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판사'의 한나라 비례의원 '도전기'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 2008.03.17 17:02
"장애인으로서, 전문직 판사로서 살아 온 다양한 인생 경험을 살려 의정 활동을 해보고 싶습니다".

전현직 국회의원 중 법조인 출신은 다른 어떤 직업군에 견주더라도 절대 다수다. 현재까지 한나라당의 4.9 총선 공천 확정자의 13% 이상이 법조인일 정도다.

몸이 불편한 국회의원을 보는 일도 더 이상 드문 일이 아니다. 제17대 총선에서 민주당 비례대표 1번의 몫은 다리가 불편한 장향숙 의원에게 돌아갔다. 한나라당에서도 시각장애인인 정화원 의원을 비례대표로 영입했다. 장애인의 복지 향상을 위해 신체적 장애와 사회적 편견을 딛고 등원한 경우다.

하지만 '장애인 율사' 정치인은 좀체 보기 드물다. 제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비례대표직에 도전장을 낸 유철환(47) 변호사가 바로 그런 케이스다.

유 변호사는 유아기 앓은 소아마비로의 후유증으로 왼쪽 다리를 저는 장애를 입어 지체장애 4등급 판정을 받았다. 학창 시절은 장애에 대한 편견으로 괴로움과 한숨 속에 지낸 시간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던 중 장애를 극복하자 결심한 뒤 서울대 법대에 진학한데 이어 1982년에는 사법고시(24회)에 합격, 판사로 임용됐다.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이 사법연수원 동기고,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주호영 의원과는 동료 판사로 같이 일한 인연이 있다.

판사 임용 후 지난해 2월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그만둘 때까지 내리 만 22년을 판사로 일했다.


전주지법 판사로 근무하던 88년에는 '소장 법관'으로 사법부 독립과 민주화를 위한 서명운동에 참여, 이른바 '서명판사'로 불렸다.

지난 1995년 '1980년 신군부에 의한 재산강제헌납조치 무효' 판결이 유 변호사가 판사 시절 내놓은 명판결의 하나로 꼽힌다.

정치를 생각한 건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유 변호사의 부친은 8, 9, 12대 국회의원을 지낸 유제연 전 신민당 사무총장이다. "장애가 삶의 굴레가 되는 현실을 바꾸고 '교육'에 대한 평소의 소신을 실천하기 위해 아버지가 걸었던 길을 걷기로 결심했다"고 유 변호사는 말했다.

그러나 시련도 있었다. 서울 관악을에 지역구 공천을 신청, 2배수까지 올랐지만 경기도 정무부지사를 지낸 김성식 당협위원장에게 밀려 분루를 삼키고 다시 비례대표직에 도전장을 던졌다.

◇프로필 △1960년 서울 출생 △서울 동성고, 서울대 법대 △사시 24회 △전주지법 판사 △서울민사지법 판사 △서울고법 판사 △수원지법 부장판사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법률사무소BLS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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