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姜대표가 먼저 하면 안되겠나"

머니투데이 박재범 기자 | 2008.03.16 20:27
"대표가 먼저 하시면…"(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

"울산은 발전했지만 대구는 침체돼서…"(강재섭 한나라당 대표)

16일 여의도 당사에서 만난 강 대표와 정 최고위원간 오간 말이다. 당을 위해 결단을 내려 달라는 강 대표와 가능한 '독배'를 피하고 싶은 정 최고위원간 나름의 '신경전'이 담겨 있다.

정 최고위원은 "많은 고민을 했다" "지역주민들의 걱정이 많다" 등의 말을 전하며 고뇌를 드러냈다.

지역구인 울산 동구를 버리고 서울 동작을에 출마해 달라는 당 지도부 요청에 대한 걱정이 묻어나는 것이기도 하다.

이에 강 대표는 "정 최고위원은 스타니까 당을 위해 결단해 주길 바란다는 게 여러분들의 의견"이라며 "당과 국민을 위해 희생해 주길 원하고 있다"고 정 최고위원의 결단을 촉구했다.

정 최고위원은 확답을 하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대표가 먼저 하고 제가 두 번째로 하면 안 되겠냐"며 역제안을 했다.

공식적인 제안은 아니지만 한나라당 텃밭인 대구에 출마하는 강 대표를 향한 우회적 불만을 표시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강 대표 역시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울산은 정 최고위원이 일을 많이 해 많이 발전됐다. 대구 경북은 YS정부 이래 15년간 야도로 있으면서 많이 침체됐다. 지역주민들은 '당신들이 떠나고 나면 대구·경북은 어떻게 하냐'라는 걱정이 많다"며 정 최고위원의 제안을 거절했다.

그리곤 "안 계시는 사이에 고통이 컸다. 수많은 동지들이 희생돼 가슴이 아프다"면서 "정 최고위원이 이를 승화시켜주셨으면 한다"고 거듭 결단을 요청했다.

이에 정 최고위원이 "오늘 내일 생각해보고 결정하겠다"고 신중한 모습을 보였지만 강 대표는 "오늘(16일) 오후 중에 공심위가 모든 것을 결정해야 한다"고 추가 압박을 가했다. 결국 정 최고위원은 당초 예상했던 일정보다 빠른 이날 오후 4시께 서울 동작을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다음은 강 대표와 정 최고위원간 발언록

정몽준 최고위원 : FIFA와 관련해서 스위스를 다녀왔다. 그제 연락을 받고 많은 고민을 했다

강재섭 대표 : 여러분들의 의견이 '정몽준 최고위원은 스타이시니까 당을 위해 결단해주시기'를 바란다. 지역구를 옮기는 것은 쉽지 않지만 많은 당원이 국가, 당, 국민을 위해 희생해주시길 원하고 있다.

정 최고위원 : 어제 서울에 도착한 후 울산에 가서 지역주민들을 뵙고 의논했다. 걱정을 많이 하고 계시는 지역주민들께 '국회의원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라는 측면에서 결정하겠다'고 했다. 대표께서 먼저 하시고 제가 두 번째로 하면 안되겠는가?

강 대표 : 울산은 정 최고위원께서 일을 많이 하셔 많이 발전됐다. 대구·경북은 YS정부 이래 15년 야도로 있으면서 많이 침체되었다. 지역주민들은 '당신들이 떠나고 나면 대구·경북은 어떻게 하냐' 라는 걱정이 많다. 당원들이 정 최고에게 전국적 역할을 기대한다. 거듭 부탁드린다.

이방호 사무총장 : 이번 총선에서 과반수 안정 의석을 확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 수도권에서 좌우한다. 국가와 당을 위해 큰 역할을 해달라. 울산 지역주민들께서도 서운하겠지만 국가적 지도자가 되도록 도와주셨으면 한다.

강 대표 : 안 계시는 사이에 고통이 컸다. 수많은 동지들이 희생되어 가슴이 아프다. 정 최고께서 이를 승화시켜주셨으면 한다.

정 최고위원 : 한나라당에 들어온 지 몇개월 밖에 안됐지만 한나라당이 나라를 발전시키는데 꼭 필요하다고 믿고 있다. 오늘 내일 생각해보고 결정하겠다.

강 대표 : 오늘 오후 중에 공심위가 모든 것을 결정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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