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유시민' 없어 민영의보 가속페달(?)

머니투데이 여한구 기자 | 2008.03.25 11:04
새 정부가 건강보험 본인부담금까지 보장해주는 실손형 민영의료보험 활성화 대책을 정부시책으로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민영의보를 둘러싼 해묵은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민영의보에 대한 규제 완화와 함께 지원 정책을 펼 것이라고 공언했다. 민영의보를 전략적으로 키워 전체 의료관련 산업 규모를 획기적으로 확대하겠다는 발상이다.

반면 실손형 상품 전면 확대가 건강보험의 부실화를 초래하고 의료 양극화를 불러온다는 반발도 거세다. 보건복지가족부는 민감한 사안임을 고려해 25일 열리는 대통령 업무보고에 민영의보와 관련한 내용은 담지 않았다.

◇추가 세제지원까지 고려=재정부는 받을 금액을 미리 정해놓는 정액형이 아닌 건강보험 본인부담금까지 보장해주는 '실손형' 상품에 대한 여러 지원방안을 검토 중이다. 특히 기존 소득공제 외에 추가 세제지원까지 하는 방안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민영의보가 커지면 공보험인 건강보험이 부실화되면서 소수 부자와 대다수 일반 국민간의 의료편차가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상당하다. 이 때문에 보건의료 관련 시민단체 뿐 아니라 정부 내 주무부처인 보건복지가족부조차 드러내놓고 찬성하지는 않고 있다.

실손형 상품 지원 외에도 시장 친화적인 민영의보 정책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와 공·사보험간 정보 공유 등이 대표적이다.

모든 의료기관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당연지정제가 폐지되면 건강보험 환자를 받지 않는 병원이 많아지고 민영의보가 그 영역을 대신하게 된다. 활동은 미미하지만 민영보험사와 300여개 병원들은 민영의보 확대를 염두에 두고 상호 협력기구(KPPO)를 지난 2006년에 구성해 놓기도 했다.

◇제2의 유시민 없나?=사실 실손형 민영의보 상품시장의 확대는 참여정부에서도 의지를 갖고 추진했던 사안이다. 대통령 직속기구로 구성된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와 보험시장 확대를 바라는 과거 재정경제부가 주도했다.

의료산업선진화위 내부에서는 실손형 민영의보 상품 확대가 대세였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총애를 받던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이를 뒤짚었다.

유 전 장관은 2006년 7월 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의료산업선진화위 전체회의에서 실손형 상품 판매로 건강보험 재정이 연간 2400억원~1조7000억원까지 피해를 입는다고 주장해 실손형 상품의 판매 금지를 관철시켰다. 또 과거 금융감독원이 가지고 있던 민영의보 상품의 관리감독권도 복지부가 가져가는 것으로 했다.


이런 결정은 보험업계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왔다. 위원회는 논란이 확산되자 실손형 상품으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악화 여부 및 규모에 대한 실증작업이 부족하다며 최종 결론을 유보했다. 결국 17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상정되지 못해 민영의보 관련 논의는 원점으로 회귀됐다.

하지만 실손형 민영의보 시장 확대가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지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상황은 급반전했다.

재정부는 조만간 김동수 차관보를 반장으로 하는 별도의 민영의보 활성화 실무협의회를 가동시켜 지원방안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더욱이 현 정부에서는 이런 흐름에 브레이크를 걸 유시민 전 장관 같은 인물도 찾기 힘들다는 점에서 민영의보 시장 영역의 대폭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2005년 9월 실손형 상품 출시가 가능해졌지만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로 상품출시를 하지 않았던 삼성생명 등 생보사들이 현 시점에서 민영의보에 뛰어들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진통 불가피=재정부가 '고삐'를 바짝 죄고 있음에도 민영의보 활성화 대책이 법제화되기까지는 난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참여연대와 민주노총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의료 양극화를 부채질하는 일련의 정책을 수용할 수 없다고 연일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보험업계가 요구해온 건강보험과 민영보험과의 정보 공유에 대해서는 '사생활 침해' 논란이 벌써부터 불거지고 있다. 개인 질병정보를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에 맡기면 민감한 사생활 노출 등의 폐해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복지부도 공·사보험간 정보를 공유하더라도 기초적인 통계자료 외에는 넘기기 곤란하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앞으로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나라당 최고위원을 지낸 전재희 의원조차 "당연지정제는 폐지 할 수 없다는 게 당론"이라고 말하는 등 당·정간 엇박자 기류도 감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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