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의 전설, 칼라일마저 흔들리나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 2008.03.13 17:49
'칼라일'이 도마에 올랐다. 칼라일 그룹의 관계회사인 칼라일 캐피털이 부도 위기에 몰리면서 국제 금융시장 혼란의 중심에 선 것이다.

칼라일 캐피털은 12일(현지시간) 성명서를 통해 "채권단과 협의해 왔으나 자금 조달 안정화를 위한 상호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면서 채권단이 자산을 압류하게 됐다고 밝혔다. 압류 이후 남은 철차는 청산으로 사실상 부도가 나는 셈이다.

마진콜(증거금 부족분 충당 요구) 위기를 증폭시켰던 장본인이 끝내 돈을 조달하지 못해 파국을 맞게된 것이다. 칼라일그룹의 명성도 큰 흠집이 났다. 신뢰도 추락도 불가피하다.

◇칼라일그룹 명성에 흠집
세계 최대 사모펀드인 칼라일그룹은 1987년 설립된 펀드로 59개 펀드를 통해 750억달러의 자산을 운용한다. 투자전문가만 550명이 넘고 세계 21개 사무소를 두고 있다. 고용인원은 30만명에 육박한다. 거대 펀드 공룡그룹인 셈이다.
현재 윌리엄 콘웨이와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대니얼 다니엘로 등 3명의 파트너가 5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아버지 부시 대통령이 칼라일의 수석자문단으로 활약한 것을 비롯 ,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 존 메이저 전 영국 총리 등이 칼라일 출신이다. 주로 공화당원들이 몸담아 '공화당의 망명정부'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외환위기 직후 한미은행에 투자해 6200억원을 벌어들이며 한국인들에게 강한 이미지를 심어줬다.

전직 대통령과 장관 등으로 형성된 다양한 인맥을 무기로 전세계시장에서 '피도 눈물도 없는' 거래를 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미국 군수업체와의 유별난 유착으로 악명을 떨치기도 했다. 영화 '화씨 9·11'의 감독인 마이클 무어는 영화를 통해 여러 방위산업체를 포트폴리오로 거느리고 있는 칼라일 그룹이 9·11 테러 이후 돈방석에 올라 앉았다며 미국의 부시 가문과 사우디의 빈 라덴 가문이 칼라일 그룹을 매개로 오랜기간 동업자 관계를 유지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지난 3년간 칼라일은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대형 기업인수를 위해 팀을 전반적으로 재정비했다. 외부 사모펀드에서 인재를 대거 수혈한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에너지 기업인 킨더 모간과 자동차 렌트 업체인 헤르츠 그리고 기술기업인 프리스케일 세미컨덕터 등의 바이아웃(차입매수)을 진행했다.


◇칼라일 캐피털, 신용경색의 불운아?
2006년 설립된 칼라일 캐피털은 존 스토머가 최고경영자(CEO)로 있다. 스토머는 칼라일 그룹의 운용본부장을 겸임하고 있으며 서버러스 캐피털 운용에서 근무한 적도 있다. 회장인 제임스 핸스는 칼라일의 수석자문관이었으며 미국은행(BOA)의 부회장으로 일한 바 있다.

칼라일그룹은 작년 8월 칼라일 캐피털을 돕기 위해 2억달러를 지원하는 등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칼라일그룹의 경영진이 캐피털 지분 15%를 보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여름 신용경색이 금융시장을 강타한 이후 줄곧 위기를 겪고 있다. 6월에 잡아놨던 기업공개(IPO)도 미뤄야만했다. 7월초 상장할 때 그 가격은 처음보다 한참 낮은 수준이었다.

칼라일 그룹은 지난 11일 공시를 통해 칼라일 캐피털의 위기로 인해 다른 펀드가 받는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칼라일 그룹이 지원하는 펀드와 칼라일 캐피털은 전혀 다른 회사라는 것이다. 지원한 2억달러도 그룹의 파트너에서 나온 자금일 뿐 투자자나 투자펀드의 자금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평범한 헤지펀드 그러나 천문학적인 레버리지
칼라일 캐피털은 다른 헤지펀드처럼 얼핏 보기에 매우 평이한 투자전략을 취해왔다. 모기지증권을 비롯한 투자자산의 금리와 외부 금융기관으로부터 조달할 때 드는 금리의 차이를 이용해 돈을 버는 방식을 이용한 것이다.

그러나 위기를 맞은 다른 헤지펀드처럼 칼라일 캐피털 역시 과도한 차입(레버리지)으로 치명타을 입었다. 고객이 맡긴 자산은 6억7000만달러에 불과한데 IPO 당시 이를 담보로 제공하고 12개 은행으로부터 차입한 돈은 무려 217억달러에 달했다. 32배의 레버리지를 동원한 셈이다. 한 모기지 전문 분석가는 "천문학적인 수준"이라고 혀를 찼다.

모기지시장이 안정됐다면 천문학적인 레버리지는 막대한 수익으로 되돌아왔을 게 분명하다. 그러나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이 붕괴되면서 돈을 빌려준 은행들의 자재무구조가 악화됐고 이들은 칼라일 캐피털에 더 많은 담보를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가뜩이나 주거용 모기지증권(RMBS) 가격이 지난 20년간 보지 못했던 가격으로 급락하자 압박은 더 심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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