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스턴스 '눈물의 2달러?'

뉴욕=김준형 특파원 | 2008.03.24 15:19

김준형의 뉴욕리포트

월가 5위 투자은행 베어스턴스가 주당 2달러에 JP모간체이스에 합병된다는 발표가 나온지도 1주일이 지났다.
발표 직전 직원들이 맨해튼 본사 건물 회전문에 2달러짜리 지폐를 붙여놓고 자괴감을 표시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런 '항의'의 흔적도 이미 찾아보기 힘들다.
신뢰를 잃은 금융회사가 유동성 위기를 맞고 결국은 정부개입을 통해 문을 닫거나 다른 회사로 팔려나가는 과정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것이다. 1998년 경기·충청·대동·동남·동화 등 5개 은행이 퇴출됐고, 조흥 상업 제일 한일 서울 등 5대 시중은행이 전부 주인이 바뀌었다. 퇴출 금융사 직원들이 몇년씩이나 길거리에서 시위를 했고, 직장을 잃은 은행 직원들이 만든 '눈물의 비디오'가 심금을 울렸다.

우리 생각엔 '눈물의 2달러' 행진이라도 이어질법한데 베어스턴스의 '퇴장'절차는 신속하고도 조용하기만 하다. 비록 '땡처리'당한 주주들의 반발로 재협상중이지만 베어 몰락은 이미 되돌릴 수없는 기정사실이 됐다. 한 간부직원에게 안부인사차 전화를 했더니 "어쨌든 합병이 완료될때까지 해고되지는 않을테니까 지켜봐야지.."라고 체념조로 말했다.

물론 일부 주주들은 '차라리 청산하면 주당 2달러는 더 건질 것'이라며 주총 표대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병이 좌절될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어 보이는게 이곳 월가 분위기이다. 왜일까?

파생상품 관련 부실이 어느정도인지 알수가 없어서 주당 2달러라도 남을수 있을지 모른다는 위험이 크다. '청산'절차에 들어가게 되면 멀쩡한 채무자들도 돈을 떼먹으려 들기 때문에 부실이 훨씬 커지게 된다는 것은 상식이다.

이런 상식을 떠나, 시간이 가면서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 인수조건을 뜯어보면 합병이 승인될수 밖에 없는 상황을 이해하게 된다.

주총에서 승인되지 않아도 베어스턴스 이사회는 합병계약을 당장 파기할수 없도록 돼 있다. 계약은 1년뒤까지 유효하며 이사회는 주총을 연기하거나 다시 열어서 승인을 얻어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지분의 30%이상을 갖고 있는 내부 경영진과 직원들에게는 적지 않은 당근을 제시했다. 지금까지 쌓여온 스톡옵션가치의 25%를 JP모간 주식으로 전환해주고, 합병절차가 끝날때까지 남아 있는 직원들에게는 가장 좋았던 시절인 2006년 보수의 25∼35%를 줄 것으로 알려졌다. JP모간에 남게 되는 직원들에게는 더 많은 '위로금'을 지급함으로써 위험을 무릅쓰고 합병에 반대표를 던질수 없도록 만들어놓았다.

그래도 만에 하나, 베어스턴스가 다른 인수자를 찾게 된다면 JP모간은 베어스턴스 본사 건물을 '11억달러-담보설정액'의 가격에 살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일종의 위약금이다.

여기에 연준이 JP모간을 통해 베어스턴스에게 지원한 300억달러는 합병통과를 위한 '재갈'이다. 연준의 뜻을 거슬러가며 이 돈을 물어주고, JP모간보다 나은 조건으로 베어스턴스를 인수할 곳이 있을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주주들의 반발이 인수조건을 다소 유리하게 바꿀수는 있겠지만, 이런 이중 삼중의 족쇄를 발판으로 조용히 해체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거부할수 없는 당근과 채찍을 던져주고 베어스턴스를 하루만에 요리해 버린 연준과 JP모간의 노하우와 공동운명체 의식이 섬짓할 정도이다.

의도했던 대로 베어스턴스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의 상징이 됐고, 시장은 베어스턴스를 양식 삼아 기력을 회복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시장감시의 책임을 져야 할 감독 당국은 코너에서 빠져나올 계기를 잡았다. 월가의 해결사 JP모간은 또 한번 생색을 내고 한 세기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떨이'를 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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