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베어 누굴까.."씨티, 메릴은 조용하네"

유일한 기자, 김경환 기자 | 2008.03.16 13:08
앨런 슈워츠 최고경영자(CEO)까지 나서 유동성 위기설을 적극 부인하던 베어스턴스가 결국 긴급 구제금융을 지원받기로 했다는 소식에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졌다. 'CEO의 거짓말'로 인식되며 신뢰가 땅바닥에 떨어졌고 투자자들은 '엑소더스'에 여념이 없다.

대형 헤지펀드인 칼라일 캐피털에 이어 월가 5대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 마저 신용경색의 희생양이 됐다는 소식에 월가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혼란은 공포심(패닉)으로 이어졌고, 대표적인 공포심 측정 지표인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 지수인 VIX지수가 5년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 주가 하락-채권 가격 급등, 시장 '패닉'
14일(현지시간) 베어스턴스의 구제금융 소식에 뉴욕증시와 달러가 급락하고 채권 가격은 급등했다.

이날 다우지수는 4거래일만에 심리적 지지선인 1만2000선을 하회했다.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1.6%(194.65포인트) 떨어진 1만1951.09를 기록했다.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도 각각 2.08%, 2.26%씩 내렸다.

미국 재부무 채권 수익률은 급락했다. 수익률은 채권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이날 2년만기 재무부 채권 수익률은 14bp(%포인트) 떨어진 1.48%였다. 이는 지난 2월 29일 이후 최대폭 하락이다. 10년만기 재무부 채권수익률도 전일대비 8bp 하락한 3.45%를 기록했다.

달러가치는 급락했다. 달러/유로 환율은 전날보다 0.25% 오른 1.5674달러를 기록했다. 달러/유로 환율은 장중 1.5687까지 오르기도 했다. 엔/달러 환율도 99.10으로 마감, 1995년11월 이후 12년만에 처음으로 100엔선을 이탈했다.

'두려움의 지수'라고 불리는 VIX지수는 전날보다 14% 급등한 31.16을 기록, 5년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VIX지수는 올들어 80% 이상 급등, 시장 혼란이 극대화되고 있음을 반영했다.

◇연준, 1%포인트 인하 전망 확산
이처럼 금융시장이 큰 혼란에 빠지자 월가에서는 연준이 오는 18일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 금리를 100bp나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강화됐다. 이 경우 3%인 기준 금리를 한번에 2%로 조정된다. 금리인하에 대한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이마저도 없으면 안된다'는 절박함이 지배적인 분위기다.

시카고상업거래소(CBOT)에서 거래되는 연방기금금리 선물 동향에 따르면 트레이더들은 1%p 금리인하 가능성을 60%로 반영했다. 하루 전만 해도 이 가능성은 0%였다.


◇베어스턴스 하루만에 반토막..씨티-메릴린치는 괜찮나

베어스턴스 주가는 이날 47% 폭락, 8년래 최저치를 경신했다. 1923년 설립된 월가의 대표적인 투자은행 베어스턴스는 지난해 6월 모기지증권에 투자했던 2개 헤지펀드가 엄청난 손실을 입고 파산하면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의 시작을 알린 장본인이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 피치 등 국제신용경가사들도 베어스턴스의 신용등급을 투자 부적격(정크) 수준 직전인 'BBB'로 하향했다.

급기야 베어스턴스 매각설이 힘을 얻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JP모간, 시타델 인베스트먼트 그룹, 사모펀드 J.C 플라워스 등이 인수자로 거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중 가장 유력한 은행은 이번에 돈을 투입하는 JP모간이다.

패닉에 젖은 투자자들은 제2, 3의 베어스턴스를 찾고 있다. 헤지펀드와 브로커 회사들은 물론 급기야 미국의 자존심인 씨티그룹과 메릴린치에 대한 의구심도 증폭되고 있다.
가뜩이나 이 둘은 이번 서브프라임 상각에서 1, 2위를 다툰 이력을 지녔다. 해외 국부펀드에서 거액을 수혈받았다고 하지만 추가 상각을 감당할 만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는지 걱정하는 투자자들이 많다.

'멀쩡한' 회사까지 소문에 흔들리는 마당에 질이 안좋은 전력을 지닌 씨티와 메릴린치를 보는 시선은 매우 차갑다. 씨티는 이날 6.1% 급락하며 20달러마저 이탈했고 메릴린치는 6% 하락하며 43달러를 위협했다.

그러나 두 회사가 차지하는 비중이나 작년 말 그리고 올연초 자금 조달 등에 따라 베어스턴스와 같은 심각한 위기설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씨티와 베어는 '급'이 다르다는 것이다.

유럽에서 가장 상각이 컸던 UBS 주가는 8.3%나 무너졌다.

힌스데일 어소시에이츠의 투자부문 책임자인 폴 놀티는 "이틀전까지만 해도 아무 문제없다던 베어스턴스가 왜 갑자기 저 지경이 됐으며, 베어스턴스가 저렇다면 메릴린치나 손버그는 어떤 상태일까 하는 의문이 제기될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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