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시대, 내 아이 소비 교육 시키기

이건희 외부필자 | 2008.03.17 12:00

이건희의 행복투자

올해 들어서 애초 기대와는 달리 경제상황이 점점 나빠지고 있습니다. 그 원인들이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라 대내외적으로 구조적인 문제에서 생겨나는 것이라서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원유만이 아니라 농산물 등 각종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오르는 모습은 반짝 생겨났다가 과거로 회귀할 현상은 아닌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들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오히려 단기적인 하락 조정이지 장기적인 추세는 이어질 전망입니다.

게다가 달러 가치 하락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은 올라가면서 물가상승에 대한 압력은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기에 한 개인입장에서는 세상을 걱정하고 원망한다고 나아질 것이 전혀 없습니다. 한 개인이나 한 가정의 입장에서는 어떤 것에서나 남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할 수 있는 다양한 대응방법을 추구해야합니다.
그중에서 자녀교육에 있어서는 어떤 고물가시대가 오더라도 다른 사람보다 잘 적응하고 대응하면서 살 수 있도록 철저한 경제관념, 물자를 아껴 쓰는 습성과 사고방식을 길러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 어떤 집에서 초등학교 다니는 아이가 주변 친구들이 휴대폰 가지고 있다고 자기에게도 휴대폰 사달라고 조르는 것을 보았습니다. 부모는 아이에게 "중학교 들어가면 사주마"하면서 달래는 것이었습니다. 지금은 초등학생에게까지 휴대폰이 보급되어 있지만 제 아들이 중학교 다닐 때에는 중학생 정도까지 보급되고 있었습니다.
그뒤 고등학교에 들어간 뒤에는 고등학생들 거의 다 휴대폰을 소지하고 있었습니다.

제 아들도 중학교 시절부터 고등학교 시절에 이르기까지 친구들이 휴대폰 가진 것을 보고 휴대폰 사달라고 조르곤 하였지만 저는 끝까지 버티면서 안 사주었습니다. "중학교 들어가면 사주마"가 아니라 "대학교 들어가면 사주마"로 대응하였습니다.

휴대폰 사용 요금을 자기 스스로 조달할 때 사주겠다고 한 것입니다. 휴대폰은 내가 사주지만 휴대폰 사용 요금까지 부모가 대주는 것이 부모의 의무는 아니라고 하였습니다. 다른 집에서 아이에게 어떻게 해준다고 우리집에서도 꼭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였습니다.

"사람이 살면서 다른 집이 어떻게 하는지에 관심가질 필요 없다. 나는 네 아버지이지 다른 아이의 아버지가 아니다. 휴대폰 사주는 다른 집 아버지 같은 사람을 만나지 못한 것이 불행한 것인지 소신 있게 키워주는 아버지를 만난 것이 다행인 것인지는 세월이 지나가면 알게 될 것이다." 이런 태도로 대하였습니다.

◆ 아이 주변 친구들을 관찰한 바에 의하면 아이에 따라서 다르지만 휴대폰을 통해서 반경제적인 관념이 흔히 베이게 된다고 느껴졌기 때문이었습니다. 휴대폰 요금이 자기가 힘들여 번 돈에서 나가는 것도 아니고 통화시 일분일초를 아끼려는 마음도 가지지 않습니다. 휴대폰에 지나치게 시간 소모하는 아이들도 보았고 휴대폰 때문에 정신 집중력이 떨어지게 된 아이도 보았습니다.

그 부모들은 아이가 휴대폰 영향으로 그러한 것인지 잘 모르는 것 같았습니다. 아이에 따라서 괜찮은 아이도 있지만 제 아들의 성향을 파악할 때 염려되는 바도 있어서 저는 자제시킨 것입니다. 다른 집이 다 사주는 휴대폰을 안 사주는 것이 다른 집에는 유별나게 보일지 몰라도 저는 제 아이에 맞추어서 제 소신껏 키우고자 한 것입니다.

고등학교 시절 제 아이 학급에 휴대폰이 없는 아이가 딱 두 명이 있었는데 반장하는 아이와 저희 아이였습니다. 제 아이는 가지고 싶어하는 것을 아빠가 설득하고 제지해서 못가지고 있는 것이었고 반장 아이는 스스로 자기는 휴대폰이 필요 없다면서 안 가지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 아이는 공부도 반에서 1등이고 (저는 한번 직접 본적이 있는데) 풍기는 모습이 듬직하고 괜찮은 아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반 아이들 사이에서 이상한 아이가 아니라 능력도 있고 멋진 아이로 평가되고 있었습니다. 컴퓨터를 자기 방에 들여다 놓고 살면서도 컴퓨터에 전혀 빠지지 않고 절제하면서 꼭 필요한 만큼만 사용하는 대견한 아이입니다. 사실 이런 아이라면 휴대폰이 있어도 좋은 방향으로 꼭 필요한 만큼만 잘 활용할 것입니다.

◆ 대견한 그 아이와는 달리 제 아이는 평범한 아이라서 남들이 가지는 것을 갖고 싶어하는데 억제하는 것이 부모로서 안쓰러운 마음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경제관념은 어려서 형성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진정으로 아이를 위하는 마음으로 밀어붙인 것입니다.

아이가 대학에 들어간 뒤에는 약속대로 휴대폰을 사주었는데 다만 사용요금은 직접 알아서 조달하라고 말했던 것을 제 스스로 취소하고 지금은 사용요금도 대줍니다. 다만 한달 사용요금을 일정 금액으로 제한시킨 요금제로 하였습니다. 사용요금을 대주는 것은 그 동안의 세월에 일관성 있게 대해온 결과로서 경제관념이 다른 친구들보다는 훨씬 낫게 형성이 되었다고 판단 들었기 때문입니다.

친구들이 다 가지고 있는 것을 못가지고 있게 하는 것은 지나친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주변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을 의식하여 무조건 다른 사람을 따라하는 것보다는 자신에게 맞는 방향이고 올바른 것이라면 다른 사람의 행동과 무관하게 살 수 있는 습성이 오히려 삶을 더 융통성 있게 다스리면서 덜 스트레스 받게 해줍니다.

돈 모으면서 돈 늘리는 것에서도 다른 사람이 돈 쓰는 방식을 그대로 수용하면 다른 사람과 똑같은 결과가 얻어지게 되는 것이며 다른 사람보다 더 나은 결과로 돈을 늘릴 수는 없는 법입니다.

◆ 우리가 행복감과 심리적인 안정감을 가지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잘 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잘 사는 것이 중요한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과거보다 절대 소득이 늘어나고 절대적으로 더 크고 좋은 집에 주거한다고 그에 비례하여 행복감도 크게 느끼는가를 생각해보면 잘 알 수 있는 일입니다.

절대적인 경제력이 아니라 한 국가 안에서 상대적으로 나의 경제적 위치가 어떻게 되는가에 더 크게 영향을 받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과 비슷한 소비 패턴을 가지고 있으면 평균을 넘어서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들어설 수가 없습니다. 평균적인 소비 패턴을 따라가는 삶에 익숙해진 사람이 나이 들어서 패턴을 바꾸기는 힘듭니다. 어려서부터 형성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경제력은 수입이 있다고 해서 늘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경제력이 축적되는 속도는 '수입-지출'에 의해 정해집니다. 수입이 아무리 커져도 그 이상 지출이 늘어나면 소용없습니다. 대내외적으로 경제적인 불확실성이 어떻게 나타나더라도 아이가 커서 미래에 잘 대응하면서 살아가게 하기 위해서는 지출의 항목을 얼마든지 스스로 최대한 줄일 수 있는 태도를 갖도록 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수입은 나의 능력에 의해서 좌우되는 것 이외에 대내외적인 여건에 의해서도 어쩔 수 없이 크게 영향을 받기도 합니다. 그러나 지출은 내 스스로 얼마든지 조절할 수 있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당장의 돈만 생각한다면 부모로서 아이에게 얼마든지 해줄 수 있는 것들이라도 불확실성이 커지는 미래에 아이가 대응력을 가지게 해주려면 다른 사람보다 훨씬 더 절제하는 사고방식과 습성을 베이게 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경제력 축적을 위해서는 수입이 얼마가 되던지 수입보다 지출을 훨씬 더 적게 유지하는 습성이 기본이 되어야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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