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 김준기회장 오너.경영인 '신랄비판'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 2008.03.14 16:38

"오너들의 잘못된 사고방식, 제어 못하는 전문경영인 무소신" 비판

'은둔의 경영자',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입을 열었다. 김 회장은 공개적인 발언을 삼가고 언론에 나서기도 싫어하기로 유명하다. 그러나 한번 말문을 열자 그동안의 생각들이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김 회장은 특히 국내 기업의 오너, 전문경영인들에 대한 신랄한 자아 비판을 내놓았다.

'김 회장은 14일 한국경영학회로부터 경영자대상을 수상하는 자리에서 40년 창업주 겸 경영자로 살아오면서 다듬어온 자신의 경영관을 한꺼번에 털어놨다.

김 회장은 "기업의 목표는 이익의 극대화가 아니다"며 "새로운 고객을 창출하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냄으로써 국부를 증대시키고 일자리를 늘려서 국민의 삶의 질을 높여나가는 것이 기업의 목표"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업들이 외환위기 이후 무차입 경영을 강조하고 경영 안정에만 지나치게 몰두하고 있다"고 그는 비판했다. "기업들이 좀더 과감히 도전해야 할 때"라는 얘기다.

출자총액제한제도를 완화해달라는 재계와 버티는 정부의 논란과 관련, 기업이 과감한 투자에 나섬으로써 스스로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기업이 타 기업들이 하지 않는 선진사업에 과감히 뛰어들어 '경제력 집중'을 우려하는 반대 측의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는 얘기다.

오너와 전문경영인의 조화도 강조했다. 그는 "지금까지 일부 기업 오너들은 기업을 자기 개인의 재산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아 능력과 경험이 미숙한데도 경영을 독단하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는 기업은 오너의 것이 아니라 주주의 것이라는 확고한 인식의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기업 오너 주변에 있는 전문경영인들에게도 큰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많은 부실기업들의 사례를 보면 전문경영인들이 자신을 단지 오너의 결정에 따라가는 사람이라고 규정하고 경영의 모든 책임을 오너 탓으로 돌렸다는 것. 그는 "오너와 전문경영인이 공동으로 경영하고, 공동으로 책임지는 도요타 방식의 '협력경영'모델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윤리경영이 제대로 되지 못하는 것은 '기업 내부의 잘못된 관행 탓'이라고 말했다. 기업 이익을 우선하는 과정에서 법에 저촉되는 줄 모르거나, 이 정도는 괜찮겠지 하는 안일한 인식이 있었다는 것.

물론 기업들이 윤리경영을 하고 싶어도 외부 환경 때문에 할 수 없었던 측면도 매우 많았다고 인정했다. 가령 선거자금의 문제가 특히 그렇다고 그는 밝혔다. 하지만 이제 선거자금이 양성화·제도화된 만큼 "이제부터는 불법 선거자금 문제에 대해서는 기업인 자신이 책임을 져야할 차례"라고 말했다.

그는 새 정부의 관(官) 개혁 정책에 대해서도 일갈했다. "이 나라는 관의 나라, 관이 주도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관이 스스로를 개혁한다는 것은 속성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하고 "관이 개혁되려면 정치의 수준이 높고 올바라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언론과 학계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학계와 언론이 힘을 보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젊은이들의 안정주의를 성토했다. 우수한 학생들이 공무원이나 국영기업을 선호하거나 배금주의에 물들어 이리저리 옮겨다니는 세태는 나라의 장래를 위해 놀랍고 충격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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