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미분양 자체가 경제적 문제"

머니투데이 송기용 기자 | 2008.03.24 16:21

주공·토공, 민간과 경쟁하면 안돼..복지적 측면 감안해야

이명박 대통령은 24일 "주택공사나 토지공사의 역할도 한번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 공공기관이 민간기업과 경쟁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부산항만공사에서 열린 국토해양부 업무보고에서 "민간이 할 수 없는 일을 정부가 하고 이렇게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주공·토공, 민간과 경쟁 안돼"=특히 주공과 토공에 대해 "물론 그렇게 해서(민간과 경쟁해서) 생긴 자원을 임대아파트 짓는다는 명분이 있지만 그런 명분으로 정부조직이 민간과 경쟁하면 정부조직이 유리하지 않을게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아울러 "그렇게 해서 경쟁하면 정부조직이 과연 올바로 가는 것이냐, 이 점도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정부조직이 국책사업으로 해외진출은 모르지만 순수한 민간기업 하듯이 어디 가서 공사 따러 다닌다, 이런 것도 옳지 않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조직의) 이 역할이 민간과의 역할과 또 지방자치단체의 공공기관, 유사한 기관과 어떤 역할을 분담해야 하느냐 이것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중앙정부가 그런 기관을 직접 다 해버리고 지자체가 또 유사한 기관 갖고 있으면, 같은 도시에 중앙정부 역할과 지자체 역할이 섞여서 경쟁하고 있다"며 "이것도 국가가 역할을 분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민간 기업은 수지 안 맞아 많이 짓지 않으니까 정부가 할 역할은 집 없는 사람에게 적은 평수의 집이라도 지어 공급해 주는 것"이라며 "정부는 서민들에게 민간기업 영역이 들어오지 않은 곳에 복지적 측면이 감안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물론 국영기업도 각자 경쟁력을 가져야 하지만 복지적 측면에서 이익을 내는 것으로 가버리기 시작하면 원래 역할을 다하라 수 없게 될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도 국토해양부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공기업은 민간기업의 영역에 침범하지 말고 민간기업이 관심이 없는 복지 영역에 주력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미분양은 주택정책 실패"=이 대통령은 지방 미분양 문제에 대해서도 걱정하며 주택정책의 실패라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아파트가 미분양되어 어려워지고 있는데 참 심각한 문제"라며 "그 자체가 경제적으로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특히 "(미분양은) 해당하는 기업들이 문제가 있는 것은 틀림없지만 그보다 더한 것은 지방의 모든 주택사업이 중지되면 서민경제에 치명적인 영향이 온다는 것"이라며 "서민경제, 서민생활과 밀접한 관련 있는 건축사업들이 지금 굉장히 침체일로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주택정책의 실패가 아니겠느냐"라며 "주택도 필요한 곳에 많이 짓고 필요하지 않은 곳에 적게 지어야 하는데 필요한 곳에 규제해서 적게 지으니까 사업하는 사람들이 규제 없는 곳에 가서 해보려다 보니 미분양이 생기고 심지어 수도권까지 영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 주택정책에 관련되어서도 국토해양부가 새로운 정책을 한번 구상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주공, 토공의 역할 검토는 이러한 주택정책 구상을 제안한 뒤에 나온 발언이다.

◆"예산 10% 절감할 수 있다"=이 대통령은 국토해양부 예산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갔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에서 예산을 가장 많이 줄일 수 있는데가 국토해양부"라며 "57조 중에서 10% 줄이는 것은 여기 앉아 있는 사람들이 마음만 줄이면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5조7000억원 줄일 수 있다"며 "감사원 감사결과를 보면 불필요한데 낭비성으로 투자해서 사업비 없어지거나 잘못 투자된 것을 지적한 것을 보면 과연 책임 있는 사람들이 집행했느냐 이런 생각이 들 정도"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예산을 절감하느냔 하는 것은 반드시 해야 할 일을 하지 말라는게 아니고 해야 할 일을 하는데 보다 효과적으로 하면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는 생각"이라며 "사업에 낭비적 요소가 있는 것을 줄이자"고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도 톨게이트 얘기를 또 끄집어 냈다. 이 대통령은 "내가 지방에 다녀보면 도로에 차가 몇대 다니지도 않는 도로에 큰 톨게이트 건물을 지어놓고 사람이 12~14 사람 근무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거기 잠깐 들러서 차가 하루 몇 대 다니느냐고 했더니 자기네 말로는 220대인가 하루에 통과한다"며 "그 말을 그대로 믿더라도 220대 통과하는데 큰 사무실 지어놓고 10여명 앉아서 할 일이 뭐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사람이 하나도 없이 220대 통과하면 한 사람 인건비도 징수하지 못할 것을 가지고 그렇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대통령은 예산 절감 방안과 관련, "유사한 일을 하는데도 단가가 각각 다르다"며 "각 부서마다 엄밀하게 전산작업을 해보면 유사한 일만 통일만 시켜도 10%가 된다"고 말했다.

◆"올해말 전 부서 평가할 것"=공직사정도 예고했다. 이 대통령은 "금년말쯤 가서 우리가 전 부서를 검토, 평가하려 한다"며 "과거와 같은 형식적 평가가 아니고 정말 창의적, 실용적 사고를 갖고 했느냐를 평가하려 한다"고 말했다.

또 "공직사회가 무사안일하게 일을 많이 안 하고 그저 이래서 저래서 안 됩니다, 해서 손톱만한 피해도 안 입으려는 무사안일로 인해 그 부서에서 인정 받는 시대는 지나고 의욕적으로 일하다 다소 본의가 아니게 실수하더라도 용납되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공직사회 비리는 철저하게, 과거 어느 대보다 실질적인 처벌을 하려는 법적 조치를 하려고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을 하려다 선의의 실수를 할 때도 있다"며 "그것은 비리와 구분된다"고 덧붙였다.

베스트 클릭

  1. 1 "밥 먹자" 기내식 뜯었다가 "꺄악"…'살아있는' 생쥐 나와 비상 착륙
  2. 2 "연예인 아니세요?" 묻더니…노홍철이 장거리 비행서 겪은 황당한 일
  3. 3 박수홍 아내 "악플러, 잡고 보니 형수 절친…600만원 벌금형"
  4. 4 "몸값 124조? 우리가 사줄게"…'반도체 제왕', 어쩌다 인수 매물이 됐나
  5. 5 [단독]울산 연금 92만원 받는데 진도는 43만원…지역별 불균형 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