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환율 폭등에도 '무개입'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 2008.03.17 18:28

한은 구두개입만… 시장, 매도개입 기대 커져

원/달러 환율이 한때 1030원선도 돌파한 17일 외환당국은 개입하지 않았다. 시장의 쏠림이 심해 대응해봐야 소용없다는 판단이었다.

구두개입을 했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한국은행은 이날 오후 2시30분 "환율상승 속도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는 아예 입을 닫았다. 재정부 관계자는 "무입장이 입장"이라고 했다. 청와대도 노 코멘트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해당 부처에서 처리할 문제"라며 언급을 자제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초비상이었다. 재정부 외환라인은 온 종일 비상회의의 연속이었다.

지금껏 환율 급등에 대해 "속도는 조금 빠르지만 큰 문제 없다"고 봤던 당국이다. 환율 상승이 수출을 늘리고 경상수지를 개선시켜 성장률을 높인다는 계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1.6% 떨어진 1574포인트로 내려앉았다. 환율 급등을 우려한 외국인들의 손절매 탓이었다. 이날 외국인은 주식 6387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2월 수입물가도 최근의 환율 급등 탓에 22%나 수직상승했다.

당국 입장에선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앞서 외환당국의 고위 관계자는 지난 11일 환율이 장중 980원선을 넘어선 당시에도 "너무 올랐다 싶다"고 했었다. 지금은 1000원을 넘어 장중 1030원까지 치솟은 상태다.

거시경제를 함께 책임지는 외환당국 입장에서 물가상승과 주가급락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대놓고 달러 매도 개입을 통해 환율을 끌어내리기도 쉽지 않다. 재정부 관계자는 "외환위기를 겪은 나라에서 외환보유고를 풀어 매도 개입을 했다가 무슨 소리를 듣겠느냐"고 했다. 당국이 곤혼스러운 이유다.

그러나 시장의 여론은 점점 당국의 매도 개입을 기대하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날 '원화 환율 1000-1000시대의 명암'이라는 긴급현안 분석 자료를 내고 "정부가 물가 상승에 따른 내수부진을 막기 위해서라도 환율 상승 기대 심리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장보현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원도 "지금까지는 정부가 환율 상승을 방임하는 분위기였지만 이 정도 수준이라면 개입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환율 폭등이 계속된다면 정부가 환율 급등을 막는 개입에 나설 날도 멀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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