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닉]환율 오르면 모든 것이 바뀐다

더벨 이승우 기자 | 2008.03.17 15:10

가계·기업·정부, 인식과 행동 달라질 때

이 기사는 03월17일(14:55)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외환위기 이후 줄곧 내리기만 했던 환율이 오르고 있다. 환율 급등은 각 경제주체들이 처한 환경을 바꾸어 놓을 태세다.

환율 상승은 인플레이션에 지렛대 역할을 할 뿐 아니라 내수 회복에 악재가 된다. 수출기업의 가격경쟁력에는 도움이 되지만 원화강세를 즐겨오던 수입기업에겐 비상시국이다.

정부와 기업, 가계(개인)라는 경제 3주체들에게 환율 급등은 어떤 경로를 통해, 어떤 의미로 다가오고 있을까.

#정부: 수출중심의 경제성장 정책에 무게

환율은 정부 거시경제 정책의 기본이다. 환율의 방향이나 수준이 크게 달라지면 정부의 경제정책 밑그림도 달라질 수 밖에 없다.

미국 등 주요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지 않는다면 환율 상승은 수출에 호재가 될 수 있다. 원화 약세가 가격경쟁력을 회복시키기 때문이다. 반대로 수입가격이 오르는 것보다 수입물량이 더 줄어든다면 수입총액은 감소하게 된다.

이 경우 경상수지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올해 70억달러 가량으로 예상하고 있는 경상수지 적자폭이 줄 수 있다. 다만 지금처럼 유가 등 원자재값이 급등하는 상황에서는 섣부른 예측일 수 있다.

정부의 경제정책은 내수부양에서 수출증대로 무게중심을 옮길 가능성이 커진다. 환율이 급등하면 수입 활성화를 통한 내수 부양은 어려워진다. 정부로서는 그동안 저금리 상황에서도 좀처럼 살아나지 않았던 내수 대신 수출을 성장의 원동력으로 택할 수 있다.

이는 '환율주권론'을 표방하며 수출을 통한 경제 성장을 외치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논리와도 일맥 상통한다. 그는 외환위기 직전 "경상수지 적자는 물가와 성장률에 희생된 것"이라고 표현하면서 대외 경제, 특히 수출의 중요성을 역설했었다.

환율 급등은 정부에게 또 다른 선물을 안겨준다. 지난 2003년 환율 급락시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달러 매수 개입을 통해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 손실을 봤지만 만회가 가능하게 됐다. NDF 매도를 통해 이익을 볼 수도 있고 급등하는 환율의 완급을 조절할 수도 있다.

#기업:통화옵션 거래한 수출기업 손실

수출기업들은 장기적으로 매출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외화표시 가격을 올리지 않더라도 원화로 환산한 매출이 늘어난다. 외화표시 가격을 낮출 여력이 생겨 가격경쟁력이 살아난다.


그러나 당장 손익에 도움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 그동안 싼 값에 미리 판 외화에서 평가손실이 나기 때문이다. 조선업체를 비롯해 작년과 재작년 수출업체들은 경상 흑자의 4~6배에 달하는 달러를 미리 팔았다. 당시 환율이 900원대였으니 팔았던 달러에 대해 평가손실로만 10%가량 나게 된다.

특히 들어올 달러 현금이 없는데 환율 하락에 편승해 무작정 미리 달러를 팔아놓았던 수출 업체들은 큰 일이다. 바로 환투기에 나섰던 업체다. 수출 제품 단가에 환율분을 확정시키지 못한 상태에서 미리 달러를 팔아 놨으니 없는 달러를 빌려 와서라도 달러를 팔아야 한다. 빌려와서 파는 즉시 손실이다.

또 환율 변동 위험을 방지(헤지:Hedge)를 위해 외환옵션 상품에 가입했던 수출업체들의 손실이 불가피하다. 일정 수준 이상으로 환율이 오를 경우, 계약금액의 두배의 달러를 팔아야 하는 KIKO(넉인 넉아웃)옵션의 경우 모두 손실을 봤다고 해도 무방하다.

수입기업은 원자재값 상승에 환율까지 올라 이중고에 처하게 됐다. 그간 수입업체들은 환율 하락에 익숙해져 환헤지를 게을리 해 왔다. 더구나 수입대금 결제 시기도 늦춰왔다. 한마디로 엎친데 덮친 격이다.

기업들의 자금조달 전략도 변화가 예상된다. 지난 2년간 통화스왑을 통해 외화표시 채권을 발행하는 기업들이 급증했다. 그러나 달러값이 크게 뛰고 있는데다 신용경색으로 외화를 통한 자금조달이 어려워졌다. 국내 채권시장이나 대출시장으로 발길을 돌려야 할 상황이다.

#개인:외화대출자ㆍ해외펀드 투자자 비상

해외여행객과 자녀를 유학보낸 부모들에게 환율 급등은 큰 고민거리다. 우선 2004년 이후 매년 사상 최대를 경신하던 해외여행은 둔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당초 짜놓은 예산보다 10% 이상 비용이 늘게 생겼기 때문이다. 일본 여행비용은 2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여행은 미루면 그만이지만 유학성 송금은 상당한 부담 증가가 불가피하다. 환율이 올랐다고 유학을 포기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외화 대출자들에게도 비상이 걸렸다. 특히 저금리를 이용해 많이 이용됐던 엔화 대출의 경우, 최근 '엔화 초강세-원화 초약세'로 상환 자금이 크게 불어나고 있다. 엔화 대출의 경우 환차익을 노린 경우가 많아 환헤지가 이뤄지지 않았다. 원/엔 환율이 100엔당 1000원 이상으로 오르면서 낮은 금리에도 불구하고 환율 급등으로 인해 상환 자금이 늘어나게 됐다.

해외펀드 투자자들은 손실을 각오해야 한다. 정부의 비과세 방침으로 폭증했던 해외펀드들은 대부분 환헤지를 하면서 환차손 우려가 적었다. 반대로 말하면 '원화 약세-투자국 통화 강세'의 덕을 보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환율 급등으로 추가 환헤지를 해야 하는 상황이 속출하면서 비용 증가로 인한 수익률 훼손이 예상되고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증시 하락과 더불어 환율 급등으로 주식과 환율 양방향으로 손실이 가중되는 셈이다.

이미 환헤지와 관련된 손실 가능성이 나타나고 있다. 해외 자산 투자시 환 헤지를 위해 선물환 매도나 달러 선물 매도 헤지를 해 놓는데 최근 환율이 급등하면서 선물의 경우 마진콜이 발생하는 경우가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헤지분이 사라지고 다시 헤지에 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물환 매도 헤지를 해 놓는 경우도 마찬가지. 투자 자산의 가치 변동으로 10% 가량 자산 가치가 움직일 경우 다시 헤지를 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은 증가하게 된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황재균과 이혼설' 지연, 결혼반지 뺐다…3개월 만에 유튜브 복귀
  2. 2 "밥 먹자" 기내식 뜯었다가 "꺄악"…'살아있는' 생쥐 나와 비상 착륙
  3. 3 1년 전 문 닫은 동물원서 사육사 시신 발견…옆엔 냄비와 옷이
  4. 4 "연예인 아니세요?" 묻더니…노홍철이 장거리 비행서 겪은 황당한 일
  5. 5 우리 동네 공인중개사들은 벌써 느꼈다…"집값 4%대 하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