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닉]수출기업, 환헤지거래 손실 비상

더벨 황은재 기자 | 2008.03.17 13:40

환율 떨어질 줄 알았는데.선물환·통화옵션 거래 손실 ↑↑

이 기사는 03월17일(13:35)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했지만 수출기업이 호재로만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당장 환율 하락을 예상해 헤지용으로 체결해 놓은 파생상품 거래서 대규모 손실을 보고 있다. 예상대로 미국 경기가 침체에 빠질 경우 수출이 늘어난다는 보장을 하기도 어렵다.

특히 지난해 대거 팔린 통화옵션을 거래한 기업들은 속수무책 당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환헤지 비율을 조정하거나 헤지 정책을 바꾸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지만 뚜렷한 대안을 찾지 못해 발만 구르고 있다.

수출물량이 없으면서도 투기적으로 달러 선물환 등을 팔았다면 환율 급등이 고스란히 손실로 연결될 수 밖에 없다. 지난해 9월말 현재 국내 6대 은행을 통한 투기적 선물환 매도 거래규모는 100억달러에 육박한다.

17일 원/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1030원을 돌파할 정도로 폭등세다. 12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간 것은 물론이고 하루에 무려 3% 이상 오르는 무서운 기세다.

수출업체는 환율 상승으로 채산성과 가격경쟁력에 도움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아직은 먼 얘기다. 오히려 미국이나 유럽 등 주요 수출시장의 경기가 침체에 빠진다면 수출에도 악재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오히려 당장은 지난해 통화옵션 거래를 한 기업들은 계약이 '없던 일'이 되면서 대규모 손실이 현실화되고 있다. 통화옵션 거래는 대기업보다는 중견기업들이 더 많이 이용하고 있다. 중견기업들은 환율이 일정 범위에 머무를 경우 외환시장에서 형성되는 환율보다 높은 수준에서 외화를 팔 수 있는 옵션을 샀다. 그러나 환율이 당초 정해진 범위를 벗어나면서(배리어 상단 터치) 곧바로 실현 손실로 확정된다.

이 같은 우려는 이미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일부 기업 가운데는 환헤지 관련 손실(평가손+실현손) 자기자본의 40% 이상인 곳도 있다. 대양금속은 지난 3일 통화옵션 거래로 실현된 손실이 16억6450만원이라고 밝혔다. 잠재적으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규모도 94억7000만원이라고 공시했다.

IDH도 지난 12일 자기자본 대비 무려 42%의 통화옵션 거래 손실이 났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평가손실이 109억9200만원, 실현 손실이 13억2756만원이다. 두 회사는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헤지 목적으로 통화선도 거래를 했지만 예상치 못한 유로화 강세로 손실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환율이 더 올라 은행 등과 계약한 환율 변동 범위를 계속해서 넘어설 경우 평가손이 실현손으로 바뀌게 돼 환헤지에 따른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이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매월 레인지(헤지범위)를 결정하는 구조로 옵션 거래를 했기 때문에 환율이 다시 하락한다면 업체들의 외환 관련 손실은 줄어들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환율 상승 추세가 장기화되거나 환율이 급등한 뒤 장기간 그 수준에서 머물 경우 평가손이 늘고 실현 손실도 늘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선물환 매도 등으로 환헤지를 한 경우는 조금 덜 민감하다. 당장 환율 상승으로 평가손이 발생하더라도 향후 환율 하락 등으로 평가손이 줄 수 있다. 또 실제 미래에 들어올 외화대금(현물환)과 선물환 거래액을 일치시켰을 경우, 환율이 오르면 선물환에서 손실이 나지만 현물환에서는 반대로 이익이 발생해 상쇄된다.

한 조선업체 관계자는 "그동안 선물환을 매도한 부분에서 평가손이 난 상황"이지만 "현물환 평가이익이 있고, 당장 실현 손실로 반영되지 않는만큼 시장 상황을 지켜볼 때"라고 말했다.

다만 지난해 선물환율 하락을 염두에 두고 투기적 선물환 매도 등에 나섰던 기업들은 실제 손실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9월까지 국내 6대은행의 외환 거래를 조사한 결과 99억달러의 투기적 거래가 있엇던 것으로 집계됐다.

환율이 급등에 따른 기업들의 대응책도 달리 뾰족한 수가 없어 보인다. 환율 고공행진을 염두해두고 통화옵션의 예상 변동범위를 높일 수 있지만 환율이 떨어질 경우 추가 손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마냥 환율이 떨어지길 기다리기에는 손실 규모가 큰 상황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기업들이 평가손 확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며 "환 헤지 정책과 환헤지 비율을 조정하는 쪽으로 방법을 모색하고 있지만 환율이 단기간에 상승해 방향을 잡기 어려운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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