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카드 분사, 신경쓰이네"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 2008.03.20 05:20

은행권 긴장 …시장독주 전업계 카드사도 촉각

국민은행이 카드사업(KB카드)을 분사, 자회사로 독립시키기로 한 것은 금융지주회사 전환과 함께 소비자금융부문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불가피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KB카드 분사 왜?= 신용카드사업은 개인고객과 은행의 접점을 넓혀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현행 체제로는 카드사업을 강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게 금융권의 지적이다. 카드사업에는 신속한 의사결정과 과감한 투자, 공격적인 마케팅 등이 박자를 맞춰야 하는데 은행 특유의 '보수적인' 성향이 이를 제약한다는 것이다.

통상 소비자들이 삼성·현대 등 전업계 카드사의 상품이 은행계 카드보다 혜택이 많다고 보는 경향도 이번 분사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조직 및 인사, 시스템 등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도 한 요인. 신용카드의 주고객인 청·장년층 소비자들과 호흡을 맞추려면 젊고 유연한 마케팅을 도입해야 하는데, 상대적으로 분위기가 경직된 은행에서는 녹록지 않은 부분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여러 상황을 볼 때 국민은행이 카드사업 분리를 늦추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분사가 결정된 만큼 국민은행 뿐 아니라 금융계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업계 긴장속으로= 금융계는 국민은행의 결정이 몰고 올 후폭풍을 예의 주시하는 분위기다. 보수적인 영업을 견지해온 KB카드가 분사를 계기로 시장공략에 적극 나서고, 은행과 시너지가 제대로 이뤄지면 카드업계뿐 아니라 은행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곳은 신한금융지주. 국민은행이 카드사업 분사를 결정한 이유 중 하나가 신한은행·카드를 견제하기 위한 포석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신한은행은 조흥은행을, 신한카드는 LG카드를 각각 인수해 국민은행의 기반을 위협하고 있다. 은행 자산은 국민은행이 신한은행을 40조원가량 앞서지만 카드에서는 신한카드의 독주체제가 굳어진 상태다. 지난해 카드사들의 시장점유율을 보면 신한카드가 23.1%로 선두를 기록한 가운데 국민(16.4%) 삼성(10.3%) 현대(8.4%) 하나(7.1%) 기업(5.9%) 농협(5.9%) 롯데(5.8%) 우리(5.1%) 외환(3.7%) 등이 뒤를 이었다.

신한카드는 LG카드 인수로 브랜드 이미지를 개선한데다 다양한 특화상품으로 꾸준히 고객층을 넓히고 있다. 이는 신한은행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주고 있다는 전언이다.

체감도는 다르지만 삼성·현대·롯데 등 전업계 카드사들이 느끼는 위기감도 상당하다. 기본적으로 은행계 카드보다 수익구조가 취약한데, KB카드의 입지가 커지는 것이 달가울 리 없다. 이미 국민은행은 원효성 카드담당 부행장 영입 이후 서비스, 마케팅, 상품설계 등에서 전업계 카드사 못지않게 역량을 키우고 있다.

카드사 관계자는 "KB카드가 분사 시점에 맞춰 메가마케팅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져 마케팅 담당자들이 모두 경계하는 분위기"라며 "지난해 선보인 멀티미디어 카드 출시를 늦추는 것도 신경이 쓰인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은행에 이어 하나은행 등도 카드부문 분사를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자칫 '카드대전'이 벌어질 가능성도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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