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씨티그룹, 어떻게 변태할까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 2008.03.25 08:19

시총은 이미 3위로..자산도 곧 1위 내줄 듯

씨티그룹이 어떻게 변태할까. 이번 신용경색에서 가장 많은 자산 상각을 단행했고, 지금도 세계 곳곳을 다니며 돈을 구하고 있는 씨티.

신용경색에 혼쭐이 난 전세계 투자자들이 가장 경계하는 은행이다. 사실 베어스턴스가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고 해서 세계 금융시장과 경제가 큰 위기를 맞을 것으로 본 전문가는 많지 않았다. 베어스턴스의 비중은 그만큼 작다.

그러나 씨티는 다르다. 자산 규모 미국 1위(세계 1위)인 상업은행이 신용경색에 치명타를 입고 유동성 위기에 처하거나 최악의 경우 부도가 난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

씨티 주가는 이같은 우려를 반영해 10년래 최저가로 폭락했다. 200억달러 상당의 자산 상각을 단행하자고 주가는 2000년 고점 54.76달러에서 올들어 20달러를 이탈하기도 했다.

다행히 베어스턴스 매각을 계기로 금융불안이 완화되며 최근 씨티 주가는 상당폭 반등했다. 현재 시가총액 순위는 BOA, JP모간, 씨티 순이다.

그렇다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이를 아는 씨티는 남들의 관심이 다소 줄어든 지금 조용한 탈태를 시도하며 위기극복에 안감힘을 다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씨티가 대규모 자산 매각 등을 통해 몸집을 대거 줄이는 식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할 것이라고 25일 보도했다. 이렇게되면 씨티는 시가총액에서 1위를 내준데 이어 조만간 자산 규모에서도 3위권으로 밀려날 것으로 보인다. 1998년4월 트레블러스 그룹과 합병하며 씨티는 자산 1위에 올랐었다.

신임 씨티그룹 최고경영자(CEO)인 비크람 판디트(51)가 취임하면서 목표를 1위가 아니라 3위로 제시한 데는 그만한 사정이 있는 셈이다.

내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씨티는 지금 2000억달러 이상의 대출자산과 채권을 줄이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설정한 상태다. 자산을 적절한 가격에 매각해 재무구조를 건강하게 재조정하려는 것.

전문가들도 이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올스타인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로버트 올스타인 운용책임자는 "판디트는 많은 지방을 제거하려고 애쓰고 있다. 판디트는 1, 2위 경쟁에 관심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스타인은 씨티가 향후 2년안에 2배로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 인물이다.


씨티의 자산은 2조2000억달러. 하나둘 자산을 매각하면 미국은행(BOA)과 JP모간이 1위를 다투는 양상이 되고 씨티는 궁극적으로 어느 위치를 차지할 지 장담할 수 없다. 자산이 줄면 씨티 이익의 57%를 차지하는 이자 수익도 줄어들 전망이다.

문제는 자산 매각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워낙 자산이 크고 신용경색에 따라 가격 형성이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씨티가 매각에 나선다는 게 알려지면 해당 채권은 급락할 수도 있다. 시장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RCM 자산운용의 아담 콤톤 애널리스트는 "판디트는 자산 상각으로 인한 유동성 출혈을 만회하기 위해 투자자들을 찾고 있다. 씨티그룹은 결국 규모가 지금보다 작은 은행으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며 "그러나 매각이 이뤄지는 시장의 분위기는 긍정적이지 않다"고 진단했다.

매각이 어려운 여건을 감안해 씨티는 만기가 돌아오는 자산을 점진적으로 줄여나가는 방법을 취할 수도 있다. 매각이 또다른 상각을 가져오는 악순환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가장 위험한 자산은 씨티가 거느린 7개의 자산유동화 전문회사(SINs)를 구조조정하면서 떠안게된 490억달러다. 여기에는 서브프라임 모기지증권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판디트는 향후 7주안에 주주들에게 씨티의 구조조정을 얘기할 계획이다.

2007년 이후 씨티의 시가총액은 1500억달러가 증발했다. 올 3월17일에는 시가총액이 1000달러 아래로 줄었다. 현재 시가총액은 1250억달러. 24일 씨티주가는 3.4% 오른 23.27달러였다.

씨티는 유독 시장과 친하지 않았다. 1998년 합병 이후 씨티의 연평균 상승률(배당금 포함)은 0.1%인 반면 BOA는 5.4%, JP모간은 3.2%였다.

급기야 씨티의 전 CEO인 찰스 프린스 회장이 사실상 모기지증권 사업에 '올인'했고 결정타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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