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마감]상품시장 '커플링'… 다우 293p↓

뉴욕=김준형 특파원 | 2008.03.20 06:15
전날 폭등했던 뉴욕 증시가 하룻만에 급락세로 반전했다.
단기 차익매물이 쏟아져 나온데다, 금융시장 경색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우려감이 되살아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상품시장의 약세반전으로 상품 관련주들이 하락한 것도 지수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19일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전날에 비해 293포인트(2.36%) 하락한 1만2099.66으로 마감했다. S&P500지수는 32.32포인트(2.43%) 빠진 1298.42를, 나스닥지수는 58.30포인트(2.57%) 내린 1109.96으로 장을 마쳤다.

출발은 산뜻했다. 전날 골드만삭스와 리먼브라더스가 예상을 넘는 실적으로 투자심리를 호전시킨 바통을 이어받아 이날은 모간스탠리의 실적이 장 분위기를 호전시켰다. 모기지 업체 패니매, 프레디 맥에 대한 대출규제완화로 유동성 경색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도 작용했다.

그러나 원유가격이 17년만에 최대폭으로 급락하고, 금 밀 등 수주동안 치솟았던 상품가격이 일제히 곤두박질치면서 관련 기업의 주가하락이 시장 발목을 잡았다.
금융시장 불안을 반영하는 악재들에도 투자자들이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오후 들어 뉴욕증시는 하락세로 반전했다.

결국 주요 지수들이 모두 장중 최저치로 거래를 마쳐 폭등 하루만에 급락의 쓴맛을 봐야 했다.

◇상품시장 거품 빠지나

뉴욕 라이프 인베스트먼트의 윌리엄 내프 이사는 "주가하락보다 상품가격 급락이 더 중요한 이야기"라며 "어제 연준의 금리인하폭이 0.75%포인트에 그친 것은 상품 투기자들에 대한 명백한 경고였다"고 말했다.
원유 금 구리 밀 등 상품 가격이 곤두박질 치면서 관련주 주가도 급락했다.

이날 국제유가는 차익매물이 쏟아지면서 17년만에 최대폭으로 하락했다.
금 은 밀 등 최근 수주동안 사상 최고가 행진을 거듭했던 상품 가격도 일제히 급락했다.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는 전날에 비해 배럴당 4.94달러(4.5%) 떨어진 104.48달러로 마감했다.
WTI는 장중 한때 102.95달러까지 떨어지는 약세를 보였다.
에너지 재고 증가가 예상에 미치지 못했다는 발표가 있었음에도 유가 급락세에 제동이 걸리지 않았다.

앞서 이날 미국 에너지청(EIA)은 지난주 미국의 원유 재고가 전주 대비 20만배럴 증가한 3억1180만배럴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월가 전망치인 230만배럴을 크게 밑도는 것이다. 휘발유 재고는 19주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세계 최대 정유사 엑손모바일이 4.58% 하락하고, 셰브론 역시 4.91% 급락하는 등 정유 관련주 대부분이 급락했다.

4월 인도분 금 가격은 온스당 59달러(5.9%) 급락한 945.30달러로 장을 마쳤다.
금가격 하락폭은 2006년 6월 이후 최대이다. 은 선물 낙폭도 7%에 달했다.

밀 선물 가격 역시 부셸당 7.7% 급락, 10.74달러에 거래됐다.
이로 인해 세계 최대 알루미늄 업체 알코아가 7.7% 급락하는 등 금속 곡물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약세를 면치 못했다.

◇금융주 약세, '핫 이슈' 비자만 스포트라이트

모간스탠리의 기대이상 실적 발표로 장초반 금융주들이 전날의 상승세를 이어가는 듯 했다. 하지만 금융시장 불안감이 가시지 않으면서 금융주에 대한 차익실현이 이어졌다.
씨티가 1.45%떨어졌고, 전날 시장 분위기를 이끌었던 골드만 삭스는 5.18% 급락했다. 리먼 브라더스 역시 9.18%하락, 하룻만에 다시 급락세로 돌아섰다.
베어스턴스는 9.8%, 베어스턴스를 인수키로 한 JP모간도 0.56% 내렸다.

모간스탠리는 이날 1분기 순익이 15억5000만달러(주당 1.45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2% 급감했다고 밝혔다. 전년 같은 기간 모간스탠리는 26억7000만달러(주당 2.51달러)의 순익을 기록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주당 1.01달러의 순익을 전망했다.
한때 모간스탠리 주가는 47달러 이상으로 올라서기도 했으나 시장 전반의 하락반전으로 전날에 비해 1.38%오르는데 그쳤다.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성공시킨 세계 최대 신용카드 네트워크 업체 비자는 거래 첫날 무려 28.41% 급등하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IPO 가격이 44달러였던 비자의 주가는 이날 56.50달러로 마감했다.

국영 모기지 업체인 패니매와 프레디맥 주가도 각각 8.8%, 14.9% 급상승했다.
연방주택기업감독청(OFHEO)은 지금까지 모기지 손실 보전을 위해 이들 모기지대출업체에게 자본금보다 30% 많은 현금을 보유하도록 규정해왔다. 하지만 OFHEO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 이후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계 대출 채권 시장의 회생을 위해 패니매, 프레디맥의 자본금 보유 규정을 20%선으로 완화하기로 결정했다.
자본금 보유 규정이 완화되면 패니매, 프레디맥은 2000억~3000억달러 규모의 여유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 달러 반등 뒷심 부족

달러가치가 유로대비 상승했다. 그러나 엔화에 비해서는 하락하는 등 주요 통화대비 혼조세를 보였다.
전날 연준이 예상보다 소폭의 금리인하를 단행하면서 최근 급락세엔 대한 반대매매가 이어졌다. 하지만 금융시장 불안감으로 인한 금리인하 기조는 여전히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속에 등락을 거듭했다.

19일(현지시간) 오후 4시20분 현재 달러/유로 환율은 1.5605달러로 전날의 1.5636달러에 비해 0.31센트(0.19%) 하락(달러가치 상승)했다.
엔/달러 환율은 98.89달러로 전날의 99.56엔 대비 0.67엔 하락(엔화가치 상승)했다. 이날 뉴욕증시가 크게 하락하면서 엔캐리트레이드 청산여건이 형성되면서 엔 강세 요인이 됐다.

전날 연준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하하면서 강세로 돌아섰던 달러화는 오전중에는 다시 약세로 반전하는 등 등락을 거듭했다. CMC마켓의 수석외환 전략가 애쉬라프 라이디는 "달러와 주식시장의 반등이 단기에 그친 것은 금융시장이 여전히 유동성 및 신뢰상실로 인해 취약한 상태라는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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