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김준기회장 '산업농사꾼'론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 2008.03.16 18:57

40년 CEO 그의 경영관

"나는 농사꾼이야. 산업 농사꾼."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에게 "요즘 어떻게 지내시느냐"고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이었다. 농사꾼이 농사짓는 것 외에 할 일이 있느냐는 반문인 셈이다.

김 회장은 지난 14일 한국경영학회 총회에서 '경영자대상'을 받고 기자와 몇 마디를 나눴다. 원래 김 회장은 대외 행사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동부그룹에 출입한지 1년이 됐지만 그를 만난건 처음이다.

말투가 어눌해서 30여분간 계속된 수상연설을 듣는 동안 불안불안했다. 체구가 다소 작은 편이었지만 다부졌고 인상은 푸근했다.

김 회장은 그 자리에서 제프리 이멜트 GE 회장 이야기를 꺼냈다. "이멜트 회장은 일주일에 80~100시간을 일한다. 일요일에도 일하고 휴일에도 전세계 현지 회사들로부터 3~4통의 전화를 받는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보통 아랍 왕자들 하면 게으르게 생각하지만 그 사람들 하루에 17~18시간씩 일한다"고 소개했다.


사업가는 비가 오나 해가 뜨나, 밤이나 낮이나 논에 나가는 농사꾼처럼 일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정성과 관심을 쏟은만큼 소출(所出)이 달라지는게 농삿일인 것처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기업을 돌봐야 한다는 '농사꾼론'이 김 회장의 지론"이라고 덧붙였다.

김 회장에게 모든 문제가 '난이도 A'이다. 부하직원들이 보기에는 쉬운 문제라도 매우 진지하게 고민한다. 이번 경영자대상 수상 강연문도 표현 하나하나 스스로 짚어가며 여러차례 직접 수정했다.

김 회장은 지난 1월 구본무 LG 회장의 상가(모친상)에서 기자들에게 은퇴를 시사하는듯한 발언을 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는 당시 "나는 CEO(최고경영자) 더 할 생각이 없다. (CEO를) 40년 정도 했으면 많이 하지 않았나요. 이제 은퇴해야지…"라고 말해 '경영 2선 후퇴'를 시사한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하지만 그는 "잘못 전달된 것"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앞으로도 열심히 일할 것"이라며 웃었다. 농사꾼에게 은퇴는 없다는 얘기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노동교화형은 커녕…'신유빈과 셀카' 북한 탁구 선수들 '깜짝근황'
  2. 2 "바닥엔 바퀴벌레 수천마리…죽은 개들 쏟아져" 가정집서 무슨 일이
  3. 3 '황재균과 이혼설' 지연, 결혼반지 뺐다…3개월 만에 유튜브 복귀
  4. 4 "당신 아내랑 불륜"…4년치 증거 넘긴 상간남, 왜?
  5. 5 "밖에 싸움 났어요, 신고 좀"…편의점 알바생들 당한 이 수법[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