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전설'의 새로운 도전

머니투데이 최종일 기자 | 2008.03.27 12:31

[뉴리더&컴퍼니]지영호 에코웰 대표

"인생의 묘미는 자고 쉬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는 데 있다." 영국의 시인 브라우닝의 말이다.

음식물쓰레기처리기 시장에서 초일류 중소기업을 꿈꾸며 오늘도 구슬땀을 흘리는 에코웰의 지영호(41) 사장. 그가 매일매일 열정을 불태워가는 이야기를 들어봤다.

#공구상

지 사장은 중소 무역회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가 맡았던 역할은 주로 기계, 공구류 등을 독일 등에서 수입해 청계천 일대 공구상가에 납품하는 일이었다. 4~5년간 공구상을 돌며 업계에서 신임도 얻고 영업에도 눈을 뜨게 됐다.

이 시절의 경험이 무역회사 창업을 꿈꾸게 된 계기가 됐다. 그는 수출 잘 하는 종합상사를 만들고 싶었다. IMF 금융위기 때문에 1년을 미뤄 1999년에 홀로서기에 나섰다. 아파트 전세금까지 틀어 창업자본금 1억 5000만원을 마련했다.

"창업을 해보니 상황이 전혀 다르다는 걸 알게 됐죠. 웬만한 수출 품목들은 대기업이 다 갖고 있더라고요. 수입으로 돌아섰죠. 특수 공구를 주로 했는데 저만큼 세일즈를 잘 했던 사람이 없었죠. 그 때는 청계천에서 전설로 통했을 정도였습니다."

빼어난 수완에도 불구하고 창업 초기의 장밋빛 전망은 오래가지 못해 퇴색했다. 특수공구 수입이 괜찮다는 말이 돌자 너도 나도 달려들었던 것. 자금력을 갖춘 회사들은 싼 가격에 어음까지 끊어주다 보니 지 사장으로서는 버틸 재간이 없었다.

#수출

때문에 당초 꿈꿔왔던 수출로 방향을 틀었다. 마침 방글라데시 구매사절단이 내한한다는 소식을 듣고 기회라고 판단했다. 방글라데시로 연락을 취해 구매 품목 리스트를 받았다. 섬유기계, 타이어, 배터리 등이었다. 그리고는 국내 섬유기계 생산업체에 연락을 취해 가격을 결정했다.

"방글라데시 사절단의 입국에 맞춰 이들의 숙소에 무작정 갔습니다. 사전 약속이 잡혀 있어서 하루 종일 기다렸죠. 저녁쯤 어렵게 만나 경기도 화성에 있는 기계업체로 사절단을 데려갔는데 이들의 얼굴빛이 하얗게 되더라고요. 좀 전에 다녀갔던 업체라는 거예요."

그는 물러설 수 없었다. 사장을 만나 해외 판권을 달라고 했다. 당시 그 회사는 다른 무역회사와 거래가 있었다. 하지만 젊은 사람의 배포에 회사 사장은 열심히 해보라며 넘겨줬다. 생판 본 적도 없는 사람을 만나 계약 건을 성사시켰다.

 
지 사장은 계약 후 곧바로 방글라데시로 떠났다. 기회의 땅으로 만들 생각이었다. 곳곳을 둘러보며 시장조사를 벌였다. 하지만 확신이 서지 않았다. 문화가 너무나 달랐고, 시장 환경도 무척 열악했던 것. 대신에 미얀마를 둘러보고 가능성을 확인했다.

한국에 들어와 지난 50년간의 국내 히트상품의 카탈로그를 들고 미얀마로 다시 향했다. 발품을 팔며 도처를 다녔다. 한 달에 두 차례씩 방문하며 열정을 쏟았다. 2년 만에 몇 백 명이 근무하는 회사를 꾸릴 수 있었다. 당시 현지 진출 국내 기업 중 봉제공장 이외에는 가장 큰 규모였다.

#음식물쓰레기 처리기

지 사장은 미얀마 진출로 바쁜 와중에 출장길에 들른 미국에서 '디스포저'를 보게 됐다. 디스포저란 싱크대 배수구에 설치해 음식물쓰레기를 분쇄한 후 물과 함께 내보내는 장치였다. 대히트를 예감했다. 제조국인 중국으로 가서 샘플을 받아와 시장 조사를 했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수입판매 금지 품목이더라고요. 1980년대 대기업에서 수입했는데 폐해 사례가 있어서 금지처분이 났던 거였죠. 꿈이 산산 조작 났었죠. 하지만 오기가 있었습니다. '물만 내보내고 쓰레기는 따로 처리하면 되잖아'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 사장은 "이 때 고생길에 접어들었다"고 표현했다. 초기에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수 억원의 개발비를 들였다. 하지만 중단할 수는 없었다. 제대로 된 제품으로 인정을 받고 싶었다. 2002년부터는 무역보다는 음식물처리기에 힘을 더욱 쏟았다.

에코웰은 현재 업계 상위권에 속해 있다. 올해는 1위로 치고 나가가기 위해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생각이다. 그간 다져온 기술력이면 충분하다는 승산이다. 향후 시장 전망도 무척 밝다. 2004년 300억원이었던 시장규모가 올해는 3000억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꿈

지 사장의 최종적인 꿈은 음식물쓰레기를 활용한 재생에너지 사업을 벌이는 것이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음식물처리기 사업은 교두보인 셈. 특장차 상용화 계획도 세워놓았다. 업소용 처리기를 좀더 크게 해 트럭에 설치하는 것. 미얀마에서 관련 사업을 벌이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

"일반인들은 먹고 살 만큼의 돈을 벌면 안전하게 가려고 하죠. 하지만 사업하는 사람은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새로운 직업을 끊임없이 만들어낼 의무가 있다고 봐요. 또 사업이 제 궤도에 오르면 영재학교를 설립해 아이들을 키워보고 싶습니다." 지 사장이 끊임없이 일을 만드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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