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용 LG電 부회장 "환율수혜는 나쁜 이익"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 2008.03.23 11:00

"나쁜 이익은 毒이 될 수 있어..CEO로서 어떤 역할을 할지 심각히 고민 중"

"LG전자는 환율의 순풍을 달고 순항할 것이다."

최근 한 증권사가 LG전자에 대해 분석한 보고서다. 환율상승으로 예상치 않았던 덕을 볼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면서 목표주가를 큰 폭으로 상향조정했다. 실제로 LG전자 주가는 최근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남용 LG전자 부회장이 이같은 환율상승이나 자회사의 실적 호조로 인한 이익은 '나쁜 이익'이라며 "위기의식을 높여야 한다"고 경고하고 나서 주목된다.

23일 LG전자에 따르면 남 부회장은 최근 임원회의는 물론 창원, 구미, 평택 사업장 등을 방문한 자리에서 “지금 우리는 조직의 체질을 바꿔야 할 중차대한 시기"라고 전제하고 "이익이 늘어날 것이라는 외부의 전망 때문에 변화의 스피드가 늦어지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이익에는 좋은 이익과 나쁜 이익이 있는데, 거품을 빼고 실체를 보면 최근의 환율 상승, 자회사 실적 호조로 얻게 되는 이익은 결코 좋은 이익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남 부회장은 특히 “현재의 나쁜 이익에 안주하면 변화의 고삐가 느슨해지고 우리에게 독이 될 수 있으며 3~4년 후 지금보다 더 큰 위기를 맞게 될 수 있기 때문에 대단히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시기에 CEO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밝혀 특단의 대책을 내놓을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환율 등의 대외 변수는 상황에 따라 우리에게 이득이 될 수도, 불리할 수도 있으며 우리가 관리할 수 있는 지표도 아니다"고 지적하고 "환율이 불리하게 작용할 경우에도 우리가 목표한 계획을 달성할 수 있는 체질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중국에 14개의 생산법인이 있는데 원화 가치는 떨어지는 반면, 위안화는 강세를 보이고 있어 중국에서 생산돼 해외로 수출되는 경우에는 이전보다는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환율로 인한 득실계산은 아직 시기상조임을 설명했다.

남 부회장은 이어 "최근의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가전 제품의 원가가 높아지고 있고 서브프라임 사태가 미국의 소비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일주일 단위로 판매, 재고, 채권관리를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자회사인 LG디스플레이의 실적이 좋아지면서 지분법평가이익이 늘어나 우리 회사의 순이익이 늘더라도 이는 LG전자 자체 경쟁력이 강화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우리의 성과나 체질 강화로 판단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LG전자 관계자는 환율, 원자재 등 외부 변수로 인한 사업계획 수정과 관련 “매월 향후 6개월에 대한 경영전망을 점검해 보고 있다"며 "당장의 계획을 수정하지는 않겠지만 하반기 계획과 관련해서는 일부의 내용이 변동될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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