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량신약, 무조건 약값 더 달라고?

머니투데이 이기형 기자 | 2008.03.24 10:32

약효같은 값싼 제네릭 수십여개 판매중인데도 불구

약을 개발하는데 많은 비용이 들어간 '개량신약'은 이미 나와있는 복제약(제네릭)과 약효가 같음에도 불구하고 더 높은 약가를 받아야 하는 것인가.

이같은 의문에 건강보험공단이 어떠한 결론을 내릴지 제약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가격협상 결렬로 건보로부터 약값을 받는 '급여' 약제에서 제외됐던 종근당의 '프리그렐'이 지난주말 건보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프리그렐은 연간 1000억원 규모의 사노피아벤티스의 항혈전치료제 '플라빅스(성분명 황산클로피도그렐)'의 화학구조를 변경한 개량신약이다. 부가물인 염을 바꾸는 방법으로 개발 됐으며 약효 개선효과는 없다.

종근당 프리그렐은 지난해에는 플라빅스 가격의 75%를 희망약가로 제시했다가 이번에는 68% 수준으로 낮춰 보험등재에 재도전하게 됐다. 같은 플라빅스의 개량신약인 대웅제약의 '빅스그렐'도 같은 약가를 제시해 통과했고, 플라빅스 약가의 80%를 제시한 한미약품 '피도글'은 탈락했다.

제약사가 제시한 희망가격이 이번 약제급여평가위원회의 급여 판정 여부에 한가지 기준이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재미있는 것은 플라빅스의 복제약이 이미 시장에 30개 가까이 등록돼 있고, 가장 싼 약은 513원으로 지정돼 있다는 것이다. 복제약은 제일 먼저 시장에 나온 경우 오리지널 약의 68%를 적용받고,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낮은 가격을 받도록 돼 있다.


플라빅스 오리지널 제품의 1정당 보험가격은 2174원. 종근당과 대웅제약이 제시한 개량신약 희망가격은 1390원이다. 이들 개량신약은 약효는 앞서지 않으면서도 가장 낮은 약가를 적용받는 플라빅스 복제약보다 거의 3배나 높은 가격을 제시, 평가위를 통과한 것이다.

이들 개량신약은 앞으로 건보공단과의 본격적인 약가협상을 통해 급여약제 등제 여부가 결론이 나겠지만 건보심평원의 경제성 평가를 통과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않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오리지널과 약효가 같은 제네릭 상품이 수십여개나 등록된 상황에서 개량신약이 높은 약가를 제시, 평가위를 통과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개량신약은 단순히 염을 바꿔 화학구조를 변경한 것이지 약효를 바꾸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리지널 제품의 특허가 살아있는 경우에는 특허를 피해 약을 내놓는다는 측면에서 좋은 약가를 줄 수 있지만 뒤늦게 개량신약이라고 돈을 더 달라는 논리는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종근당은 프리그렐이 다른 제네릭제품과 달리 개량신약 개발과정에서 독성시험과 임상시험을 모두 거친 만큼 제네릭과 같은 가격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프리그렐은 지난해 과학기술부로부터 ‘고분자착염 항혈전제 개량신약 기술’로 신기술 인증을 획득하는등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는 게 종근당의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종근당은 개량신약을 제때 내놓지 못한 전략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기술력 혹은 투자비용 등으로 논점을 흐리고 있다"며 "연구비나 기술개발비는 정부의 다른 연구개발 정책자금에서 받아내야 하는 것이지 건강보험에서 감안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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