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시신없는 살인사건' 결국 무죄

머니투데이 서동욱 기자 | 2008.03.18 12:47

"시신 발견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황만으로 살인죄 인정할 수 없어"

피해자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시신없는 살인사건' 재판에서 대법원이 피고인의 공소내용 중 살인 부분을 무죄로 판단,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했다.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이상 정황 만으로 '살인죄'를 물을 수 없다는 것으로 형사사건에서 증거재판주의(사실관계 인정은 반드시 증거에 따르는 것)를 강조한 판결로 해석된다.

대법원 3부(주심 이홍훈 대법관) 동거녀의 언니를 살해한 혐의(살인 협박 감금 등)로 기소된 한모(54)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살인 부분을 유죄로 인정해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이 부분 무죄 취지로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8일 밝혔다.

한씨는 2005년 9월, 혼인신고를 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동거녀 A씨를 자신의 승합차에 감금.폭행하고 같은해 12월에는 동생과 자신의 관계를 반대하던 A씨 언니를 납치한 뒤 살해, 유기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시신이 발견되지 않아 생사여부가 불투명한 상태에서 90%의 확신과 개연성이 있더라도 10%의 의심이 남아있다면 살인 부분 유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감금 등의 혐의만 유죄로 인정, 한씨에게 징역 9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살인죄를 유죄로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실종 후 2년 가까이 아무런 생존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으며 피해자가 동거녀와 피고인의 동거를 반대해 강한 증오심을 갖고 있었고 공범에게 청부폭력을 부탁하거나 치밀하게 범행을 모의한 정황이 분명하다"며 한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시체가 발견되지 않은 상황에서 피고인은 범행 전체를 부인하고 있다"며 "피고인의 행위로 피해자가 사망했다는 것이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돼야 피고인의 살인죄를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관련자들의 진술 내용과 공소사실로 제시된 증거, 사건 당시의 기록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살인을 저질렀다는 객관적 흔적을 발견할 수 없다"며 "따라서 원심은 이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하라"고 주문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네 남편이 나 사랑한대" 친구의 말…두 달 만에 끝난 '불같은' 사랑 [이혼챗봇]
  2. 2 '6만원→1만6천원' 주가 뚝…잘나가던 이 회사에 무슨 일이
  3. 3 20대女, 하루 평균 50명 '이 병'으로 병원에…4050은 더 많다고?
  4. 4 바람만 100번 피운 남편…이혼 말고 졸혼하자더니 되레 아내 불륜녀 만든 사연
  5. 5 밤중 무단횡단하다 오토바이와 충돌 "700만원 달라"... "억울하다"는 운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