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생필품 통제 70-80년대로의 회귀?

송기용 여한구 기자 | 2008.03.17 17:29

"50개 생활필수품 가격 관리하라" 지시에 실효성 논란

"서민생활과 직결된 생활필수품 50개 품목의 가격을 정부가 직접 관리하라"

서민생활 안정을 화두로 내세운 이명박 대통령이 17일 사실상 주요 생활필수품 가격통제라는 극약처방을 내놨다. 하지만 정작 청와대와 정부는 대통령이 밝힌 50개 생활필수품의 내역조차 파악하지 못한채 갈팡질팡해 총선을 앞둔 설익은 언론플레이가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게다가 물가통제가 가능할지에 대해서도 부정적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MB "서민생활 위기,생필품 값 통제"
이 대통령은 이날 구미 전자정보기술원에서 열린 지식경제부 업무보고에서 "세계 경제 위기가 시작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전날 장.차관 워크숍에서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최대 위기가 오고 있는 것 같다"는 발언에 이어 경제위기론을 재차 꺼낸 것이다.

이 대통령은 "서민생활이 더 어려워지는 상황이 올수 있는 만큼 정부가 심각히 생각하고 대책을 수립하라"며 서민 장바구니 물가 안정을 강조했다.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공산품 값 상승은 어쩔수 없지만 서민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생필품 대책을 정부가 세워야 한다"고 지적한 것.

이 대통령은 특히 정부가 직접 관리에 나서라고 지시하고 그 대상으로 50대 생활필수품을 적시했다. 그는 "생활필수품 50개의 가격을 정부가 집중적으로 관리하면 전체 물가는 상승해도 서민생활과 직결된 50개 품목은 그만큼 상승하지 않을수 있다"며 "지식경제부는 관련부처와 협의해 이들 품목의 물량수급 정책을 펼쳐나가라"고 강조했다.

"도대체 50개가 뭐야"
대통령의 '생활필수품 50개' 발언 이후 청와대는 물론 기획재정부,지식경제부가 동시에 홍역을 앓았다. 부처 당국자들이 서로 전화로 탐색전을 벌이며 '50개'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려고 분주하게 움직였다.

하지만 '어디서 50개가 나온 건지 대체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어디 보고를 근거로 50개를 말한 건지 모르겠다. 우리는 (50개 생활필수품 가격통제안을) 올린 적이 없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도 "여러 부처에 물어봤지만 도통 모르겠다"고 답답해 했다.

기자들의 문의가 폭주하자 '청와대에 물어봐라' '담당부처인 기획재정부가 알고 있을 거다' '대통령이 지식경제부에 지시한 거니까 그쪽에 물어보는게 빠르다"며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50개'발언의 근사치라면 통계청이 작성하는 생활물가지수라는데 당국자들의 견해가 일치했다. 통계청이 작성하는 생활물가지수는 생필품 중에서 쌀·배추·라면 등 소득과 관계없이 구입하는 품목 88가지, 과일·세제 등 분기마다 한 번 이상 구입하는 품목 50가지, 기성복·운동화·학비 등 가격 변동에 민감한 16개 품목 등 총 154개를 대상으로 한다. 하지만 이것도 100개 이상 차이가 나서 '50개' 발언의 정답으로 보기는 어렵다.


반나절 이상의 혼선 끝에 내려진 결론은 '대통령이 50개를 구체적으로 적시한 것은 아니고 물가를 잡으려면 생필품 50개를 정부에서 직접 조절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발언'으로 정리됐다.

기획재정부 담당자는 "50개는 물가관리에 역점을 두겠다는 상징적인 의미의 숫자로 보인다"며 "대통령이 지시한 만큼 다른 부처와 협의해 50개를 추리는 작업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당장 재정부는 생활물가지수 조사품목 중 서민물가와 밀접한 50개를 골라 집중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가격통제? 어떤 방법으로 하나
대통령이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장바구니 물가 안정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지만 '50개'라고 특정 대상을 꼭집어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물가관리'라고 말했지만 사실상 '가격통제'를 거론한 만큼 파장은 클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특정 제품 가격을 직접 통제할 경우 해당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의 매출,이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수 있다. 이 때문에 '시장경제'를 표방한 이명박 정부의 이념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가격통제가 실효성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매점매석 등 유통단계의 문제로 물가가 급등했던 70-80년대라면 정부개입이 직효약이 될수 있다. 하지만 국제 원자재 급등, 미 달러화 불안, 투기세력 개입 등 국제적,구조적 문제로 인한 최근의 물가불안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고영선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정부 주도 경제개발이 이뤄졌던 박정희 정권때도 생필품 가격규제가 결과적으로 물가안정에 기여하지 못했다"며 "
직접적인 시장규제 정책은 실효성이 없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실무자도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정해 물가를 통제하는 방식은 90년대 중반 이후로 사라졌고 수급조절을 통한 물가안정도 방법을 찾기 어렵다"며 난감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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