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리얼리즘으로 풍요의 시대를 비틀다

박정수 연일아트 대표 | 2008.04.01 17:47

[머니위크]미술품 투자와 감상법, 극사실주의

극사실주의 미술품이 득세하고 있다. 2006년부터 바람이 불더니 지금까지 유행처럼 우리나라 미술시장을 종횡무진 누비고 있다. 미술계 일각에서는 한철 지나는 바람이라고 말하지만 현재로서는 언제쯤 끝날 바람인지 예측하기 어렵다.

이정웅, 도성욱, 윤병락 등의 작품들이 그림 크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수백만원에서 몇천만원까지 거래되고 있다. 한때는 미술투자가 아니라 미술투기의 대상이 되기도 한 작가들이다. 우리나라 미술시장이 사실주의로 점철되어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양한 형태의 미술품들이 주요 위치를 점하고 있지만 젊은 작가들을 중심으로 극사실주의 미술이 힘을 발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극사실주의 미술이란 말 그대로 어떤 물건을 실물같이 그리는 회화이다. 하이퍼리얼리즘(hyperrealism)이라고 하며 포토리얼리즘, 포토아트 등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1960년대 이후 미국에서 파생된 반 추상표현주의 경향의 미술품이다.

사물을 바라봄에 예술가 개인의 감정을 극도로 배제한 채 일상에서 보이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세밀하게 그리는 것이 특징이다. 자신의 주관을 억제하면서 타인의 입장에서 막연히 바라보는 것이 팝아트와 비슷하지만 내용적인 부분에서는 다소 차이가 있다.

한편으로는 사람의 솜털이나 살갗 등을 극도로 세밀하게 묘사하기도 하여 경멸스러움을 조장하기도 한다.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정착된 극사실주의는 감성과 현실적 상황이 포함되어 있어 미국의 것과는 다소 상이한 현상을 지니고 있다.

미국의 극사실주의는 1960년대의 만연된 자본주의와 도시민의 소비적 상황을 주요 소재로 그려낸데 반해 우리나라에서는 자연 경관이나 익히 알고 있었지만 간과하기 쉬운 주변의 사물을 그려낸다.


쉽게 보이는 과일이나 채소류, 생활식기 등을 주요 소재로 삼기도 하는데 과거에는 생존을 위하여 음식으로 활용되던 것들이 많다. 먹을 것이 없던 시절 과수원에서 과일들을 접과 한 후 잘라낸 풋사과나 배를 주워와 삶아먹던 기억이 있다. 생존을 위한 음식이었던 과일이 이제는 식후에 먹는 디저트가 되었다. 늘 사용하거나 활용하여 왔지만 그것에 대한 바라봄의 여유가 없었던 시기를 지나 이제는 관망의 입장에서 볼 수 있는 여력이 생겨난 것이다.

미술품을 제작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미국은 사진이나 디지털 등을 활용하여 전사하거나 밑그림으로 활용하는데 반해 우리나라에서는 사진을 활용하기는 하나 예술가적 입장에서 변용하거나 변화를 주어 한국의 감성을 감각적으로 포함시키는 것을 즐겨한다. 보통의 것이 특별해 보이기를 원한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보통의 특별함이다.

이흠의 '쇼윈도 스토리'(show-window story)는 케익을 잘 그린 그림으로만 보기 쉽다. 그러나 쇼윈도 속에 들어있는 케익은 현대사회의 소비문화를 꼬집고 있다.

그림의 속내를 알아야 한다. 허영과 소비문화가 자본주의 전부인 양 예쁜색과 현란한 조명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화학 조미료이거나 인공색소로 덮혀진 먹거리 일 수도 있는데 예쁨이라는 것으로만 포장한다. 현시대의 자화상이다.
이 흠, show-window story, 72.7cm x 60.6cm, oil on canvas,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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