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임금↑·생산성↓' 늪 탈출 주목

머니투데이 강기택 기자 | 2008.03.28 08:25

[현대차의 과제②-1]노사관계 불안, 글로벌 경영 걸림돌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이 지난 17일 울산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토요타 수준'이란 표현을 사용했다. "1인당 생산대수와 품질 등 모든 면을 토요타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정 회장이 벤치마크로 삼은 '토요타 수준'에 비교할 때 '현대차 수준'은 아직 초라하다. 지난해 발표된 하버리포트에 따르면 자동차 한 대를 만드는데 토요타와 혼다는 각각 22.1시간, 21.1시간이 걸리는데 비해 현대차는 30.3시간이 걸린다. 미국의 대표적인 자동차 컨설팅업체인 하버컨설팅은 매년 하버리포트를 발표한다.

노조의 과도한 요구로 인한 비용 증가 등으로 토요타에 1위 자리를 내준 GM도 22.2시간에 불과하다.

'토요타 수준'에 비해 현대차의 1인당 생산대수나 영업이익 등 일련의 지표들도 마찬가지다. 전경련 조사 결과 2006년 기준 현대차의 1인당 생산대수는 도요타의 43%, 1인당 매출액은 40.8%, 1인당 영업이익은 22.2%에 불과하다.

현대차의 1인당 영업이익과 매출액, 생산대수 등 생산성 지표는 해마다 퇴보하거나 정체 상태지만 1인당 평균 급여액(생산직,사무직,임원 포함)은 △2003년 4700만원 △2004년 4900만원 △2005년 5500만원 △2006년 5700만원 등으로 매년 증가해 왔다.

회사측이 밝히는 울산공장 생산직의 급여는 연간 5500만~5600만원선. 이는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의 4만7000달러보다 많은 것이다. 국민소득 3만달러대의 미국인 현대차 근로자들보다 울산 현대차 근로자의 임금이 더 높다.

전문가들은 임금이 높은 것보다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생산성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전경련 관계자는 "생산성과 연계된 적정 임금을 지급해 생산성 향상을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현대차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 노동 유연성 확보가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강철구 자동차공업협회 이사는 "노동 유연성을 확보해야 모델별이나 지역별로 수요가 변동될 때 빠르게 대응할 수 있고 판매 확대, 생산성 향상, 비용 절감 등을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대차의 경우 토요타 등과 달리 생산량을 조정할 때 노사간의 사전협의가 이뤄져야 한다. 단체협약에 "신차종을 양산할 때 시간당 생산대수와 맨아워(Man/Hour)를 노사간 사전협의해야 한다"고 의무사항으로 못박아 놨기 때문이다. 맨아워(Man/Hour)는 차 한 대를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사람수와 작업시간을 말한다.


현대차내 공장에서 다른 공장으로 차종을 넘길때도 90일전에 노조에 통보, 심의와 의결을 거쳐야 한다. 그런데 이조차 각 공장별 노노갈등으로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울산 1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는 차종 '클릭'의 수요가 대폭 줄어 들어 생산량을 줄이고 아산공장의 쏘나타 여유물량을 1공장에서 생산키로 해 설비까지 갖췄지만 아직도 노조 위원회간의 접점을 찾지 못해 생산물량을 최적화하지 못하고 있다.

해외공장과 관련해서도 ▲국내 생산물량 2003년 수준 유지와 국내 생산공장 축소ㆍ폐지 금지 ▲현지공장에서 생산한 완성차와 부품의 국내수입 금지 ▲ 해외공장 신설, 해외공장 차종 투입계획 확정시 조합에 설명 등 독소조항에 발이 묵여 있다.

이처럼 노사간의 문제로 인해 발생하는 토요타와의 격차는 단순히 세계 1위와 6위간의 생산성이나 판매량의 격차에 그치지 않는다.

인터브랜드와 비지니스위크가 공동으로 평가한 도요타의 지난해 브랜드가치는 320억달러로 세계 100대 브랜드 중 7위, 자동차업체들 중에서는 1위였다.

같은 조사에서 현대차의 브랜드 가치는 45억 달러, 순위는 72위였다. 3년 연속 브랜드 가치와 순위를 높이며 100대 브랜드에 선정됐지만 토요타, 벤츠, BMW, 혼다, 포드, 폭스바겐, 아우디에 이어 자동차업체 중 일곱번째에 그쳤다.

세계 자동차업계는 현대차의 발목을 묶어놓고 있는 노사 문제가 어떤 식으로 변화하는지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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