‘금공’을 치게 하면 어떨까 생각을 해본다.
 
한 번 라운드 비용보다 더 비싼 금공을 쓴다면, 내기 골프에서 딸 수 있는 돈보다 더 비싼 볼을 쓴다면, 사람이 달라지지 않을까. OB가 날까 살살 치고, 해저드에 들어갈까 피해가고, 미스 샷이 나와도 살아있음에 감사하고, 흠집이 날까 조심스레 치고, 깨질까 부드럽게 치고….
 
스코어 향상에 그만한 물건이 있을까 싶다. 결국 공을 대하는 마음의 문제다. 격한 마음으로 공을 대하면 샷도 그런 샷이 된다. 무리한 욕심으로 스윙을 해대면 한 두 번은 참을지 모르지만, 여러 번 반복되면 ‘공’도 화가 날 것이고, 그러니 물에 ‘풍덩’ 뛰어들거나 집을 ‘확’ 나가 버리는 것이다.

 
골프를 잘 치고 싶다면 공을 대하는 마음부터 바꿔야 한다. 온화한 마음으로 공을 대하면 응분의 보답이 있다. 공이란 수명이 있는 것이다. 이번에 잘 맞았다고 다음 라운드에도 써서는 안된다.

18홀을 끝내고 나면 수명을 다한 것이니, 노고를 치하하고 잘 쉬게 해준다는 생각으로 공에다 사인을 하고서 집에 잘 모셔놓으시라. 날짜와 스코어를 기록하고 동반자들의 이름도 써서 어느 정도 양이 모이면 벽면을 장식하는 용도로 써도 좋다.
 
공에도 성질이 있다. 상급자가 될수록 거리의 문제보다 그린에 공을 어떻게 세울 것인가가 중요해지니, 스핀이 잘 먹는 3 피스 공을 쓰게 되는 것이고 초보자는 거리가 더 중요하기에 2 피스 공을 쓰는 것이다. 반발계수도 공마다 다르다. 자신의 헤드스피드에 따라 선택해야 한다.
 
공에 좋고 나쁨이 있다기 보다는 용도가 다른 것이고, 각각의 공이 성질이 다른 것이다. 클럽을 통해 전해지는 느낌도 가지 각색이다. 그러니 100타를 깨고 나면 이것 저것 공을 써서는 안되고 한 가지 공을 꾸준히 사용하면서 공과 교감을 나누고 성질을 이해하면서 정을 붙이는 것이 좋다.
 
공에다 자신만의 표식을 하는 버릇도 중요하다. 공은 소모품이 아니다. 다른 것들보다 상대적으로 수명이 짧은 것 뿐, 내 골프에 없어서는 안 되는 소중한 동반자다. 공을 진심으로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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