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울림, 기업시장 무료백신 공급 '논란'

머니투데이 성연광 기자 | 2008.03.20 15:06

방화벽 고객사에 2년간 소포스 정품 백신 무료 공급

국내 1세대 네트워크 보안업체인 어울림정보기술이 4월부터 방화벽 신제품을 구입하는 고객에게 백신을 무료로 공급한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어울림정보기술은 자사의 방화벽 신제품 '시큐어웍스'를 구매하는 모든 고객들에게 영국 소포스의 바이러스 백신을 앞으로 2년간 무료로 제공한다고 20일 밝혔다.

어울림정보는 "해외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해외에서 인지도가 높은 소포스 백신엔진을 시큐어웍스 제품에 탑재키로 했다"면서 "이를 계기로 소포스와 공동 프로모션 차원에서 바이러스백신을 무료로 제공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개인용 보안시장의 '무료백신'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백신업계는 어울림의 이같은 행보에 적잖게 우려하고 있다. 개인용 보안시장에 이어 기업용 보안시장까지 무료화 바람이 거세지면, 백신업체들은 고사위기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울림도 나름대로 할 말이 있는 눈치다. 지난 7년간 자사의 방화벽에 안철수연구소의 백신 'V3' 엔진을 탑재해왔던 어울림은 더이상 안철수연구소와 협력유지가 힘들어지자, 이같은 조치를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안철수연구소가 지난해부터 어울림의 텃밭이나 다름없는 네트워크보안 시장에 뛰어들면서, 두 회사의 관계가 소원해진 것이다.

어울림과 안철수연구소는 V3엔진 공급계약은 지난해말로 종료됐지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올 상반기까지 계약을 일시 연장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이 계약기간마저 끝나면, 어울림은 V3엔진을 대체할만한 제품을 구해야 하는 입장이다. 어울림이 선택한 대체상품이 바로 '소포스' 백신엔진인 것이다. 국내 시장 기반이 전무한 소포스 입장에서도 인지도 굳히기 차원에서 어울림 프로모션에 적극 나설 수밖에 없어 보인다.


어울림의 '무료백신' 공급계획에 대해 백신업계는 "그다지 큰 여파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시장 가격질서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내심 우려하는 눈치다.

실제 그 범위가 일반 개인용 무료백신과는 달리, 어울림정보의 방화벽 고객사에 한정된데다, 기술적 대응력과 중앙관리가 중요한 기업용 백신 시장에서 단순히 '해외시장에서의 인지도'만으로 기존 백신을 교체한다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기업들 입장에선 일종의 '가격협상용 카드'가 될 수 있다고 해석한다. 이는 개인용 백신시장에 불어닥친 '무료백신' 여파로 기업용 백신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상황에서 악재로 작용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특히 네트워크 보안업체가 엄연히 다른 영역인 PC보안시장에 간섭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달갑지 않다.

이에 대해 어울림정보는 "소포스 정품 사용여부는 엄연히 고객의 선택"이라며 "다만, 네트워크가 아닌 웹사이트를 통한 웜, 바이러스 공격 등이 유행하면서 고객사들에게 보다 안전한 보안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한 차원으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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