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신용위기, RTC 통한 해결 기대감 급부상

머니투데이 김유림 기자 | 2008.03.24 08:28

"결국 공적자금 투입으로 가야" 목소리 커져

미국 신용위기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결국 부실 모기지증권을 정부가 직접 매입하는 방식이 도입될 것이란 관측이 급부상하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지금까지 금리를 여섯 차례에 걸쳐 2.25%까지 낮추고 프라이머리딜러업체들에까지 재할인 창구를 개방하는 등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했지만 해결 기대감은 높지 않다. 결국 정부가 세금으로 부실 자산을 껴안는 방식이 나올 것이란 전망이 속속 제기되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21일 출처를 밝히지 않은채 "미국과 유럽 중앙은행들이 부실 모기지증권을 직접 매입하는 방식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FRB 관계자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미국은 지난 1989년 저축대부조합(S&L) 파산 위기 때도 정리신탁공사(Resolution Trust Corp)를 설립해 500억달러 규모의 공적자금을 투입했었다. 이번 신용 위기의 파급 효과가 당시 보다 훨씬 크다는 점을 감안할 때 현실성이 높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인 핌코의 빌 그로스는 "FRB에 남은 마지막 수단은 정리신탁공사를 설립해 모기지담보증권을 매입하는 길 밖에 없다"면서 "총 6조달러대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모기지담보증권 중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을 매입해 금융기관의 부실 부담을 털어주면 신용 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TCW그룹의 바르 시걸 이사는 "정리신탁공사를 통한 해결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납세자들에게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모기지증권을 매입한 후에 미 국채가 담보하는 형식으로 증권을 다시 발행하는 방식을 통하면 위기가 더 진전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월가에서도 발 빠르게 우량 모기지증권 매입에 나서는 회사들이 등장하고 있다. 뉴욕라이프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는 우량 모기지를 매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토마스 거라드 매니저는 "이 시점에서는 비(非)미국채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같은 움직임을 반영하듯 지난주 채권시장에서 모기지채권 가격은 상승히고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수익률은 하락했다. 메릴린치에 따르면 지난 14일 1.57%포인트에 달했던 미 국채와의 스프레드(금리격차)는 1.25%포인트로 떨어졌다.

전 FRB 부의장 출신의 앨런 블린더 프린스톤대 교수는 그러나 "정리신탁공사 형식을 통한 해결은 매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FRB가 결정할 일도 아니고 FRB는 납세자들을 대신해 그런 종류의 리스크를 떠안으면 안 된다"면서 "정부가 판단하고 결정할 성격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조지 부시 대통령과 폴슨 재무장관은 아직까지는 세금이나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상황이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15일 "정책적으로 그른 결정을 피하고 싶다"고 말했다. 금융시장에서 생긴 문제들이 기본적으로는 금융 시장에서 해결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89년 정리신탁공사 설입 법안에 사인한 것은 그의 아버지 부시 대통령이었다. 부시 대통령이 아버지와 비슷한 경험에 놓인 만큼 같은 선택을 할 지도 주목된다.

미국 정부는 지난 19일 연방주택기업감독청(OFHEO)을 통해 양대 국책 모기지 보증업체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잉여자본금 요건을 종전 30%에서 20%로 낮추는 방식으로 이미 간접적인 정부 지원에 나섰다. 정부의 지원으로 두 기관은 2000억달러를 모기지담보증권에 즉시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을 확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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