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으로서의 건강보험, 양날의 칼

김창엽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 | 2008.03.19 18:01

[김창엽의 건강보험이야기⑤]산업으로서의 건강보험

몇 해 전부터 ‘의료산업’이라는 말이 부쩍 늘었다. 의료를 부나 재화를 창출하는 산업으로도 볼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따지고 보면 당연한 이야기다. 시장경제체제에서 산업으로서의 성격을 전혀 가지지 않는 영역이 있던가. 교육이나 복지, 문화 어디 없이 어느 정도까지는 산업이다.

의료산업의 영역은 넓고 다양하다. 얼른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약이나 장비, 진료재료와 같은 하드웨어다. 그러나 이러한 하드웨어를 이어주는 시멘트 역할을 하는 의료 ‘서비스’를 빼고는 의료산업이 성립할 수 없다. 의사의 진단과 치료, 간호, 간병 같은 것들이 대표적인 의료 서비스다.

의료산업에서 건강보험이 중요한 것은 의료의 생산과 소비 대부분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보험에서 제외된 항목이 아닌 한, 환자가 직접 구매하는 서비스와 약은 물론이고, 이 과정에서 쓰이는 장비와 재료의 재원도 결국 건강보험에서 나온다. 이런 모든 재정의 원천이 건강보험이고, 그 규모가 2007년 32조원을 넘었다. 이는 국내 총생산의 4%에 가까운 규모이고, 농림어업 전체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건강보험을 통한 소비지출의 다른 측면은 곧 고용이다. 건강보험 진료 기관만 병의원을 합해 7만5000개에 이른다. 이들 기관의 의료 활동이자 경제 활동이 고용의 원천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의료분야에서만 전체 일자리의 3~5%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는 제약이나 장비, 재료 등의 제조업 분야는 빠졌기 때문에 실제로는 더 많은 일자리가 건강보험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의료산업을 통한 소비와 고용은 다른 선진국보다 훨씬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는 빠른 시간 안에 의료산업의 소비와 고용지표가 선진국을 따라가리라는 것을 의미한다. 더 많은 돈을 의료에 쓰고, 이 일로 일자리를 삼는 사람이 크게 늘어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의료산업은 미래산업이고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이란 말이 틀리지 않는다.


하지만 의료산업의 성장이 밝은 면만 가진 것은 아니다. 의료의 소비지출 증가가 긍정적이기만 하다면 왜 건강보험 재정의 증가를 걱정하겠는가. 소비 지출은 수입이 전제가 돼야 하고, 의료에 쓸 재정이 확충돼야 커질 수 있다. 의료산업이 확대된다는 것은 곧 건강보험의 재정 부담이 더욱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재원이 건강보험이 아니라 민간보험이어도 사회 전체로는 크게 다를 바 없다. 우선은 가계와 기업, 나아가 정부의 새로운 부담은 불가피하다.

물론 새로운 부담이 더 큰 국민의 편익을 불러온다면 망설일 일이 아니다. 하지만, 선진국의 경험은 의료비 지출이 성장과 고용의 긍정적 효과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일관되게 보여준다. 다른 한편으로 가계와 기업, 정부의 지출 증가라는 부(負)의 경제효과도 동시에 봐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건강보험 ‘산업’은 경제적으로는 양날의 칼을 가졌다. 성장과 고용창출에 기여하는 것과 함께, 경제주체들이 부담해야 할 비용을 증가시킨다. 그래서 이 두 날 사이에서 적정을 찾고 균형을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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