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의 명예냐, 한국경제의 미래냐

머니투데이 오동희 기자 | 2008.03.20 15:27

5개월 멈춘 삼성 시계..협력사들 "죽겠다"

특검의 명예인가 한국 경제의 미래인가. 조준웅 삼성특검팀의 움직임에 경제계는 조마조마하다. 특검의 칼날이 한국 경제의 동맥을 향해 있다. 동맥을 잘못 건드리면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게 된다. 동맥수술이 불가피하다면 정밀하고 신속하게 끝내야 한다. 동맥을 풀어헤쳐 놓고 시간을 끌며 구경꾼까지 끌어들인다면 큰 일이 날 수 있다.

삼성의 시계가 벌써 5개월째 멈춰서 있다. 지난해 10월 김용철 변호사(전 삼성그룹 법무팀장)의 폭로로 아수라장이 된 뒤 100여명에 이르는 삼성 임직원의 줄소환과 수십 군데에 대한 압수수색 등 강도 높은 압박수사가 진행됐다. 한국의 대표적 최고경영자(CEO)들이 소환되는 모습이 전세계로 타전됐다. 특검 기간이 60일에서 90일로 연장된 데 이어 또다시 연장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 경제의 동맥 가운데 하나가 5개월째 풀어헤쳐진 채 세계적인 구경거리가 되고 있는 셈이다. 더욱이 감염 위험도 커지고 있다. 순수 법리 문제를 떠나 총선용 정치공세의 재료가 될 조짐이다.

세계 금융시장은 요동치고 있다.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물가 불안, 환율 쇼크가 한국 경제를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시계(視界) 제로의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

특검이 아니더라도 삼성은 이미 도전과 위기에 직면해 있다. 경제대국 일본의 자존심 소니를 누르고 유럽의 긍지 노키아를 맹추격했지만 더이상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이건희 회장이 지난해 "지금까지는 선진 기업이라는 등대가 있었지만 이제는 삼성이 스스로 찾아야 한다"며 '창조경영'론을 내세운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그러나 삼성은 올 들어 경영계획조차 제대로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 당사자는 엄살을 피운다는 오해를 살까봐 속으로만 끙끙 앓고 있지만 참다 못한 협력업체들이 나서는 지경에 이르렀다.

" 특검처럼 민감한 사안에 대해 함부로 말할 수 없어 그동안 참아왔지만, 이제 우리가 죽게 생겨서 말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삼성전자 협력업체들의 모임인 협성회의 이세용 이랜텍 대표는 중소기업중앙회를 찾아가 삼성 협력사들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성명서를 전달하면서 이렇게 하소연했다.

한 달여 동안은 과거에 해온 사업의 탄력으로 버텨왔으나 특검이 장기화되면서 경영계획을 못세워 신제품 개발이 늦어지고 재고가 쌓여 조업 단축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삼성의 1차 협력사는 1000여개지만 2차와 3차 협력사를 따질 경우 수만개에 달한다. 이들이 통째로 석달째 발이 묶여 있다. 삼성 그룹 임직원 28만명(해외 13만명)을 포함해 삼성으로 인해 유발되는 전후방 고용효과를 감안하면 한국 경제의 큰 동맥 하나가 묶여 있는 셈이다.

삼성은 22일 창립 70주년을 맞는다. 1970년대 박정희 대통령이 주도한 전자공업 육성정책의 상공부 실무 책임자였던 윤정우 전자정보인클럽 고문은 "수십년 간 피땀 흘려 이룩해온 한국의 전자산업이 흔들리지 않게 특검이 신중해야 할 것"이라며 "삼성이 흔들리면 한국 전자산업이 뿌리째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 고문은 "설마 그럴 리야 있겠느냐고 안이하게 생각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과거의 경험을 통해 볼 때 이런 상황으로 갈 경우 미래의 상황은 예측할 수 없다"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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