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 다음주엔 계기 마련될까

머니투데이 홍재문 기자 | 2008.03.14 17:09
뉴욕증시 상승 반전도 힘을 쓰지 못했다. 개장 시점은 기분이 괜찮았으나 금융시장 총체적인 불안감이 다시 엄습하면서 장중 1600선이 붕괴됐다.

지켜봐야 할 것이 너무나 많고 호전되는 지표가 아무것도 없는 상태기 때문에 불쑥 튀어 나오는 미국발 호재에 무게가 실리지 못했다.
새로운 유동성 공급조치(TSLF; Term Securities Lending Facility)나 모기지 부실채권 상각의 끝을 언급한 스탠다드앤푸어스(S&P)의 발표 등 미국 증시를 띄운 재료는 마약 투입 같은 긴급처방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당장 오늘 밤 미국시장에서 어떤 금융기관이나 펀드가 파산할 지 모르는 데 별 수 있겠냐는 비관론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았다.

심재엽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너무 많은 변수가 있고 힘든 상황이다"라고 운을 떼면서 "오늘 당장 미국 상황이 어떻게 될 지 모르는 데 주가가 많이 떨어졌다는 것 자체만으로 주식을 사는 것보다는 관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칼라일캐피털이 파산 위기에 처하고 또 다른 헤지펀드나 중소형 은행까지 파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진 상태에서 주가 하락에 베팅하고 있는 외국인의 일방적인 태도가 심상치 않다는 공감대가 늘어나고 있다.

증시 붕괴 우려감으로 매수주체가 상실된 코스피시장은 1000억원에도 못미치는 프로그램 비차익거래 순매도조차 지옥사자로 둔갑시켰다.
선물시장이 현물시장을 쥐고 흔들던 웩더독 상황이 아니라 코스피 현물시장 수급 자체가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난관에 봉착했다는 얘기다.
외국인이 정규시장에서 11일 연속 주식순매도 행진을 이어가고 원/달러환율이 1000원선에 육박하는 것만 봐도 자금이탈을 짐작할 수 있다.

비록 1600선이 회복되면서 장을 마쳤다고 해도 증시전문가들은 내심 연저점(1570선) 지지를 포기하고 있는 모습이다.
메리츠증권 윤세욱 리서치센터장은 "지금으로서는 주가가 궁극적으로 더 빠질 수 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긍정적인 요인을 굳이 꼬집어 달라는 주문에 대해 애널리스트로부터 간혹 나오는 얘기조차 '선별적' 또는 '산발적' 반등 뿐이다. 그것도 마지못해 언급하는 눈치다.

주말을 앞두고 증시가 급락한다는 것은 시장 분위기를 대변한다. 예전 불(Bull)마켓이었을 때는 주말장이나 연휴를 앞두고 주가가 거의 떴다. 당시 시장 센티먼트는 시간이 돈이었다. 뜨는 장세에선 하루라도 빨리 주식을 사는 게 철칙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기다림이 돈으로 바뀌었다. 시장에서 발을 빼면 돈을 벌지 못할 지라도 더 이상 잃지는 않는다.

LG전자, LG디스플레이(LG필립스LCD), 현대차 등 환율 수혜주는 이날 큰 폭으로 상승했다. 그러나 전날 낙폭을 만회한 정도에 불과할 뿐 최근과 같은 상황에서 추천 종목으로 부각시키기 부담스럽다.
반면 중국관련주인 철강금속, 조선주는 연일 하락했다. 포스코은 이틀간 10% 넘게 급락했고 현대중공업도 연일 하락세다.
이러다가 중국관련 해외 주식투자 펀드에 환매사태가 오는 것이 아닐까하는 걱정도 앞선다.

증시를 어려운 지경에 처하게 만든 1차 요인이 외부에서 발발한 것이기 때문에 코스피 시장 내부에서 해답을 찾은 것은 무의미하다.
때문에 증시전문가들은 다음주 공개시장회의(FOMC)와 미국 금융기관의 실적발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FOMC의 대응과 18일 골드만삭스와 리만브러스, 19일 모건스탠리, 20일 베어스턴스 등으로 연속 예정된 미국금융기관의 실적과 전망을 보면 어떤 단초가 제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아예 파산이 빨리 진행되면서 최악의 상황이 끝나기를 바라고 있다. 작년 7월 서브프라임 사태 발발이후 사태의 본질을 가린 채 질질 끌고 가는 듯한 미국의 정책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국제적인 공조조치가 취해질 시점이라는 주문도 이어지고 있다. 미달러 약세에 대해 선진7개국(G7)의 공동개입이나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인하 동참 같은 범국가적인 조치가 빨리 취해져야만 질곡을 벗어날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는 얘기다.

류용석 현대증권 연구위원은 "외부충격이 펀드환매같은 국내 수급문제를 촉발시키기 전에 빨리 국제적 공조가 취해지길 바란다"면서 "당장은 지지선을 상실할 우려가 있지만 길게 본다면 빨리 확실한 매를 맞는 게 나을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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