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관계에 '화합의 봄바람' 분다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 2008.03.21 10:52

[함께 달리는 노사, 상생협력] 연초부터 노사화합 선언 발표 잇따라

'춘투(春鬪)'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지만 노사 관계가 여느해보다 부드럽다.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이 "임금인상과 투쟁을 자제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재계 단체들도 고용안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고 개별 기업들 사이에서는 임금동결·노사협력 선언도 잇따르고 있다.

경영환경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노사 화합을 통해 위기의 파도를 넘자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노사화합의 움직임은 장 위원장이 취임한 지난달 28일부터 가시화됐다. 장 위원장은 취임사에서 경제살리기에 노조도 동참하겠다며 노사관계의 패러다임을 '투쟁에서 대화·참여'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특히 대기업 근로자들의 임금인상을 자제하겠다고 밝혔다.
▲LG전자가 올해 대기업 사업장 중 처음으로 임금동결에 합의했다.

재계는 '이례적'인 노총의 움직임에 '이례적'인 논평으로 화답했다. 전경련, 경영자총협회 등은 전례가 없었던 노조위원장 취임 환영 논평을 내놨다. 또 지난 19일에는 경제 4단체가 모여 일자리 창출과 고용안정에 힘쓰겠다는 결의문까지 발표했다.

기업 현장에서는 이같은 화합의 움직임이 구체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9일 2년 연속 임금동결에 합의 '19년 연속 무분규 임단협 타결'을 이뤘다. LG전자는 지난해 큰 폭의 실적개선을 이뤄내 임금인상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지만 올해도 경영환경이 녹록치 않다는 판단에 따라 노조가 과감히 양보한 결과다. LG전자 노사는 특히 임금동결로 확보된 자금 중 일부를 사회공헌기금으로 적립키로 했다.

LG전자를 신호탄으로 연일 화합의 합창 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고유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경영환경이 악화된 유화, 항공, 철강업계가 두드러진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 18일 울산 합성고무 공장에서 기옥 사장과 고경태 노조위원장 등 노사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항구적 노사 산업평화 선언식’을 갖고 회사측에 올해 임금 교섭에 관한 모든 권한을 위임했다.

최근 김천공장 화재로 어려움을 겪은 코오롱 노조도 임금동결을 결정했다. 코오롱 노조는 특히 경영진이 사고 수습에 총력을 기울일 때라고 판단, 최대한 형식적인 절차를 줄여 협상을 진행키로 했고 그 결과 통상 4~5개월 걸리던 임단협이 올해는 보름만에 타결됐다.

▲대한항공 노사도 올해 임금을 동결하는데 합의했다.

대한항공도 올해 임금을 동결했고 철강이 주력인 동국제강 계열 5사는 지난 10일 일괄적으로 임금 및 단체협상을 회사 측에 일괄 위임하며 임금을 동결했다. 동국제강 노사는 14년째, 유니온스틸이 15년째, 국제종합기계가 9년째, 동국통운이 8년째, 유니온코팅이 5년째 각각 무교섭 임단협 타결이다.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들은 올해도 무분규 타결 전통을 이어갈 전망이다. 현대미포조선은 17일 울산 본사에서 ‘선진경영 실천 결의대회’를 갖고 11년 연속 무파업 전통을 이어가기로 했다. 현대중공업은 13년 연속 무분규다.

이밖에 STX엔파코도 지난 4일 올해 매출 1조원 달성을 위한 노사협력을 선언하고, '임금 및 단체협약'을 회사에 위임해 4년 연속 무분규 무파업 임단협 타결을 이뤘다. LIG넥스원 노조도 지난해말 올해 임금 및 단체 협약을 회사에 위임했다.

‘강성 노조’의 대명사인 현대·기아차도 올해는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10년 만에 무분규 임단협을 타결하면서 노사관계가 모처럼 해빙 분위기를 타고 있어 주목된다. 정몽구 회장이 직접 공장을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고 노조도 생산인력 전환배치에 대해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기아차 노사는 신규채용 없는 전환배치에 합의했고 사측은 유휴자산 매각, 임원 연봉 20% 반납 등의 자구노력을 펼치기로 했다.

물론 이같은 화해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올해 노사 문제가 순조롭지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노총과 달리 민주노총은 여전히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고 비정규직 보호법 확대 시행으로 노동계가 술렁이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올해부터는 ‘산별교섭’이 예정돼 있고 새 정부의 공공기업 민영화 과정에서 고용 불안이 야기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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