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 직원들 "믿을 수 없는 현실.." 한숨만

머니투데이 김유림 기자 | 2008.03.18 11:08
뉴욕 맨해튼의 중심 메디슨가 베어스턴스 본사 건물앞은 17일 온종일 중압감에 휩싸였다. 승승장구하며 85년의 긴 역사를 자랑하던 거대 투자은행 베어스턴스가 하루 아침에 문 닫으며 직원들의 허탈감과 정크 수준의 헐값에 팔렸다는 상실감이 내내 교차했다.

졸지에 감원의 대상이 될 지 모를 직원들은 건물 회전문에 2달러 지폐를 붙여 놓았다. 5대 투자은행이라고 자부하던 회사가 주당 2달러라는 어처구니없는 가격에 매각됐다는 항의이자 어의없음의 반영이다.

늘 거침없는 투자로 대박의 신화를 키워온 베어스턴스의 주가는 1년 전만 해도 주당 150달러에 달했고 4분기말 현재 장부가치는 84.09달러에 달했다. 주당 2달러라는 헐값은 직원들의 자존심마저 허물었다.

직원중에는 자신들이 업계서 퇴출됐다는 사실을 아직 실감하지 못한 채 맥없는 한숨만 내쉬고 있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미 언론들에 따르면 직원들은 최근 사태가 급박하게 돌아간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 대한 회사측의 공지나 회의가 없었기 때문이다.

베어스턴스의 한 직원은 "대학을 졸업하고 첫 직장"이라면서 "월가의 대형 금융회사에 취직해 매우 기뻤고 좋은 경험을 계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었다"고 울분을 삭였다.

벌써 개인 소지품들을 박스 안에 정리하는 직원들도 눈에 띄었다. 반면 바로 건너편 거리에 있는 JP모간 관계자들이 챙겨온 소지품들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JP모간은 베어스턴스 매입에 따라 투자은행 파트 입주를 위해 전 세계무역센터건물자리에 지을 신 청사 건축 계획을 철회했다.

일부 직원들은 이날 뒤숭숭한 하루를 보낸후 발 길을 차마 떼지 못하고 인근 레스토랑이나 펍에서 맥주잔을 기울이며 앞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평소 친분이 있던 베어스턴스의 한 고위 직원은 간신히 연결된 전화통화에서 "아무 말도 하기 싫다. 다음에 만나서 이야기하자"며 서둘러 대화를 끝냈다.

JP모간은 아직까지 전세계 1만4000명에 달하는 베어스턴스의 직원들을 어떻게 수용하거나 감원할지 발표하지 않았으나 미 언론들은 7000명이 감원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CNBC에 따르면 JP모간은 베어스턴스의 프라임 브로커리지(헤지펀드 대출 사업부), 증권결제, 주식 매매 등의 사업부문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JP모간의 조직과 업무가 겹치는 나머지 사업부문과, 지원부서 등에 대해서는 해고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거듭된 금융위기로 가득이나 감원한파에 휩싸인 월가의 봄은 이래저래 흉흉하다.

뉴욕=김준형특파원, 김유림기자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감자 캐던 소녀, 큐대 잡더니 '국민영웅' 됐다…"한국은 기회의 땅"[인터뷰]
  2. 2 300만원 든 지갑 돌려준 노숙자, 돈벼락 맞았다…"수천만원 돈쭐"
  3. 3 '합의 거절' 손웅정 "손흥민 이미지 값이라며 수억 요구…돈 아깝냐더라"
  4. 4 "물 찼다" 이 말 끝으로…제주 간다던 초5, 완도에서 맞은 비극[뉴스속오늘]
  5. 5 베트남 두리안 싹쓸이 하더니 돌연 "수입 안해"…중국 속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