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 개입 필요한 4가지 이유

더벨 황은재 기자 | 2008.03.17 18:35

국내 금융회사 부실 악순환 우려… "칼라일 사태 남 일 아니다"

이 기사는 03월17일(18:33)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외환당국이 적극적으로 외환시장에 참여해 환율 급등을 막아야 한다"

외환 당국이 달러 매도 개입 규모를 큰 폭으로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단순히 원/달러 환율 상승을 막기 위한 차원이 아니라 금융시장이 파국으로 치닫는 것을 막기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나라 금융시장은 원/달러 환율 상승→달러자금 대란 인식→스왑시장 왜곡(달러화 프리미엄 급등) 지속→환율 상승→자산운용사 마진콜 확대→선물사 및 자산운용사 손실 확대→은행 손실 위험 직면→금융시장 동반 패닉의 악순환에 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배경이다.

개입 필요성①"당국은 살아있다! 보여줘야"

17일 외환시장에는 달러 매수세력만 존재하는 듯 했다. 장이 열린 후 곧바로 1000원을 돌파한 환율은 1010원,1020원을 차례로 무너뜨린 것도 모자라 반나절도 안돼 1030원을 돌파했다. 마감환율은 전날보다 31.90원 오른 1029.20원을 기록했다.

가파른 환율 상승의 배경으로는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 외국인의 주식매도와 배당금 송금 수요, 신용경색 확대 등이 꼽힌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당국이 시장 안정을 위해 제때 나서주기만 했어도 패닉에까지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관련부서는 인사 등으로 어수선한 탓인지 책임있는 발언을 내놓지도 못했다. 한국은행에서만 "환율 상승세가 가파르다"며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구두 개입이 나오는 정도였다.

하나대투증권 김재은 애널리스트는 "외환당국의 무대응은 환율 상승을 막을 브레이크가 없다는 의미로 시장에 반영됐다"고 말했다. 일방적인 환율 상승 기대를 막았어야 한다는 것이다.

개입 필요성②"현물환 시장과 스왑시장의 악순환 차단"

현물환 시장과 스왑시장간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개입이 필요했다는 분석이다. 금융시장의 패닉이 전개된 과정을 보면 현물환율이 먼저 오르고 스왑베이시스가 약간의 시차를 두고 확대됐다.

환율이 오르면 스왑베이시스가 확대되고, 스왑베이시스가 벌어지면 다시 환율이 오른 것이다. 이후 두 시장은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패닉으로 치달았다.

단기 외화자금 시장과 스왑시장 불안이 외환시장에서 직접적인 달래 매수세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심리적인 측면에서 환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또 스왑시장에서는 환율 상승을 달러자금 부족으로 해석했다.

외환위기와 유사한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단기 외화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현물환 매수에 나설 수 있다는 것.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스왑시장 급락 여파로 일반적인 시장 상황과 달리 단기 달러 자금 확보를 위해 환위험 발생에도 불구하고 외환시장에서 달러 매수세가 유입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당국이 현물환 시장에서 개입해 달러가 시장에 풀릴 수 있음을 주지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율 상승을 막으면 스왑시장의 왜곡도 한층 완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개입필요성③"칼라일 마진콜, 남의 이야기 아니다"

마진콜 압박을 이기지 못해 파산한 칼라일 캐피탈의 이야기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나라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해외 증시 하락으로 투신사의 해외 펀드 환헤지가 비중이 축소로 달러선물 환매수 증가, 원/달러 환율 상승 촉진 다시 달러선물 상승으로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환율이 급격히 오르면서 선물 매도쪽에 치우쳤던 투신사의 포지션에서 마진콜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해외주식형에 국한된 게 아니다.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는 펀드들도 유지증거금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자산운용사들이 유지증거금 마련을 위해 자산 매도에 나섰다는 관측도 일고 있다. 그러나 시장 상황이 악화되고 자산 가격 하락이 예상되는 시점에서 거래 상대방을 찾기가 어려워질 경우 이마저도 여의치 않을 수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자산운용사는 유동성 악화로 위기에 빠질 가능성도 농후하다. 동양선물 이재형 연구원은 "환율 급등으로 자산운용사의 마진콜이 확대되고 있고, 환율이 더 오른다면 자산운용사들의 자산 매각 확대 등으로 금융시장의 패닉이 더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객들의 환매 수요가 늘 경우 자산운용사의 자산매각 확대, 달러선물 환매수 증가, 원/달러 환율 상승, 자산운용사 마진콜, 자산매각 확대 등의 악순환이 심화될 수 있다. 결국 당국이 적극적인 시장 참여를 통해 환율 상승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개입필요성④"한은, 달러 유동성 풀고 금리인하도"

자산운용사의 위기는 자산운용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거래를 중개한 선물사, 거래상대방인 은행 등으로 위험이 전이될 수 있다. 이 경우 한은은 외환보유고를 대규모로 풀어가며 시장 심리를 달랠 수 밖에 없다. 초기에 진화했다면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을 들지만 일이 확대된 이후에는 더 많은 돈을 쓰고도 효과를 장담하기 어렵게 된다.

국내 금융시장이 경색될 경우 한은은 유동성 지원을 위해 통화정책 완화에 나서야 한다. 달러지원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 환율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플레 우려가 확산되고 있지만 금융시장의 안정성이 필요하기 때문. 금융시장 안정성이 저해돼도 인플레만 강조한다면 통화당국은 독립성이 아닌 '고집'으로 비춰질 수 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당국이 적극적으로 시장 개입에 나서야 할 때라고 재차 강조하고 있다.

김재은 이코노미스트는 "금융시장에서는 환율을 상승세를 꺾어 하락세로 돌아서야 한다는 게 아닌 환율 상승속도와 변동성을 줄이는 개입이 필요하다"며 "지금처럼 그냥 두고 보는 식은 아니다"고 말했다. 정미영 삼성선물 리서치팀장도 "당국이 시장 안정을 위해 해야할 일은 현물환 시장과 스왑시장의 개입"이라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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