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포인트]곰들이 깨어났다

머니투데이 오승주 기자 | 2008.03.17 11:00

"美경제 당분간 살아나기 힘들 것"

미국 5대 투자은행으로 꼽히던 '베어스턴스'가 무너졌다.

1920년대 대공황과 1ㆍ2차 세계대전의 와중에서도 생명력을 과시했던 베어스턴스는 서브프라임으로 촉발된 부실을 끝내 감당하지 못했다. 지난해 4월말까지만 해도 주당 159달러를 과시하던 베이스턴스는 주당 2달러에 JP모간에 팔려가는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됐다.

한해 동안 순이익만으로 서울시 1년예산(17조원대)를 뛰어넘는 21조1890억원을 벌어들인 '큰 곰' 한마리가 유동성 위기라는 덫에 걸려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된 것이다.

칼라일 캐피탈도 파산 절차를 밟고 있고, 손버그가 다음 차례라는 이야기도 공공연하게 오르내린다.

백관종 흥국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돈을 풀어도 미국경제가 당분간 살아나기 힘들 것"이라며 "현재 글로벌증시 상황을 정치경제학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예전에는 달러의 위기가 도래했을 경우 미국이 세계 각국을 모아놓고 영향력을 행사하면 어느 정도 문제가 해결됐지만, 시대가 변하고 미국의 입김이 제대로 먹히지 않으면서 각종 해결책이 '약발'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끄떡없을 것같은 자국의 대형 투자은행들이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나자빠지자 미국 정책당국은 글로벌 경제를 뒤돌아볼 형편이 못된다.

일단 유동성을 풍부히 공급해 파생상품의 과다발행으로 목이 죄인 자국 금융기관의 숨통을 트여주는 게 급선무다.

달러는 세계 기축통화 역할을 하고 있다. 풀린 달러는 침체일로를 걷는 미국에서 미국을 위해 쓰여지는 게 아니라 새로운 투자처를 향해 세계로 퍼질 가능성이 크다.


실물부문으로 샌 달러는 약달러를 등에 업고 원유나 원자재 등 상품부문으로 몰려 가격을 높이고 추가적인 달러 가치 하락을 부채질한다.

이 즈음에서 미국이 약달러의 가속화를 막기 위해 '압력'을 넣어 산유국에 대한 '증산 액션'이라도 취하도록 해 쏠리는 상품가격에 대한 급등을 막는 게 수순. 하지만 석유수출국기구나 원자재 생산대국은 미국의 말을 들을 이유도 없는 듯한 눈치다.

특히 중동국가들은 달러의 가치에 자국 통화의 가치를 연동시킨 고정환율제인 페그제를 폐지하겠다며 '달러 기축통화'에 공공연히 반기마저 들고 있다.

결국 현재 미국 투자은행들이 휘청거리는 현 상황이 금융패권을 잃어가는 미국의 현주소를 드러내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국내증시도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다. 국내 원달러 환율은 하루만에 단숨에 27원이나 폭등, 1020원을 훌쩍 넘어 1025원에 이르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1560선이 간단히 무너져 내렸다.

펀드 환매 압력이 우려되고 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정보파트장은 "일종의 자기실현적 공황심리가 벌어지고 있다"며 "패닉에 따른 투매성 오버슈팅이 나오고 있어 한치 앞을 내다보기가 어렵다"고 토로한다.

오파트장은 "현실은 일종의 시장 실패로 볼 수 있으며 정부의 개입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극적인 돌파구가 나타나야만 해결책도 제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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