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신흥시장 분산투자 '글로벌 파이낸셜'

머니투데이 박영암 기자 | 2008.03.20 10:05

[머니위크]돈되는 펀드, 돈 잃는 펀드

증권회사에 다니는 김금융 씨. 김씨는 지난 1월15일 한국투자공사(KIC)가 서브프라임모기지론(비우량주택담보대출, 이하 서브프라임) 사태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메릴린치증권에 20억달러를 투자한다는 보도를 접하고 아쉬움을 금할 수 없었다.

메릴린치뿐만 아니라 씨티그룹, 모건스탠리, UBS 등 미국의 대표적 투자은행(IB)에 투자할 경우 3년 안에 적잖은 수익률을 올릴 것으로 확신하고 있었기에 개인투자자로서의 한계를 아쉬워했다.

하지만 김씨는 이제 더 이상 개인투자자로서의 한계를 한탄하지 않아도 된다. 미국, 유럽 등 선진 투자은행은 물론 중국, 싱가포르 등 신흥시장 금융회사에도 투자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김씨의 답답함을 해결해 준 구세주는 바로 삼성투신운용이 3월3일 설정한 '글로벌파이낸셜서비스주식종류형 1'(이하 글로벌 파이낸셜)펀드다.

◆선진국 투자은행주 반등에 베팅

이 펀드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 투자은행과 중국, 싱가포르, 남아프리카공화국, 한국 등 신흥시장 금융회사에 분산투자하는 전형적인 금융섹터펀드다. 삼성투신이 고객돈을 달러로 환전, 직접 주식을 매수해 운용한다. 글로벌 파이낸셜의 투자대상은 MSCI 파이낸셜(MSCI 금융지수)을 구성하는 282개 금융회사다.

물론 282개 종목에 전부 다 투자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 투자대상을 PBR(주가순자산배율)이나 ROE(자기자본수익률), 12개월 추정 주당순이익(EPS) 등 다양한 투자지표를 통해 저평가 종목을 선정해서 투자한다.

삼성투신은 이같은 작업결과 100개 종목을 선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즉 40개의 신흥시장 금융회사와 미국(20개), 아시아(20개), 유럽(20개) 등 모두 100개 종목을 투자후보군으로 압축했다.

이들 종목에는 JP모건,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 내로라 하는 글로벌 투자은행이 전부 다 들어있다. 물론 중국은행, 중국건설은행, BHP은행(폴란드) 등 신흥시장의 대표적인 금융회사들도 포함돼 있다.

임창규 삼성투신 해외투자1팀장은 "지난 3일 설정됐기 때문에 아직은 본격적으로 개별종목을 편입하지 않고 있다"며 "자금이 본격적으로 들어오면 지난해 서브프라임 사태로 하락폭이 컸던 미국과 유럽의 투자은행을 우선 매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올해말까지 선진국과 신흥시장의 투자비중을 7대 3으로 유지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선진국 IB, 국부펀드 자금유치로 자본건전성 회복

글로벌 파이낸셜의 투자논리는 비교적 단순하다. 선진국 투자은행이 서브프라임 사태로 실제 펀더멘털에 비해 주가하락폭이 과하다는 판단 아래 반등을 겨냥해서 미리 저가매수에 들어가자는 논리다. 또한 신흥시장 금융회사들은 고도성장으로 자금수요가 늘고 있어 투자매력이 크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삼성투신은 선진국 투자은행의 주가 반등가능성을 매우 높게 보고 있다. 삼성투신은 “미국, 유럽의 투자은행은 2009년말까지는 실적이 양호했던 2007년 1분기 수준으로 급격한 V자 반등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즉 2007년 1분기 EPS를 100으로 가정할 경우 2009년 4분기에는 90% 수준까지 회복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같은 낙관적 전망의 근거로 삼성투신이 제시하는 것은 크게 3가지. 먼저 미국 주택경기와 주가는 유사하게 움직이고 있으며 현재 주택경기가 바닥권에 근접하고 있는 만큼 과거사례를 볼 때 현재 주식시장도 저점을 형성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지난해말 기준으로 1조2000억달러로 추산되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부실 관련 손실은 이미 상당부분 시장에 반영됐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씨티그룹 등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 주가는 서브프라임으로 입게 될 손실보다 하락폭이 크다는 게 삼성투신의 판단이다.

즉 예를 들어 씨티그룹의 추정손실 규모는 1조2000억달러 중 10% 규모인 300억달러(자기자본의 23%)이지만 씨티그룹의 주가는 고점대비 60% 이상 하락한 상황이어서 향후 추가 하락보다는 반등 가능성이 크다는 것.

여기다 한국투자공사(메릴린치), 중국투자공사(모건스탠리, 블랙스톤), 아부다비투자청(씨티그룹), 싱가포르투자청(UBS) 등 세계 각국의 국부펀드에서 이들 투자은행에 CB(전환사채)의 무전환우선주 매입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본을 투자한 것도 향후 반등을 낙관하는 요인으로 제시하고 있다.

임 팀장은 "국부펀드의 자금투자로 투자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이 개선돼 대출회수 등에 따른 추가손실을 예방할 수 있게됐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여기다 미연방준비위원회(FRB)의 공격적인 금리인하와 2000억달러 규모의 유동성 공급발표 등으로 신용경색이 점차 해소되고 있는 것도 반등가능성을 높여주는 호재라고 평가한다.

물론 삼성투신도 당장 선진국 투자은행들의 실적이 개선되기 힘들다는 점은 인정한다. 서브프라임처럼 신용등급이 낮지만 고수익을 보장하는 시장에서의 영업활동이 당분간 위축됨에 따라 과거보다 고수익 사업부문이 줄어들어 수익성 개선이 더딜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美 신용경색 길어지면 자금회수 더딜 수도

신흥시장 금융회사의 고속성장은 이들의 주가 전망을 밝게한다. JP모건의 분석에 따르면 2008년 신흥시장 금융회사의 대출증가률(전망치)은 선진국(6~8%)보다 훨씬 높다. 러시아는 45% 이상 성장할 전망이고 이머징유럽(체코, 폴란드 등)은 30%대 중반의 성장이 기대된다. 브라질(20%대 중반), 인도(20% 초반), 남아공(10%대 후반) 등도 고도성장이 예상된다.

임 팀장은 “금융기관은 경제성장에 따른 자금수요가 늘어야 수익을 안정적으로 창출할 수 있다”며 “신흥시장 금융주들은 향후 성장 전망이 좋아 상승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서브 프라임과 직접 관련없는 신흥시장 금융회사들이 글로벌 증시의 동조화 현상 때문에 최근 미국 금융주들과 동반 하락했다"며 "미국시장이 안정되면 신흥시장 금융주들은 크게 반등할 것"이라고 낙관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김휘곤 삼성증권 펀드애널리스트도 글로벌 파이낸셜에 대해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그는 "글로벌 파이낸셜은 선진국과 이머징국가 금융섹터에 투자하는 글로벌섹터펀드로 테마펀드에 비해 그 운용계획이 명확하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그러나 "선진국과 신흥시장에 분산투자하지만 금융섹터에 집중투자하는 섹터펀드이기 때문에 가급적 여유 자산의 일정액만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당초 기대했던 것과 달리 미국의 신용경색 위기가 조속히 마무리되지 못할 경우 예상했던 시간보다 자금회수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어 장기투자 관점에서 접근하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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