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는 Motor Korea" 정몽구회장의 강행군

이진우·강기택 기자 | 2008.03.19 09:43
 18일 오전 9시,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건물 옥상 헬기장. 새벽부터 출근해 아침 임원회의를 주재한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이 서병기 부회장, 김용환 사장 등 측근임원들과 함께 광주행 전용헬기에 서둘러 몸을 실었다.

 올 하반기 출시할 소형 다목적차량(CUV) 신차 AM(프로젝트명)의 시험생산이 한창인 기아차 광주공장을 찾아 라인을 점검하고 근로자들을 격려하기 위해서다. 정 회장은 전날인 17일에도 아침일찍 헬기를 타고 현대차 울산공장을 다녀오는 강행군을 했다.

 "MK는 '몽구'가 아니라 Motor Korea입니다"

 한국을 자동차 제국(Motor Korea)으로 만드는 것이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의 꿈이다. 정 회장은 2010년 630만대 생산 목표에 몰입해 있다. 지난 해 480만대를 생산했으니 아직 고지는 멀다. 정 회장은 "현대차 630만대 생산체제를 만들어 놓는다면 여한이 없다"고 말하곤 한다고 현대 관계자는 귀띔했다.

 현대차가 1997년 터키 공장을 기점으로 글로벌 경영에 나선 지 10년. 현대기아차는 미국, 중국, 인도, 러시아, 체코, 슬로바키아 등지에서 '해가 지지 않는 현대차 공장'을 구축하고 있다.

 연산 630만대는 현대차가 한국을 비롯 유럽, 미국, 남미 등 세계 전 지역에서 1초도 멈추지 않고 돌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차의 시계가 한 순간도 멈추지 않는 때, 정 회장의 머리속에 그 순간만이 꽉 차 있다. 술 자리도 달라졌다는 후문이다. 온통 일 얘기뿐이란다.

 정 회장이 비싼 유가에도 불구하고 헬기를 이용하고 있는 것도 마음이 바쁘기 때문. 2010년까지 시간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은 18일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을 방문하여 AM 생산라인의 설비 가동상태와 시험생산 차량의 품질을 직접 점검하고 근로자들을 격려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생산대수가 500만대를 넘어서면 부품조달 비용이 현격히 떨어져 토요타, GM 등과 본격적으로 경쟁할 수 있고 '빅5'로 진입해 '먹힐 수 없는 회사'로 우뚝 서게 된다"고 설명했다.


 정 회장의 울산공장 방문은 2006년 2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정 회장은 2006년 비자금 사태가 벌어진 이후 한차례 울산공장 방문을 타진했다가 노조측의 반대로 무산된 적이 있다. 비자금 사태 뿐만 아니라 노조까지도 그의 현장경영에 브레이크를 걸었던 셈이다.

 수년이 늦어졌지만 정 회장은 다시 길을 나섰다. 안을 다진 후 밖으로 갈 계획이다. 정 회장은 지난달 초 인도 제2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데 이어 다음달 8일로 예정된 중국 베이징 제2공장 준공식과 올 상반기 중 열릴 예정인 러시아 공장 기공식에도 모두 갈 예정이다.

 정 회장은 '안'에서 "고품질과 생산성 향상"을 가장 먼저, 가장 중요하게 챙겼다. 17일 울산공장에서 "1인당 생산대수와 품질 등 모든 면을 도요타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고 했고 광주에서는 "광주공장을 세계적인 명차를 생산하는 일류공장으로 육성하겠다"고 선언했다.

 도요타 수준의 생산성 확보는 '노조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한 과제다. 따라서 생산성을 높이려면 '무분규'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우회적으로 강조하면서, 다른 한편에선 신차개발과 투자를 통해 일감을 많이 확보토록 하겠다는 '당근'을 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 회장은 새로운 해법을 찾지 않는다. 자동차 회사의 정도(正道)인 생산성과 품질이 근본적인 해결책임을 강조한다. 자연스럽게 임직원들의 '정신 재무장'을 유도하고 있는 것. 무엇보다도 정 회장의 말 이전에 그의 움직임 자체가 현대기아차 그룹에 하나의 긴장이고 자극이다.

 정 회장의 이같은 행보는 고유가와 원자재가 상승, 서브프라임 사태로 촉발된 국제 금융시장 불안 등 대내외 악재가 겹치고 있는 최근 상황과 무관치 않다. 현대기아차는 환율상승으로 한숨은 돌렸지만 다른 악재들이 한꺼번에 겹치면서 여전히 어려운 경영여건에 처해 있다.

 게다가 당장 다음달부터 시작될 노조와의 임단협도 발등의 불이다. 최근의 위기를 상대적으로 쉽게 헤처나가려면 노조측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특히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무분규로 임단협을 타결한다면 정 회장과 현대차의 질주는 한결 탄력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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